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20일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결정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대한변협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10여 년간의 변호사 과다 공급과 인접 자격사의 폭증으로 신음하고 있는 국내 법률시장의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해, 금년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적정 공급 규모의 한계치인 1200명 이하로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변협은 “우리나라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출범을 계기로 과거 한 세기 동안 유지돼온 고시(考試) 등 시험선발 형태의 법조인 배출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이른바 영미식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영미식’ 법학전문대학원 체제는 법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직을 변호사로 일원화되는 사회를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변호사 배출 수가 늘어나는 대신, 인접 직역 규모와 종류는 최대한 제한하고 법률ㆍ관리직 공직자 채용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변호사를 대상으로 선발해 변호사의 진출로가 안정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협은 “정부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당시, 변호사 배출 수를 늘리는 대신 변호사 업무 범위와 중첩되는 법무사ㆍ노무사ㆍ행정사 등 인접 자격사를 단계적으로 감축, 통폐합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하지만, 이 약속은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지 10여 년이 넘도록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법조 인접 직역의 규모와 역할은 나날이 비대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정보가 넘쳐나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과거 문맹률이 높고 법조인력은 극히 부족하던 시절에 생겨난 행정사가 2020년 기준 무려 39만 6919명에 이르러 2012년과 비교하더라도 41배나 폭증하는 기현상이 발생했고, 법무사 등을 포함한 순수 법조 인접 직역 숫자만도 무려 57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협은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법조 인접직역의 표를 의식해 이들 직역의 수급은 조절하지 않은 채, 매년 한도를 초과한 숫자의 신규 변호사 배출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협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약 1700명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됐는데, 이는 법학전문대학원 정원의 85%를 상회하는 수치”라며 “그 결과 2009년 1만 명 수준이었던 변호사 수는, 현재 약 3만 명이 넘어 10년 만에 3배 이상으로 폭증했고, 법률시장은 변호사 과잉공급과 인접 자격사 폭증, 각종 자격사들의 직역 잠식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 등 권익 보호와 직결된 법률 전문직 면허시장을 국가가 이처럼 방치하고 있는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송무시장 외에 달리 진출통로도 마련되지 않고 있어 신규 배출된 변호사들은 법원 주변 송무시장으로만 몰리고 있고, 변호사들 간 과당 경쟁이 벌어지고, 이는 온라인 등을 통한 과도한 광고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자금을 광고비로 투입하는 상업화의 길로 내쫓기고 있다”고 했다.

또 “과거 기득권이라 불리던 변호사 업계가, 생계를 위해 이전투구의 장삿속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라고 말했다.

변협은 “정부는 더 이상 무너져가는 법률시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법률시장 수요와 규모를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분석하고, 적정 숫자의 변호사를 공급함으로써, 과잉 공급으로 인한 법률 서비스 품질 하락, 이로 인한 재산적 피해와 불필요한 소송남발 등 불편과 부조리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무부가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현재 대다수 변호사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환경과 심각한 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해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결정할 것을 재차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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