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사적공간서 자발적 의사로 합의 하에 이루어진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 처벌은 불가(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남성 군인인 피고인 1, 2는 영외에 있는 피고인 2의 독신자 숙소에서 2회(2016년 9월. 12월)에 걸쳐 항문성교 등 성관계 등을 가졌다. 피고인 1은 남성 군인인 甲과 영외에 있는 피고인 1 또는 甲의 독신자 숙소에서 6회(2016년 9월 ~ 2017년 2월)에 걸쳐 같은 행위를 하였다. 군 검사는 2017년경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하여 군형법 제92조의 6(추행)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관련 법조 : 군형법 제92조의 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해설) 위 사건과 관련하여 제1심(보통군사법원)은 일부 무죄, 일부 유죄 판결을 하였던 바,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들이 있었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유ㆍ무죄가 갈렸던 것이고, 원심은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과 검사가 상고를 한 사건이다. 상고심에서의 주된 쟁점은,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들의 상고와 관련하여, 동성인 군인들이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를 한 경우, 그리고 그러한 성행위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해 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과거의 판례는, ‘군형법 제92조의 추행죄는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고, 이른바 군대가정의 성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주된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다. 형법이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형법 등’이라 한다)에서 규정하고 있는 추행 관련 범죄와 달리 군형법 제92조의 추행죄는 구성요건적 수단이나 정황 등에 대한 제한이 없고 대표적 구성요건인 ‘계간’을 판단지침으로 예시하고 있을 뿐이며, 따라서 개인적 성적 자유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법 등에서 말하는 ‘추행'의 개념과 달리 군형법 제92조에서 말하는 ‘추행’이라 함은 계간(항문 성교)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 한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2222 판결)’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변경된 대법원 판례는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현행 규정은 2013년에 개정되면서 ‘계간’을 ‘항문 성교’로 변경하였는데, ‘계간(鷄姦)’은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반면,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 ‘항문성교’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문언만으로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현행 규정의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 추행의 의미)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져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경우와 같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두 가지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현행 규정의 문언, 입법 연혁, 보호법익, 다른 형벌규정과의 체계적 해석 등을 종합해 보면, 현행 규정은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관한 제한 없이 남성 군인들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라고 보아야 하고, 구성요건을 제한해석 할 수 없고,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성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은 침해되는 것이므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으며, 다수의견의 해석은 현행 규정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원에 주어진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의 종전 해석은 타당하므로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법률의 규정형식만을 두고 보면 남성군인들 사이의 항문성교는 처벌하도록 돼 있으므로 소수의견이 설득력 있다. 그러나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보호법익을 생각한다면 장소를 불문하고 항문성교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군인 여성끼리 성행위를 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문제도 남아 있다. 따라서 동성 군인 사이에 이루어진 성행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군기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현행의 법형식에 의할 경우 항문성교는 무조건 처벌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므로 입법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떻든 위 변경된 대법원 판결을 사례에 적용할 경우 피고인들은 직업군인으로,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알게 된 사이이고, 영외의 독신자 숙소에서 근무시간 외에 자발적 합의에 따라 성행위를 하였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문제가 되거나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였다는 다른 사정도 없으므로, 군형법 제92조의 6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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