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만남 주선 온라인 서비스 ‘데이팅 앱’ 이용과 관련해 성별, 학벌, 직업 등을 이유로 가입 조건에 차등을 두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남성의 가입조건에 대기업, 공기업, 의사, 변호사 등 직업과 명문대학 졸업자인지 등에 대한 인증절차를 거친 후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진정인은 “A업체가 운영하는 소셜 데이팅 앱이 여성회원과 달리 남성회원에게는 특정 학교 출신 또는 특정 직업을 가입조건으로 설정하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남성의 가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성별, 학벌 또는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므로 시정을 원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A업체는 2017년부터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약 130개의 학교 및 직업군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A업체는 성별에 따라 가입조건을 달리 정하고 있다. 남성의 경우 ▲안정된 회사 재직자(대기업, 공기업 등) ▲전문직 종사자(의사, 변호사 등) ▲명문대학 재학ㆍ졸업자 등 특정한 직업과 출신학교 조건에 대해 인증절차를 거친 후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여성의 경우 가입 제한은 없으나 대학(원), 직장, 연봉 등에 관한 정보를 자기소개란에 등재하고자 하면 이를 인증 받아야 한다.

A업체는 “데이팅 앱이 남성과 여성의 가입조건을 달리 하는 것은 성별에 따라 선호가 다르다는 점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이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앱 서비스 이용자가 여성에 비해 남성이 현저히 많기 때문에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의 선호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남규선)는 “이 사건 데이팅 앱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여성이 남성보다 가입이 용이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는 영리를 추구하는 피진정인(A업체)의 영업상 전략에 해당하는 것으로, 앱 사용자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업체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데이팅 앱 이용자의 성비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4~8배 정도 많은 편이며, 이 사건 데이팅 앱의 경우 남성이 3.5배 가량 많다고 한다.

차별시정위원회는 “물론 데이팅 앱이 성별에 따라 회원 가입 요건을 달 정하고 남성의 경우 특정 학교 출신이나 직업군으로 가입요건을 정해 회원가입을 제한한 행위는 우리 사회의 성별 고정관념과 학벌 차별 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이 사건 데이팅 앱 이외에 다른 대체 수단이 존재하는 점, 가입조건이 인종이나 키, 국적과 같이 개인이 쉽게 통제하거나 바꿀 수 없는 요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점, 선호하는 교제 대상의 조건은 개인의 가치관과 결혼관을 반영하는 내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진정인의 행위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진정은 기각하면서도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의견표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는 “이 사건 데이팅 앱에서 남녀의 선호조건은 주관적인 취향의 영역이라 하더라도 이를 가입조건으로 구체화함으로써 ‘남성은 여성과 달리 경제적 능력이 필요하다’ 등의 성차별적 편견과 성역할 고정관념을 확산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크므로 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출신대학, 직업 등 사회적 신분에 따라 인간을 범주화하고 다르게 대우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진다면 인간의 상품화 등으로 인한 인간의 존엄성 침해, 사회갈등이 야기될 우려가 있음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별시정위원회는 “이에 피진정인(A업체)이 이 사건 데이팅 앱 이용과 관련해 개인의 선호를 반영하고, 회원의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공해 회원들이 안전하게 교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특정 학교 졸업이나 직업 등을 제한해 인증을 거치도록 한 것이 일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성역할 고정관념, 학벌 차별 등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성별, 특정 학교 졸업이나 직업 등의 조건을 두어 가입을 제한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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