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엽 변협회장, 박병석 국회의장에 ‘검수완박 졸속 입법 우려’ 공개 서한
이종엽 변협회장, 박병석 국회의장에 ‘검수완박 졸속 입법 우려’ 공개 서한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2.04.27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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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엽 대한변협회장<br>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 이종엽 협회장이 27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검수완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과 관련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종엽 변협회장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에 대해 거듭 신중을 기해 주시어 졸속입법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결정을 해 주실 것을 청원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종엽 대한변협회장<br>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다음은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 전문이다.

<국회의장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께.

강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이종엽 변호사입니다.

먼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쉼 없이 의정 활동에 전념하시는 국회의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민주국가에 있어 제도 개혁을 위한 법개정은 그 취지와 내용이 국민에게 어떤 유익이 될 수 있는지 각계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각도에서 충실하게 논의하는 등 진실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을 강력하게 제한할 수 있고, 권익 보호와도 직결된 형사사법제도는 법률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나아가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제한은 이러한 국가적 형사사법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중대 사안이므로, 민주적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더군다나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대부분의 형사 사건을 담당하고, 검찰은 6대 중요범죄만을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변경된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 지났습니다.

그런데 제도 출범 당시 의도했던 취지와 다르게, 수사 실무 현장에서는 여건 미비와 준비시간 부족 등으로 사건처리가 지연되거나 고소장 접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며, 경찰의 수사종결처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불복제도 미비 등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국 변호사회원을 상대로 두 차례 실시한 설문조사와 금년도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작년에 설문에 응답한 다수의 변호사가 수사 지연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다수는 이러한 경찰 수사지연 및 사건 적체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이뤄진 제도 개혁이 이처럼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의장님께서 제시하신 중재안과 지난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도, 이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진정한 검찰개혁 방안으로서 올바른 방향인지, 그리고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조 내외에서 부정적 의견이 많습니다.

앞으로 중대 사건을 담당하게 된,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은 그 규모와 운영 방향에 대한 기초 윤곽조차 잡혀있지 않은 상황이고, 공수처와 일선 경찰은 아직까지 충분한 수사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오히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담당 사건이 갑작스레 폭증해 일선 사법 경찰관들은 처리능력에 비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급박하게 사라질 경우, 단계적 네트워크 조직을 통해 암약하는 민생 범죄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범죄사건에서 공권력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그대로 선량한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갑니다.

검찰이 범죄의 말단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배후 총책과 주도 세력을 인지한 경우,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하기 전에 신속하게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에 따르면 검찰이 배후 사정을 발견해도 쟁점만 정리한 채 경찰에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야 하므로 수사의 적시성과 기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이처럼 형사사법체계의 혼란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게 예견되는 상황에서, 일선의 변호사들은 법률전문가로서 형사사법 시스템의 심각한 누수로 인하여 국민 권익의 심각한 침해가 발생하고, 법을 통한 사회정의 실현이 소멸되는 혼돈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의장님께서도 이러한 사정을 헤아리시고, 국민의 목소리를 깊이 상고하시어 위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에 대해 거듭 신중을 기해 주시어 졸속입법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결정을 해 주실 것을 청원드립니다.

2022. 4. 27.

대한변호사협회장 이종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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