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통령 용산집무실 인근 100m 집회를 금지한 용산경찰서장의 금지통고는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통령 집무실’이 ‘대통령 관저’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구분한 결정이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4월 19일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참가예정인원 500명(신청인단체와 연대단체 및 시민), 질서유지인 20명 규모로 5월 14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용산역광장에서 사전집회를 개최한 다음 이태원광장에서 마무리집회를 예정으로 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성소수자들의 문제점 및 행진’을 개최하겠다고 집회신고를 했다.

그런데 용산경찰서는 4월 20일 해당 행진에 대해 금지통고를 했다. 행진 경로 중 이태원로 국방부 앞 구간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 이후부터 집시법의 옥외집회 금지장소인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 해당함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함께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민변은 “집시법 제11조가 제3호가 규정한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공적 업무를 보는 ‘대통령 집무실’과는 구분되는 곳이므로, 행진 경로는 집시법의 옥외집회 금지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용산경찰서는 “대통령 집무실이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 지은희, 김도형 판사)는 5월 11일 대통령 용산집무실 인근 100m 집회를 금지한 용산경찰서장의 금지통고에 대해 본안 판결 시까지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2022아11236)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의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경찰이 ‘용산역광장에서 출발해 이태원광장에 도착하는’ 2.5km에 이르는 구간의 행진을 전면금지한 부분금지통고는 신청인들의 집회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관저(官邸)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는 뜻으로서, 집시법 제11조 제3호의 입법취지와 목적,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해 보더라도,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종래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청와대 외곽 담장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가 제한됐지만, 이는 대통령 과저 인근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제한함에 따른 반사적이고 부수적인 효과”라고 봤다.

재판부는 지난 5월 9일 개정되기 전의 대통령경호법 시행령에서도 ‘경호구역 중 대통령집무실ㆍ대통령관저 등은 내곽구역과 외곽구역으로 나누며’라고 규정해 ‘대통령집무실’과 ‘대통령관저’를 구분하고 있었던 점도 판단의 근거로 짚었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경로의 행진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부분금지통고는 공공의 안녕을 침해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우려가 소명되지 않은 집회까지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서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해당 행진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인근 교통정리 및 경호에 예기치 못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신청인이 목적하는 표현의 자유는 신속하고 1회적인 방식으로 이 사건 경로를 통과하는 것으로도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일정한 조건 하에 행진과 관련한 부부금지통고의 효력을 정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변은 “이번 판결은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다고 하여 대통령 집무실 인근을 자의적으로 금지한 경찰의 유권해석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집무실 인근 집회를 보장한 것으로서 의의가 크다”고 환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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