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변호사와 공동 소송대리 ‘변리사법’ 개정안 조목조목 지적
법원행정처, 변호사와 공동 소송대리 ‘변리사법’ 개정안 조목조목 지적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2.05.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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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법원행정처(처장 김형두)가 11일 변호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변리사에게 소송대리를 허용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검토 의견은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것으로 사실상 반대 입장에 가깝다.

법원행정처가 있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있는 대법원

이규민 국회의원이 대표발의 한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리사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송실무교육을 이수한 경우, 변호사와 공동으로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특허 등 침해소송에 대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지난 4일 이런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 전임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회장 석왕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에서 강한 반대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5월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변리사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변리사법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변리사는 현재 행정소송에 해당하는 특허법원에서 담당하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변리사법 제8조에서 규정하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행정소송인 심결취소소송에 한정되는 것인지 또는 민사소송인 특허 등 침해소송에도 인정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변리사법 제8조에서 규정하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은 행정소송인 심결취소소송에 한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이에 더해, 변리사가 민사소송인 특허 등 침해소송의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법원행정처는 검토의견에서 “이는 원칙적으로 재판당사자인 국민의 권익 보호 변리사법의 입법취지와 내용, 민사소송에 관한 일반법인 민사소송법과의 관계, 행정소송인 심결취소소송과 민사소송인 특허 등 침해소송과의 유사점과 차이점 등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변리사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변리사의 업무범위와의 충돌

법원행정처는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의하면 변리사법 제2조에서 규정하는 변리사의 업무범위에 민사소송인 특허 등 침해소송의 소송대리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므로 개정안에 따르면 제2조에서 정하는 변리사의 업무범위 외의 업무를 인정하는 결과가 돼 법체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변리사법 제2조(업무) “변리사는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하여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고, 그 사항에 관한 감정(鑑定)과 그 밖의 사무를 수행하는 것을 업(業)으로 한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은 변리사법 제8조에 의해 변리사에게 허용되는 소송대리의 범위가 문제된 사안에서, 변리사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변리사의 업무는 특허 등 그 자체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①특허 등의 출원ㆍ등록 대리, ②특허 등에 관한 특허심판원의 각종 심판 대리, ③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의 대리에 한정되므로, 변리사법 제8조에 의하여 변리사에게 허용되는 소송대리의 범위 역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심결취소소송에 한정된다고 봤다”고 밝혔다.

이는 대법원이 2012년 10월 25일 선고한 판결(2010다108104)이다.

법원행정처는 또 “헌법재판소 역시 이와 동일한 내용의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2012년 8월 23일 선고한 결정(2010헌마740)이다.

법원행정처는 “개정안과 같이 변리사가 심결취소소송 이외에 민사소송인 특허 등 침해소송의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경우, 이는 변리사법 제2조가 예정하고 있는 변리사의 업무범위 외의 업무를 인정하는 것으로 현행 변리사법 제2조와 내용상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 민사소송법 제87조의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과의 관계

이와 함께 법원행정처는 민사소송법 제87조의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과의 관계도 짚었다.

민사소송법 제87조(소송대리인의 자격)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

법원행정처는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호사가 아닌 변리사가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민사소송에 관한 일반법인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과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사 변리사법을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보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변호사에 한하여 민사소송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취지를 고려해 그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의 취지는 ①민사소송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공인된 법률사무 전문가에 한하여 소송수행을 인정하고, ②사법절차의 진행이 재판당사자인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요구함으로써, 소송절차의 원활한 진행과 재판당사자인 국민의 권익 보호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변리사가 민사소송의 소송대리에 적합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만약 변리사가 변호사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민사소송과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의 소송대리를 진행할 경우, 그 피해가 재판당사자인 국민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법원행정처는 “특허 등 침해소송은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침해금지, 가처분, 부당이득반환 등으로 진행되어 민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의 심리사항의 핵심은 기술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허권 등의 침해 여부’이므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긍정하는 견해가 있다.

법원행정처는 “그러나 해당 심리사항은 특허 등 침해소송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민사법적 요건사실의 일부에 해당할 뿐”이라며 “예컨대 특허권 등의 침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는 손해배상의 범위 및 방법, 과실상계 또는 손익상계 여부뿐만 아니라 입증책임 등 복잡한 민사법적 쟁점에 대한 소송수행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봤다.

또한 변호사가 특허법 등 관련 소송의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반론이 있다.

법원행정처는 “이에 대하여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현재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변호사가 양성된다고 전제한다면, 변호사가 특허법 등 관련 분야와 관련해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봤다.

법원행정처는 “사법절차의 진행은 재판당사자인 국민의 권리ㆍ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고도의 법률지식이 필요한 것은 물론, 높은 수준의 공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분야인데, 변리사가 이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변호사법과 변리사법

아울러 법원행정처는 변호사법과 변리사법을 비교했다.

법원행정처는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법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고,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지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반면, 변리사법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변리사 제도를 확립해 발명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산업재산권 제도 및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며, 변호사법상 규정된 변호사의 의무로서 기본적 인권옹호나 사회정의 실현의 사명,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의 임무를 부담하지 않다”고 비교했다.

법원행정처는 “변호사법의 경우 변호사의 소송대리에 따르는 의무부과 및 제재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반면, 변리사법은 변리사의 소송대리에 따르는 의무부과나 제재조치 관련 내용은 거의 규정돼 있지 않다”며 “이에 따라 변리사로 하여금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공정하고 윤리적인 소송대리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대리 신중 검토 필요

법원행정처는 “또한 개정안과 같이 변리사와 변호사가 공동대리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공정한 소송수행을 위해 변호사가 소송대리를 할 경우 부담해야 하는 여러 가지 필수적인 의무를 회피하거나 잠탈하는 수단으로 이와 같은 공동대리가 악용될 위험이 있고, 그에 따라 공정성과 윤리성에 반하는 소송대리가 이루어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점들은 짚은 법원행정처는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대리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법원행정처는 “변리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변리사는 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 등 침해소송에 대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하도록 해 변리사의 민사소송 소송대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측면에서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변리사의 특허 등 침해소송의 공동 소송대리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변리사의 기본대리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변리사의 기본대리권의 인정 근거는 현행법상 도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또한, 민사소송법 제93조의 개별대리의 원칙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민사소송법 제93조에 따르면 여러 소송대리인이 있는 때에는 각자가 당사자를 대리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이에 어긋나는 약정을 한 경우에도 그 약정은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민사소송법상 개별대리의 원칙에 반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가사 변리사법을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봐 예외를 인정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한다는 의미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만약 변호사가 구체적인 소송 수행에 관여하지 않고 사건의 수임에만 관여하더라도 이를 공동 소송대리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지, 그 경우에도 공동 소송대리로 인정한다면 이는 재판당사자의 권익 보장 또는 선택권 보

장이라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즉 변호사는 형식적으로 소송위임장에만 소송대리인으로 기재한 다음 실제의 소송수행은 변리사가 단독으로 하는 경우 그것이 과연 개정안의 취지에 부합하는 ‘공동’ 대리로 볼 수 있는 것인지, 그와 같이 형식적으로만 변호사와 공동대리의 외관이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변리사가 단독으로 소송대리를 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는 보완수단이 마련돼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법원행정처는 “그리고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할 경우 변호사와 공동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변리사와 공동대리를 하게 되는 변호사는 개별적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해당 부분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무적으로도 개정안의 ‘공동’ 대리 규정은 소송 진행에 문제점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행정처는 “만일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의 소송대리인으로 된 소송위임장이 제출된 후에 기일에 변리사만이 출석한 경우, 법원으로서는 공동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의 불출석을 이유로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불허해야 하는 것인지 등이 문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만일 변리사 단독으로 기일에 출석해 소송수행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경우, 형식적으로만 변호사와 공동대리의 외관을 만든 다음 실질적으로 변리사 단독으로 소송대리를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또 “반대로 변리사가 단독으로 기일에서의 소송수행을 할 수 없다고 보는 경우에는, (변호사 불출석으로 인한) 기일 공전과 그에 따른 재판지연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법원행정처
법원행정처

◆ 변리사의 소송실무교육 이수 관련 신중 검토

법원행정처는 변리사의 소송실무교육 이수 관련해서도 신중 검토를 주문했다.

변리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허 등 침해소송에 관한 소송대리인이 되려는 변리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송실무교육을 이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해당 소송실무교육에 따라 변리사의 민사소송에서의 소송대리의 전문성이 확보 여부가 결정될 수 있고, 이는 재판당사자인 국민의 권익 보호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해당 소송실무교육은 개정안에서 실질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그런데 개정안은 이를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소송실무교육’의 핵심적인 사항조차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실무교육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교육을 의미하는 것인지, 민사소송의 원활한 소송대리 수행을 위하여 어떠한 교육 내용이나 이수 절차 등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하여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특히 개정안에 따르면 소송실무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함으로써 ‘소송실무교육’에 대상자에 대한 평가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소송실무교육’의 최소한의 핵심적인 내용은 법률에 직접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소송실무교육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법원행정처는 아울러 “변리사가 소송실무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소송대리를 한 경우에 대한 제재(징계 또는 처벌) 규정을 마련할 필요는 없는지, 현재 변호사법만으로도 그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하여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제재 규정이 없는 경우 민사소송 수행의 전문성 확보가 되지 않은 변리사의 소송수행을 방지할 아무런 수단이 없게 돼 결과적으로 재판당사자인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이와 관련해 변호사법에서는 변호사 아닌 자가 변호사 업무를 취급하거나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았을 때에 형사처벌하는 규정(변호사법 제109조)을 두고 있는데 소송실무교육 이수 없이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한 경우 위 규정으로 처벌할 것인지, 아니면 변리사법에 이와 관련한 특칙 규정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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