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군과 검찰은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합동수사본부를 출범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관련자 모두를 ‘내란에 관한 죄’로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먼저 지난 20일 청와대는 이미 공개됐던 2017년 3월 기무사가 촛불시민들을 상대로 작성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는데, 이 세부자료에는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총 67페이지로 작성돼 있다고 밝혔다.

또 해당 문건에는 비상계엄 포고문을 비롯해 언론을 검열하고 국회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계엄해제’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는 계획과 계엄임무 수행군을 배치하는 계획까지 수립돼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민변(회장 김호철)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기무사의 통상적인 검토문건이었다는 주장은 이번 청와대의 발표를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작성한 행위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 제5조 제2항이 명시하고 있는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으로 중대한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한다”며 “검찰은 해당 문건의 작성 지시자ㆍ작성자ㆍ보고자 등 관련자 모두를 ‘내란의 죄’로 철저하게 수사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우리 모두 알다시피 2017년 3월 (당시) ‘계엄’에 해당하는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개월을 거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 과정에서 계엄을 선포할 만한 치안 문제는 발생한 적이 없었다. 촛불집회 과정은 오히려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게 진행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요사태’를 운운하며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은 해당문건의 작성자들에게 헌법의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의도 즉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민변은 “헌법은 국가비상사태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계엄법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제2조 제2항) 하고 있으며, ‘사회질서가 교란되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경비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3항)”고 제시했다.

민변은 “특히 해당 문건의 내용 중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헌법 제77조 제5항)를 하지 못하도록 야당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한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이다”라면서 “이러한 내용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기본적 절차를 부정하고, 헌법기관인 국회를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한 것이며 전형적인 ‘국헌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와 같은 내용의 문건이 작성되고 보고됐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단순한 검토문건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청와대가 발표한 ‘세부자료’가 계엄 상황에서의 역할 분담을 명시하는 등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었다는 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와 근접한 시기에 작성되어서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바로 실행이 가능했다는 점,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작성자들에게 내란에 대한 충분한 합의가 있었고 ‘실질적 위험성’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청와대 발표에 따라 해당문건의 내용이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에서 통상의 절차에 따라 2년마다 수립되는 ‘계엄실무편람’의 내용과 전혀 상이한 점도 드러났다”며 “이는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군 병력을 운용하려 한 것으로 보이므로 군형법상 반란예비ㆍ음모죄도 성립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변은 “군과 검찰은 23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합동수사본부를 출범하기로 발표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들을 비롯한 해당 문건의 작성과 관련된 자들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해 수사를 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합동수사본부는 해당 문건이 누구의 지시 하에 작성됐고, 어떤 경로로 보고ㆍ배포되는지 철저히 규명해 시민들의 기본권을 유린하려 했던 군의 국헌문란행위 시도를 근절해야한다”며 “우리 모임은 이번 사태로 드러난 군에 의한 민주주의의 훼손의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러한 국헌문란행위의 시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군의 개혁과 제도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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