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로리더] 헌법학자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은,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며 “바로 그 점에서 상당히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우리 헌법 및 법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리이자 가치인 법치주의의 기본 틀을 훼손하면서까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할 이유는 없다”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변리사법 개정안은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변호사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념촬영
기념촬영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와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회장 이임성)는 5월 24일 역삼동 대한변협 대강당에서 ‘변리사 공동 소송대리권 부여의 위헌성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온라인 웨비나(ZOOM)로 중계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는 발제자로 나와 “변호사제도의 헌법적 의미”를 짚으며 변리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살폈다.

발제하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얘기되고 있는 것이 영국 검찰청 CPS(Crown Prosecution Service)다. 영국에서 경찰이 수사를 하면, CPS가 기소를 하고, 공소유지는 여전히 대부분의 경우에는 바리스타(Barrister, 법정변호사)가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CPS를 설치하고 난 뒤에, CPS 소속의 검사들이 공소유지까지 하려고 하니까 바리스타들이 들고 일어났다. ‘법정에서 대리하는 것은 변호사의 고유직역이다. 그것을 왜 검사들이, 다른 말로 하면 바리스타가 아닌 검사가 공소유지를 하려고 하느냐. 이건 우리의 영역이니 건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법 개정 과정에서 그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상 자잘한 사건들은 검사들이 하고, 중요한 사건들은 결국은 바리스타가 검찰청의 위임을 받아서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이 사례는 우리가 변호사라는 변호사제도를 받아들일 때 가장 뚜렷한 모습들이다. 우리가 전문직이라고 하면 프로패션(profession)이다. 아주 특별한 직업집단을 가리킨다. 전형적으로 전문직은 의사, 변호사, 신부님과 같은 사제(司祭)들이다”라고 예를 들었다.

발제하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교수는 이어 “자기들만의 고유한 양성과정, 선발과정을 거쳐서 자격부여 체계를 형성하고 그리고 자기들만의 도그마틱을 만들어낸다. 그 어떤 외부적인 지식체계나 정보체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독자적인 지식체계 정보체계를 갖추고 있는 법학에서는 ‘도그마틱’이라고 한다. 이 도그마틱을 갖추고 그것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리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단체를 만들어 내고, 또 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 내부적인 윤리통제 장치를 갖추는 체제를 모두 구비했을 때 프로패션이라고 하고 우리말로 전문가라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좌장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과 발제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실제 우리사회에서 전문가라고 지칭되는 직업집단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사제, 의사, 변호사만큼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갖추고 존재하는 제도는 없다”며 “변리사는 나름대로 특허와 관해서는 전문가, 스페셜리스트라는 점에서는 맞는 이야기이나, 프로패션이라는 점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변호사법에 적혀 있는 변호사 윤리통제, 책임과 의무에 관련된 사항들 엄청나게 많다. 20개 가까이 된다. 변호사윤리규정, 변호사윤리장전은 제외하고라도 변호사법에서만 그렇다”며 “(반면) 변리사법에서는 딱 하나 규정이 있다. 변리사회에서 회칙을 만들어 회원들은 그것을 준수하라는 규정 하나뿐이다”라고 비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기본적으로 질이 다르고 유형이 다른 것이다. 이건 비슷한 개념이 아니라 종유 자체가 다른 그런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변리사법 개정안의 경우 이 경계를 허물어트리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발제하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자 한상희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누차 이야기하는 게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 규정은 명확성의 원칙에 합치돼야 된다’고 말한다. 이때 헌법재판소는 거듭 되게 이야기한다. 법 규정이 애매모호하더라도 법률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 의미를 확정할 수 있으면 명확성의 원칙은 충족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법의 해석 중심에 국가권력의 측면에서 사법권력의 대표자인 법관,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민을 대리해서 법을 해석하는 변호사를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교수는 “그러기에 헌법재판소가 변호사가 하는 일들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의 심포지엄 발제 자료집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1990년 9월 3일 선고(89헌마120)에서 변호사 강제주의에 관해 판단하면서 변호사의 헌법적 기능을 정리한 바 있다.

1. 변호사는 당사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며, 사법적 정의의 실현에 기여한다.
2. 재판을 통한 기본권의 실질적 보장과 사법적 정의 실현의 첩경이 된다.
3. 남소의 위험을 사전에 제거/예방함으로써 국가의 소송부담을 경감할 뿐 아니라 신중한 사법적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4. 법관과 동일한 자격을 갖춘 변호사가 재판/심리에 관여하게 되면서 재판관의 관료적인 편견과 부당한 권위의식 또는 자의로부터 당사자가 보호될 수 있도록 한다.
5. 그리고 이 점에서 국가사법 운영의 민주화에 공헌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br>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실제 이런 틀을 본다면 헌법에서는 법치국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한 기본적인 틀로 변호사를 하나의 국가제도로 편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봤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법 집행자로서의 국가권력과 법 집행의 대상으로서의 국민들을 중개해 주는 역할로서의 변호사라는 직역들이 가장 중심에 놓여 있고, 우리 헌법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움직여 나가는 법치주의를 기본적인 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변호사제도라는 것이 하나의 헌법적인 의미를 가지는 제도보장이라고 하면 의당 이 제도보장의 기본적인 틀, 입법자는 변호사제도를 자유롭게 형성할 수는 있으나, 변호사제도의 최소한의 모습, 본질적인 모습은 함부로 침해해서는 안 된다. 기본권은 최대보장이지만, 제도보장은 최소보장이다.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좌측부터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좌장 박상수 변협 부협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좌측부터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 좌장 박상수 변협 부협회장,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그러면서 “변호사제도에 있어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뭐냐, 법원에서 소송을 대리하는 게 변호사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유일하게 법정에서 당사자들을 소송과정에서 또는 재판과정에서 대리하는 업무는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변호사제도가 존재한다면, 변호사라는 직역이 있다면 이 직역의 가장 밑바닥에는 법원에서 판사 앞에서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 판사에게 말을 할 수 있는 권리, 법정에서 출석해서 진술할 수 있는 권한 바로 그것이 변호사의 가장 중심적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그런데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호사의 가장 기본적인 직역에 해당하는 법정대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며 “이게 변호사의 것을 빼앗아 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송구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우리의 법치주의의 기본적인 틀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변리사들의 주된 영역은 사실관계의 확정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최우수 발명의 확인 작업이다. 사실을 보고 분석을 하고 사실에 입각한 인식을 하는 작업이다. 변호사들이 하는 것은 도마그마틱을 바탕으로 법을 해석해서 구체적인 법규를 발견해 내는 판단 작업”이라며 “(변호사와 변리사는) 전혀 다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해) 이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것은 변호사의 직역을 바탕으로 형성된 우리의 법치의 기본적인 근간을 흔들어 놓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자인 한상희 교수는 그러면서 “변리사법 개정안은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든다”면서 “바로 그 점에서 상당히 위헌적이다”라는 목소리를 냈다.

발제하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편, 한상희 교수는 심포지엄 발제문에서 “변호사제도의 가장 핵심에 해당하는 법정대리권은 비록 입법자라 하더라도 함부로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없는, 입법의 한계를 이룬다”고 짚었다.

발제하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현재 법사위에서 회부된 변리사법 개정안은 안타깝게도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개정안은 우리 변호사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 헌법 및 법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리이자 가치인 법치주의의 기본 틀을 훼손하면서까지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할 이유도 없으며, 로스쿨을 중심으로 법률전문직 체계가 원활하게 자리 잡고 있는 우리의 법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그러한 파행적이고 후진적인 변형체계를 굳이 우리 사회에 도입할 특단의 이유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상희 교수는 “오히려 변호사제도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즉 변호사만이 소송대리권을 가짐으로써 법률전문직인 변호사들의 참여와 협조에 기반한 법치주의의 실현을 도모하고자 하는 우리 법체계의 골격을 가능한 한 최대한의 수준에서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br>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이임성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br>
이임성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br>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이날 심포지엄에서 이종엽 대한변협회장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이임성 회장,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변리사에게 공동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심포지엄 좌장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맡았다.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제1주제는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변호사 제도의 헌법적 의미 – 변리사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관련하여”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제2주제는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이 “변리사회가 제안한 변리사법 개정안은 헌법 위반이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또한 지정토론자로는 최재원 대한변호사협회 감사, 차상진 대한특허변호사회 회장, 정원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이환주 기자(파이낸셜뉴스)가 참여했다.

현재 국회에는 이규민 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침해소송에 있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변리사가 변호사와 같이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이임성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강현중 전 사법정책연구원장,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 이임성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변협은 “법원, 한국법학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구성원 모두 해당 법안이 국민의 권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민사사법체계의 기본 틀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음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반대했지만, 현재 법사위에 회부돼 있다”며 “이에 변리사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인 ‘변리사 공동소송대리권 부여’의 위헌성과 문제점을 분석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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