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상고제도의 개선은 대법원의 권위 유지나 업무부담 감소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며 “대법관 수를 3배 이상 획기적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민변 사법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의 상고심사제도 도입과 대법관 소폭 증원 논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제도 개선 방안으로 상고심사제 도입과 대법관 증원, 상고제도의 단기적 개선 방안으로 상고이유서를 원심 법원에 제출하는 제도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상고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한 이래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 왔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현재까지 제시된 여러 방안 중 복합형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면, 그 형태는 대법원 상고심사제도 도입 방안과 대법관 증원 방안을 혼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렸다. 덧붙여 “대법관 증원은 필요최소한으로 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까지 제시했다.

대법원 청사

민변 사법센터는 “우리나라의 경우 1981년에서 1990년 사이 상고허가제를 시행한 바 있다. 상고허가 절차를 대법원이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차이는 있으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고심사제는 그 실질이 상고허가제에 다름 아니다”고 봤다.

민변은 “대법원의 상고심사제 도입은 스스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선별해 직접 심판하고, 나머지는 상고심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무엇이 중요한 사건인지에 대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지 의문이다.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심사에 의해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상고허가제는 상고제한이 헌법상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꾸준한 비판 하에 결국 폐지되었고, 상고심의 심리 여부를 법원이 자의적ㆍ직접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비판은 상고심사제 도입에 있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대법관을 최소한도로만 증원한다는 발상 역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은 “상고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논의된 이유는 매년 5만 건 안팎의 상고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와 대법관 1인당 재판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 때문”이라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12명의 대법관이 5만 건, 대법관 1인당 연간 4천여 건을 처리하는 셈”이라며 과중한 사건부담을 짚었다.

민변은 “소부에서 합의하는 사건을 모두 더하면 연간 1만 6000건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도저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3~4명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이 사건 처리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대법원의 입장은 전원합의체를 강화하기 위해 대법관 수를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는 취지인데, 2021년 이루어진 전원합의체 사건은 총 24건, 2020년은 20건으로, 전체 사건의 0.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대법관 1인당 사건 처리 수가 3천여 건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1년에 20건도 채 선고하지 못하고 있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민변은 “전원합의체도 사법행정자문회의 의견에서 제시된 것처럼, 반드시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하지 않고, 사법부, 공법부 등으로 나누어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민변은 “한편, 상고제도의 단기적 개선 방안으로 제시된 ‘상고이유서 원심 법원 제출 제도’의 경우에는 대법원의 사건 관리 업무 부담을 경감시킬 수는 있을 것이나, 상고이유서가 제출되어야 검토가 개시되는 현행 업무처리 관행에 비추어 볼 때 대법관에 의한 충실한 심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상고제도의 개선은 대법원의 권위 유지나 업무부담 감소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다수의 상고사건에 대해 충실한 심리를 하고, 중요한 사건에 관해 통일적 법령 해석 및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한 대법관 증원안’이 1차적인 해법”이라며 “사건 수가 늘어나고 복잡하고 다양한 쟁점이 제기되는 변화를 감안하여 실질적으로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관 수를 3배 이상 획기적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대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충실한 심리를 통해 권리를 구제하고 동시에 사회의 변화된 현실과 사회적 다양성을 담아 사회적 가치기준을 마련하는 정책법원 기능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아울러, 상고사건 폭증의 원인이 사법 불신과 사실심 부실화에 있다는 비판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사법신뢰 회복을 위한 사실심 충실화 방안을 마련해 법원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제고함으로써 상고율을 낮추는 방향에 대한 고민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최고법원에 대한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는 방식이 아닌, 오로지 사건 수 경감과 법원의 편의에만 초점을 맞춘 현재의 상고제도 개선방향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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