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법부의 정책 설계 역할을 하는 사법정책연구원장을 지낸 강현중 변호사는 변리사에게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완전히 엉터리”, “황당”, “털도 안 뽑고 닭을 먹는 입법 처음 봤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변리사회에서 변호사를 우습게 아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격앙된 모습도 보였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은 특히 “이제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문제가 아니라,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변리사법 제8조의 위헌 내지 무효를 주장해서, 변리사들이 소송대리 하는 경우 무권대리(無勸代理, 대리권 없이 행해진 대리행위)를 주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회장 이임성)는 5월 24일 역삼동 대한변협 대강당에서 ‘변리사 공동 소송대리권 부여의 위헌성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임성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강현중 전 원장에 대해 “민사소송법 학계의 거두(巨頭)”라고 깍듯이 예우했다.
강현중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광주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한국민사소송법학회 회장, 제4기 부정방지대책위원회 위원장, 제3대 사법정책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은 “변리사회의 ‘변호사법 개정 법률안’은 헌법 위반의 내용이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변리사법 개정안에 깜짝 놀랐다”고 말문을 열며 “변리사가 특허권 침해라는 일반 민사소송에 대해서 변호사처럼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고 법을 개정한다는 것”이라고 놀라웠다.
강현중 전 원장은 “저는 변리사법에서 특허심판원에 심결취소에 관해서 변리사들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었다”며 “그걸 넘어서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과 같은 순수한 민사소송에서도 변리사가 변호사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고 의문을 표시하며 “그렇다면 앞으로 세무서 관계는 세무사가, 관세청 것은 관세사가 기타 대한민국이 (각 직역 자격사들이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변호사 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저는 이 문제를 헌법적 관점에서 파악해야 되지 않을까. 과연 우리 헌법이 그런 것을 허용하고 있는가.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때 헌법에서 정하는 법률이라는 것은 헌법적 이념을 표현한 법률이다. 민사재판에서도 당사자의 대등화를 통해서 국민의 사법상 권리보호를 실현하자는 것이 헌법의 기념이념이므로, 그런 기본이념을 구현하지 않는 민사법은 헌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 헌법에 이런 구체적인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민사사법에 어떻게 구현되느냐. 그것이 민사소송법 제87조에 변호사대리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중 전 원장은 따라서 변리사법 개정안이 헌법에 적합한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민사소송법이 정하고 있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적합한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87조(소송대리인의 자격)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은 “제가 제6회 사법시험 합격할 때 민사소송법 문제가 ‘법정대리인’과 ‘소송대리인’의 차이라는 게 문제였다. 시간이 지나 제가 법과대학 교수를 하는데, 사법시험 위원으로 민사소송법 문제를 출제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래서 제가 사법시험 봤을 때와 똑같은 법정대리인과 소송대리인의 차이를 출제했다”고 소개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그런데 법정대리인과 소송대리인의 차이를 모르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변리사들이 모르더라. 법정대리인과 소송대리인 차이의 핵심은, 법정대리인과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에는 어떤 차이가 있느냐. 그걸 제대로 아느냐가 핵심”이라며 “법정대리인은 법률에 규정된 대리인이 아니라, 본인이 대리인을 선정할 수 없어서 법률이 대리인을 정해 준 것이다. 본인의 의사표시와 관계가 없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가 대리인을 정할 수 없어, 법에서는 부모를 (법정대리인으로) 정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대리인 본인으로부터 특정 소송사건의 처리를 위임받은 임의대리인을 ‘소송위임에 기초한 소송대리인’이라고 하는데 이를 줄여서 소송대리인이라고 한다.
강현중 전 원장은 “임의대리인은 본인의 수권이 있어야 한다. 왜냐 지배인, 선장, 선박관리인의 지위가 되는 것은 국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임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옆에 있는 좌장인 박상수 부협회장에게 예를 들면서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가 다음날 내가 기분이 나빠서 ‘당신 그만 둬’ 하면 끝나는 것이다. 부협회장이 변호사로서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제 말 한마디에 (소송대리인이) 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변리사들이 이걸 모른다”고 말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변리사법 개정안을 성안할 때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부여) 이것을 생각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라며 “변리사가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민사소송법 제87조에 정한 ‘법률에 의한 소송대리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법을 고쳤다 하더라도 그것은 제87조의 대리인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현중 원장은 “제87조는 헌법의 이념, 당사자의 대등화를 통해서 민사사법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면 일정한 자격이 있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며 “그 원칙이 바로 민사소송법 제87조다. 87조를 무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리사회는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와 관련해 변리사법 제8조에서 이미 특허 등에 관한 법원의 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변리사법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강현중 전 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이 규정도 문제가 있다”과 봤다. 그는 “이건 대법원 판례가 설명했다. 뭐냐면 특허심판원 심결에 대한 소송이지, 당사자 간의 순수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 같은 당사자 소송에는 적용이 안 된다”며 “대법원 판결은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변리사가 대리인이 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12년 10월 25일 대법원 판결(2010다108104)을 언급한 강현중 전 원장은 “변리사와 변호사와의 공동소송대리는 변리사법 제2조에서 정한 특허, 실용실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이라는 특허심판원과 당사자 간의 분쟁에 한정된다”며 “따라서 특허 등의 침해를 청구원인으로 하는 침해금지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등과 같은 특허심판원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민사사건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은 “행정소송법을 보면 행정소송의 소송대리인은 ‘행정서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 행정소송법 제8조(법적용예)를 보면 ‘민사소송법 준용’이라는 규정이 있다. 행정소송법 대리인은 민사소송법 제87조에 의하라는 규정에 의해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강현중 전 원장은 “더 쉽게 얘기해서 민사절차에서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 것은 변호사법에 규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민사소송법 제87조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예를 들어 한국 변호사법에 ‘미국에 있는 한국인에 관한 소송은 한국 변호사의 전속 관할로 한다’고 하면, 그게 됩니까. 괜히 미국 사람들한테 무식하다고 뺨을 맞을 것이다. 왜냐 그건 적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또한 특허법 제12조(민사소송법의 준용) ‘대리인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법 제1편 제2장 제4절을 준용한다’는 규정까지 짚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강현중 전 원장은 그러면서 “이게 민사소송법 제87조다. 특허법 속에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있을 수 없다”며 “그러면 특허 사항을 변리사가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그러니까 마치 변리사법에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한국인 소송은 한국 변호사가 다 할 수 있다’는 규정과 같은 무효인 규정이다.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디자인보호법 제14조에도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돼 있다. 상표법 제14조도 ‘민사소송법을 준용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변리사회에서 주장하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있어서 그 모법을 보면 변리사가 한다는 규정은 한 줄도 없다. 딱 변리사법에만 그 규정을 넣었다”고 짚었다.
강현중 전 원장은 나아가 “저는 현재 변리사가 실용실안 등 사안에 대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규정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본다”며 “모법에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그런데 어떻게 (입법) 로비를 해서인지는 몰라도 변리사법만 고쳤다”며 “법을 모르는 사람은 변리사법에 (변리사 소송대리를) 넣으니까 마치 변리사가 할 수 있도록 됐고, 심지어는 대법원도 이 부분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은 특히 “이 부분은 우리가 찾아낸 이상, 현재 변리사법 개정안이 문제가 아니라,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변리사법의 위헌 내지 무효를 주장해서 변리사들이 하는 경우에는 무권대리(無勸代理, 대리권 없이 행해진 대리행위)를 주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변리사회에서 지나친 주장을 했기 때문에, 제가 찾아서 연구한 것”이라며 “앞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새로운 투쟁 목표가 생겼다”고 말했다.
변리사법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강현중 전 원장은 “이 규정은 마치 변호사법 제10조에 ‘반려견에 관한 소송은 변호사가 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한국인 소송은 대한민국 변호사들이 할 수 있다’는 규정과 똑같다”고 예를 들었다.
강현중 전 원장은 “변리사법 제8조가 특허법, 실용실안,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 어디에도 (변리사의 소송대리) 규정이 없다”며 “그게 의아하다. (변리사법) 완전히 엉터리다. 정말 황당한 느낌이다. 닭을 잡는데 껍질도 안 벗기고 먹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법이 말이 안 된다”며 “우리 같은 민사소송법 제87조 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현중 전 원장은 그러면서 “이렇게 털도 안 뽑고 닭을 먹는 이런 입법은 처음 봤다”고 어이없어 하며 “여러분 이게 허용이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강현중 전 원장은 “이건 한마디로 변리사회에서 변호사를 우습게 아는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은 “결론적으로 이제는 변리사법 개정이 문제 아니라, 변리사법 제8조의 무효를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강현중 전 원장은 심포지엄 발제 자료집에서도 “헌법 제27조 제1항의 이상은 민사소송법 제87조에서 정한 변호사대리의 원칙을 구체화됐으므로, 이를 무시한 변리사회의 변리사법 개정안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이종엽 대한변협회장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이임성 회장,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변리사에게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심포지엄 좌장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맡았다.
제1주제는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변호사 제도의 헌법적 의미 – 변리사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관련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또한 지정토론자로는 최재원 대한변호사협회 감사, 차상진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 정원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이환주 기자(파이낸셜뉴스)가 참여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규민 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침해소송에 있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변리사가 변호사와 같이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법원, 한국법학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구성원 모두 해당 법안이 국민의 권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민사사법체계의 기본 틀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음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반대했지만, 현재 법사위에 회부돼 있다”며 “이에 변리사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인 ‘변리사 공동소송대리권 부여’의 위헌성과 문제점을 분석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