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br>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연령만 기준 삼는 임금피크제는 위법”, 임금피크로 감액된 임금 지급해야
(대법원 2022년 5월 26일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사례) 피고(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근로자인 원고가, 정년을 61세로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55세 이상 근로자들의 임금을 감액하는 내용으로 도입된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가 구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규정(제4조의4 제1항)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성과연급제를 적용하지 않은 취업규칙에 따른 임금과 성과연급제에 따라 지급받은 임금차액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 성과연급제는 정년 61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55세 이상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고, 경영혁신과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원고(1955년생)의 경우 이 사건 성과연급제의 적용으로 감액된 월 급여의 액수는 성과 평가 결과 최고 등급일 경우에는 약 93만 원, 최저 등급일 경우에는 약 283만 원이다.

피고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1세 이상 55세 미만 정규직 직원들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하여 떨어지는데, 오히려 55세 이상 직원들의 임금만 감액되었다. 이 사건 성과연급제 시행에 따라 55세 이상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 변경되거나, 목표 수준이 낮게 설정되어 업무량이 감소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상태다.

해설)

우선 문제가 된 고령자고용법의 내용을 살펴보자. 위 법 제4조의4에서는 “①모집ㆍ채용, ②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③교육ㆍ훈련, ④배치ㆍ전보ㆍ승진, ⑤퇴직ㆍ해고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가 근로자인 원고에게 적용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의 위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1심과 원심에서는 원고가 일부 승소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한 사건이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세 가지다. ①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이 강행규정인지 여부, ② 고령자고용법의 위 규정에 대한 위반 여부(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③ 피고의 위 성과연급제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의 규정 내용, 연령차별을 당한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고, 구제조치와 시정명령이 내려질 수 있으며, 시정명령 불이행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점, 고용의 영역에서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여 헌법상 평등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동 조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이 사건 성과연급제는 피고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이러한 목적을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성과연급제로 인하여 원고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고, 업무감축 등 적정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은 점, 이 사건 성과연급제를 전후하여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연령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봤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위 판결에 대하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 부담 가중과 고용 불안 등 산업현장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 간 합의하에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연령에 따른 차별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이번 판결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개정돼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의무화되면서, 동시에 노사에게 임금체계 개편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면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는데, 이번 판결은 이러한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면서 산업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 등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에서는 ‘모집ㆍ채용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의5에서는 차별금지의 예외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연령을 이유로 한 임금피크제가 위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냐의 문제다.

고령자고용법이 강행규정이 아니라면 합의에 의해서 위 법 규정을 배제할 수 있다. 그러나 강행규정이라면 합의에 의해서 배제가 불가능하다. 대법원은 위 고령자고용법을 강행규정으로 봐서 근로자와의 합의(해당 노조와의 합의)에 의해서 연령에 의한 차별이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고령자고용법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헌법적 가치인 만큼 강행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음으로 연령을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에 의한 차별이 무조건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별이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하다. 결국 고령에 의한 임금피크제가 합리성 있는 차별이냐의 여부에 따라서 효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법원은 합리성의 판단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향후 임금피크제로 인해서 감액된 임금반환 청구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위와 같은 합리성의 기준에 의한 차별이냐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진다.

고령자고용법이 모집, 채용, 임금, 복리후생 등에서 연령을 기준으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해석은 불가피하다. 경제단체는 기업 부담 가중과 고용 불안 등을 이유로 위 판결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대상 판결이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면 기업의 부담이나 고용불안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대상 판결이 임금피크제가 무조건 무효라는 것이 아니라 임금피크제를 빙자해서 고령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행위만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령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합리성을 갖도록 제도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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