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피고인이 1심 이후 곧바로 대법원에 낸 비약적 상고도 2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항소와 같은 효력 인정해야(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22년 5월 19일 선고 2021도17131)

​사례)

피고인은 강도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집행을 종료한 지 3년 이내(형을 가중해야 하는 누범기간 내)인 2021년 2월 6일자 피해자 A(여, 60)에 대한 강도(피해내역: 현금 1만 7000원 및 가방), 2020년 9월 12일자 피해자 B(여, 62)에 대한 폭행, 2020년 9월 12일자 피해자 C(범행 장소인 주점 주인)에 대한 주취 난동으로 인한 업무방해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심 판사는 2021년 7월 22일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에 대하여 강도죄 등 범죄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및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 등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2021년 7월 27일 제1심 법원에 비약적 상고장을 제출하였고(별도로 항소를 제기하지는 않음), 검사는 2021년 7월 28일 제1심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였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비약적 상고심이 아닌) 항소심이 진행되었다.

항소기간 내에 항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비약적 상고장만을 제출했던 피고인은 2021년 9월 1일 심신장애 및 양형부당, 전자장치 부착기간 과다를 주장하는 항소이유서를 원심 법원에 제출하였다.

피고인 및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은 2021년 10월 6일 원심(항소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 심신장애 및 양형부당을 항소이유로 진술함과 동시에 위 2021년 9월 1일자 항소이유서를 진술하였으나, 원심은 2021년 12월 8일 피고인의 항소는 없었고, 검사의 항소만 있었음을 전제로 피고인의 항소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고, 검사의 항소만을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의 적법한 항소제기가 없었다고 봐서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검토하지 않고, 항소를 제기한 검사의 항소이유만을 항소심 재판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다.

해설)

비약적 상고(飛躍的 上告)는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법적 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비용의 절감을 도모하기 위해서 생겨난 제도로, 1심 판결에 대해 법원의 사실 판단을 인정하지만 해당 사건의 법률적 해석에 대해 의견이 다를 경우 이루어지는 법률적 절차를 말한다.

비약적 상고에 대하여 우리 형사소송법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372조(비약적 상고)

다음 경우에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상고를 할 수 있다.

1. 원심판결이 인정한 사실에 대하여 법령을 적용하지 아니하였거나 법령의 적용에 착오가 있는 때
2. 원심판결이 있은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

​제373조(항소와 비약적 상고)

제1심 판결에 대한 상고는 그 사건에 대한 항소가 제기된 때에는 그 효력을 잃는다. 단, 항소의 취하 또는 항소기각의 결정이 있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제373조는 당사자 일방의 비약적 상고로 상대방이 심급의 이익을 잃지 않도록 하고, 동일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동시에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73조에 따라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과거의 판례는 형사소송법 제373조의 규정에 대한 문리해석 따라서 비약적 상고 이후에 항소가 제기되면 항소심 재판이 열리므로 비약적 상고는 그 효력을 잃어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를 제기한 당사자의 항소이유만을 검토하면 되고 비약적 상고이유는 더 이상 살펴볼 필요도 없다는 해석이다.

즉 검사가 비약적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한 탓으로 제1심 판결에 대한 상고가 그 효력을 잃는 경우에 있어서 검사가 항소를 제기한 효력(바꾸어 말하면 제1심 판결에 대하여 불복하는 효력)은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 논지는 비록 비약적 상고는 실효하였더라도 검사가 항소를 제기한 효력은 인정하여야 되는 것임을 전제로 하여 이론을 전개하는 것이므로 채용할 수 없다(대법원 1971. 2. 9. 선고 71도28 판결).

그런데 위와 같이 형식논리적인 해석을 할 경우에는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를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검사가 항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럴 경우 상고심은 진행되지 않고 항소절차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서 어떠한 상급심 판단도 받지 못하게 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상급심 판단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해석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피고인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경우 항소와 비약적 상고의 차이를 명확히 알기도 어렵다. 그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있는 경우 법원으로써는 보정명령을 통해서 항소의 의미인지, 항소심 판단을 포함한 비약적 상고인지, 항소심을 생략한 채 대법원의 판단을 바로 받기를 원하는 비약적 상고인지의 여부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위 사례에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비약적 상고를, 검사는 항소를 각각 제기하여 이들이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항소기간 준수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때에도 항소심에서는 제1심 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2년 5월 19일 선고 2021도17131 전원합의체 판결)’면서 과거의 편례를 변경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형사소송법은 제373조의 적용으로 ‘상고’의 효력을 잃은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할 필요가 있고,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이 경우 비약적 상고에 대하여 ‘상소’로서의 모든 효력을 부정하는 취지로 해석되지도 않으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와 검사의 항소가 경합한 경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고려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 내의 해석이고, 피고인의 의사에는 비약적 상고가 검사의 항소 제기로 상고의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 ‘항소’ 등 가능한 다른 형태로 제1심 판결의 효력을 다투는 의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며,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을 넘어 항소로서의 효력까지도 부정된다면 피고인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 지나치게 침해된다는 것이다.

또한 피고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검사의 조치로 인해 피고인은 항소심 과 상고심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상실한 반면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더라도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형사소송법이 예정한 심급의 변경 등 절차 진행에 별다른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는 항소기간 내에 적법하게 제기되는 등 항소로서의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고,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에 상고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항소심에서는 제1심 판결을 다툴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에 항소로서의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형사절차 규정에 대한 문언해석의 중요성과 소송절차상 안정을 기해야 하고, 비약적 상고와 항소에 있어서 피고인의 의사가 서로 구분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점에서 과거의 판례가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적극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검사의 항소로 피고인의 비약적 상고가 무력화돼서는 안 되며, 피고인이 비약적 상고를 통해 1심 판결에 대하여 불복의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므로, 비약적 상고 후에 상대방의 항소가 있어서 상고심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항소심이 진행되는 경우 양쪽 모두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봐서 항소심에서 새로이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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