[로리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1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29.4%) 인수로 막대한 평가 차익을 향유하게 된다며 지분을 SK(주)에 양보하는 결단을 촉구했다.

먼저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2021년 12월 기업집단 SK 소속 SK(주)의 특수관계인 최태원에 대한 부당한 사업기회를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6억 원을 부과했다. 최태원 회장과 SK(주)에 각 8억 원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SK(주)는 SK실트론(옛 LG실트론)의 주식 70.6%를 직간접적으로 취득한 후, 잔여주식 29.4%를 자신이 취득할 경우 상당한 이익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SK(주)의 대표이사이자 SK의 동일인 최태원이 취득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인수기회를 합리적 이유 없이 포기하고 최태원의 잔여주식 취득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자신의 사업기회를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SK실트론은 국내 유일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특히 SK(주)는 앞선 51% 및 19.6%의 주식취득 과정에서 잔여주식 29.4% 인수는 ‘추후 결정’하기로 내부검토 했는데, 이후 최태원이 인수 의사를 피력(2017년 4월)하자 이사회의 심의를 통한 합리적 검토 없이 대표이사 장동현이 SK(주)의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나아가 SK(주)는 매도자인 우리은행 측과 비공개협상을 진행하고, SK(주) 임직원이 최태원의 주식매매 계약 체결 전 과정을 지원하는 등 최태원이 잔여주식을 확정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했다.

그 결과, 최태원은 2017년 8월 24일 SK실트론 잔여주식 29.4%를 취득했다.

공정위는 “사업기회 제공행위를 통해 최태원에게는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다”며 “이는 해당 이익이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SK(주)에게 귀속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태원이 회사의 동의(이사회의 승인)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위법하게 이용해 자신에게 귀속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또한 그런 과정에서 최태원이 SK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SK(주)가 사업기회를 포기하고 대신 이를 자신이 취득하는데 관여하면서 SK(주)로 하여금 자신의 사업기회 취득 실현을 위한 행위를 하게 한 점, 그런 결정 과정에 사업기회의 정당한 귀속자인 SK(주)는 사실상 배제되었고, 최태원에게 귀속된 이익의 규모가 상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익의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하지만 부당하게 SK(주)로부터 사업기회를 제공받았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최태원에게 부과한 제재는 너무나 미미한 수준이며, 향후 최태원이 SK실트론 지분으로 얻게 될 이익이 조 단위에 이른다는 시장의 예상에 비추어 볼 때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사업기회 제공사건에서 가장 합리적이면서 행위 유인을 근절할 유일한 방법은 해당 사업기회를 원래 향유해야 할 법인에게 돌려놓는 것이라 판단하며, 이에 최태원은 8월말 TRS 계약 만료 전에 매수선택권을 행사해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는 SPC가 지분 전량을 SK(주)에 매도할 것을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의 지적처럼 최태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는 SK(주)의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가로챈 것으로,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공정위가 최태원의 SK실트론 지분이 SK(주)의 사업기회라는 점을 명확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SK(주) 및 최태원에게 각각 과징금 8억 원을 부과한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시장에서는 최태원의 SK실트론 지분가치가 1조 원 이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원래 사업을 영위할 지위에 있는 SK(주)에 원상회복 조치를 명령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더욱이 공정위는 이 사건을 주도한 SK(주)의 임원과 수혜자 최태원에 대한 형사고발을 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봐주기 제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공정위의 SK실트론 사익편취 제재와 관련해 최태원과 SK(주)는 지난 4월 15일경 서울고등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행정소송의 결과와 무관하게, 최태원이 SK실트론 지분 29.4%를 활용해 이득을 얻게 된다면 그 자체로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더욱이 최태원은 작년 12월 공정위 전원회의 심판정에 출석해 ‘실트론 지분 인수가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나름 개인적인 리스크가 있지만 감안하고 추진했는데, 오히려 회사 이익을 가로채려는 행위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당혹스럽고 좀 억울한 심정’이라고 최후진술 했다고 한다”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태원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을 통해 개인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자신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의 적절한 처리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태원은 SK실트론 지분을 직접 인수한 것이 아니라,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왑) 계약을 통해 취득했다. 공시에 따르면, 최태원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 29.4%의 명목상 소유자는 특수목적회사(SPC).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은 자산보유자인 SPC들에 대해 SK(주)에게 29.4%의 SK실트론 지분 전부를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 경우 SK(주)는 현재의 SK실트론 가치가 아니라 SPC를 통해 취득한 최초 투자원금(약 2536억 원)에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할 수 있어 그동안의 막대한 평가차익은 모두 SK(주)에 귀속하게 된다”고 봤다.

경제개혁연대는 “따라서 최태원이 TRS 계약 만료 전에 매수선택권을 활용해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는 SPC가 지분 전량을 SK(주)에 매도할 것을 청구함으로써,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키고 이 사건으로 개인적 이득을 취할 의도가 없었음을 분명히 할 것을 제안드린다”고 SK그룹 최태원 회장에 제안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사건은 최태원이 SK실트론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고, 주주들은 대표소송을 제기해 최태원과 SK(주) 이사들에게 책임을 물어 회사의 손해를 회복하려할 가능성이 크다”며 “TRS 계약 만료시점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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