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16일 “국회는 공무원 특혜와 직역 이기주의로 점철되고, 민사소송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변리사법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대한변협은 성명에서 “법률지식과 소송수행 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변리사에게 특허ㆍ상표ㆍ디자인 관련 민사소송 영역에서 소송대리권을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5월 1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를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변협은 “법원, 한국법학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구성원 모두 해당 법안이 국민의 권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민사사법체계의 기본 틀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음을 우려하며 한목소리로 반대했지만, 국회는 이 같은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협은 “나아가, 산자중기위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주요 선진국에서도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한다’는 변리사회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위 법안 의결의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외국 입법사례를 아전인수격으로 왜곡한 허위주장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변협은 그러면서 미국, 독일, 영국 등 해외 사례를 제시했다.

변협은 “미국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BAR)을 합격한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만 특허관련 소송수행을 할 수 있고, 위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변리사(Patent Agent)는 소송수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우리나라의 변리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지도 않았고, 변호사시험(BAR)을 합격하지도 않은 Patent Agent에 해당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독일은 우리나라에 비해 변리사 등록 시 요구하는 과학기술 지식과 일반 법률지식, 교육 기간이 월등히 많음에도 변리사에게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소송대리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단지 독일 변리사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불복 절차에서 당사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구두로 의견을 진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제시했다.

변협은 “영국은 ‘Legal Service Act 2007’을 통해 2010년 1월 1일부터 아예 변리사 제도를 폐지하고, 특허변호사와 상표변호사 제도를 신설하는 사법개혁을 진행했으며, 현재 특허와 상표에 관한 모든 업무를 변리사가 아닌 변호사가 담당하고 있다”며 “이들은 로스쿨 교육 등을 받고 특허 변호사시험을 합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오직 일본만 2002년 변리사법을 개정해 침해소송에서의 공동소송대리권을 일부 인정하는 ‘부기변리사’제도를 도입했다”며 “부기변리사로서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공동소송대리권을 갖기 위해서는 소송절차와 윤리 교육이 포함된 ‘특정침해소송’ 연수를 받고 논문형 업무대리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협은 “하지만 이러한 일본의 시도는 결국 제도적 실패로 귀결되었는데, 침해소송대리인으로 활동한 부기변리사 비율이 2011년 14.4%, 2012년 16.6%, 2013년 18.1%, 2014년 17.1%로 매우 낮았으며, 부기변리사 지원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침해관련 민사소송 절차에서 현실적으로 변리사의 조력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변리사가 담당할 업무영역이 거의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처럼 체계적인 법률교육을 받지 않고 검증된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비전문가에게 소송대리권을 허용하는 나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협은 특히 “지난 11일 법원행정처(처장 김상환)도 이 같은 점을 포함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기술하며 사실상 위 법안에 반대하는 ‘신중 검토’ 의견서를 산자중기위에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변리사법 개정안의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도, 국회가 이를 졸속으로 급하게 처리하려는 근본 배경과 저의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변협은 “현재 특허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7급 공무원은 변리사 1차 시험을 면제받고, 5급 이상 공무원으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1차 시험 전 과목과 2차 시험 일부 과목을 면제받고 있어 이들의 변리사 자격증 취득에 대한 불공정과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변협은 “특허청 출신 전관들이 전혀 검증도 받지 않은 채 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에 더해 소송대리권까지 갖게 되는 것은 단지 특허청 출신이라는 전관의 이름으로 변리사 자격증과 소송대리자격을 거저 취득하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공정과 상식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방향과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온갖 미사여구와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돼 있지만, 그 내막과 실체는 특허청 공무원들에게 또 하나의 노후대책을 선사하는 꼴”이라며 “특허청 차원에서 직접 나서 이번 변리사법 개정안 통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봐도 그 의도가 분명하다”고 봤다.

변협은 “특허ㆍ상표ㆍ디자인 등의 분쟁 시 이들 기술적 사항에 대한 침해 여부 판단은 특허심판원에서 특허무효심판 등 심결을 통해 결론이 난후 후행적으로 법원의 민사소송에서 이를 기초로 법리적용을 통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실무상 관행이고, 이는 특허심판원과 법원 민사소송의 판단이 서로 달라져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사실상 변리사 등이 대리하는 특허심판원의 특허무효 등 심결 결정이 난후 이에 기초해 관련 민사소송에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고, 나아가 변리사들은 민사소송에서 감정보고서 제출은 물론 재판에 직접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 있다”며 “따라서 민사소송 절차에서도 변리사가 소송대리권을 행사할 아무런 실익이 없는 것이 현실이고,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경제적 비용부담만 가중시키는 개악에 해당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소송대리는 소의 제기부터 증거제출과 증인신문 등 변론, 항소에 이르기까지 소송전반에 걸친 일체의 포괄적 권한 대리”라며 “체계적인 법률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변호사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전문가에게 이같이 포괄적인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로스쿨제도 도입의 취지와 민사사법 체계에 반하며, 실무적으로도 많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변협은 그러면서 “이처럼 전문자격사 제도의 근본 취지를 벗어나 민사법 체계를 기본부터 무너뜨리고 특정 직역과 공무원 집단의 특혜를 위해 불공정을 증폭시키는 변리사법 개정안의 즉각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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