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으로 회사가 부담한 과징금 손해와 관련해 대우건설 경영진이 회사에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던 경제개혁연대는 배상명령 액수가 소액이라며 비판했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5월 12일 경제개혁연대 등 대우건설 소액주주들이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대우건설 옛 등기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16일 논평에서 “이로써 대우건설의 4대강 사업, 영주 다목적댐 건설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등 담합으로 회사가 부과받은 과징금 손해와 관련해 당시 이사였던 박삼구 등 이사 10명 모두에게 배상책임이 있음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만, 대우건설의 과징금 및 벌금 등 손해 284억 원 가운데, 법원이 이사들이 연대해 5억 1000만 원에 대해서만 배상 명령을 내린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021년 11월 동국제강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조직적인 담합 행위로 인해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을 회사의 손해로 처음 인정했고, 이러한 담합행위를 대표이사(장세주 회장)가 몰랐다거나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경제개혁연대 등 대우건설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항소심 재판부도 장기간에 걸쳐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담합으로, 회사가 부담하게 된 과징금 및 벌금을 회사의 손해로 인정해 이사에게 책임을 인정한 것은 동일하며, 대표이사 외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모든 이사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대법원은 원심과 동일하게 이 사건 담합행위와 관련해 모든 이사들에게 감시ㆍ감독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나아가 기업의 중대한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고, 회사의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 등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적절한 작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판결로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만 관여했다고 해서, 감시의무에 대한 책임이 면제될 수 없음이 확인됐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대법원이 이사들의 임무 해태와 감시ㆍ감독 책임을 최종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배상액은 담합으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보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우건설은 2009년 1월부터 12월까지 4대강 사업, 영주 다목적댐 건설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등에서 입찰담합에 집중적으로 가담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과받은 과징금과 벌금 등 284억여 원은 이사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회사가 부담하게 된 손해의 최소한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외에 입찰 제한조치로 인한 영업손실과 신용하락 등 유무형의 손실까지 포함하면 회사의 손해는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손해액을 과징금 대비 1.8%에 불과한 5억 1000만 원으로 제한했다”며 “이것만으로 회사의 손해가 온전히 회복될 리 만무하며, 사실상 이사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이사가 불법행위 또는 임무 해태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음에도 회사가 자체적으로 손해회복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주주들이 회사를 대신해 책임 있는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회사의 손해를 회복하도록 하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대우건설 주주대표소송은 2014년 5월 법원에 소제기 된 사건으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며 “지난 8년 간의 성실히 소송에 임한 결과가 단지 이사들의 책임 소재를 확인하는데 그치고, 회사의 손해회복이라는 대표소송 본연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부당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대법원을 직격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더욱이 대법원 역시 항소심과 같은 사유로 이사들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사정을 참작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되나, 그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을뿐더러,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회사가 입은 대규모 손해를 고려할 때, 이사 개인들에게 지나치게 봐주기 판결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판결은 담합 등 불법행위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과도한 손해액 감경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손해 보전이라는 주주대표소송의 궁극적 목적은 제대로 달성되지 못했고, 이사의 감시의무 미흡에 대한 실효적인 제재도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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