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7일 경찰청장에게 교정 청력자에 대한 채용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의 ‘경찰공무원 채용 신체검사 기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인 A씨는 “경찰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나, 현행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의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에 교정 청력(보청기 착용 청력)을 인정하지 않고, 좌우 정상 청력만 인정하고 있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며 “이는 교정 청력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경찰청장)은 “경찰의 직무는 주변에 대해 세밀하고 정확한 진술 청취와 신속한 판단을 요하기 때문에 시력을 비롯한 청력은 경찰업무 수행에 중요한 신체 요소이며, 교정 청력은 일반 청력에 비해 소리 분별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경찰공무원 채용 시의 청력 기준인 40dB(데시벨)이 과도한 제한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특히, 경찰 업무 대부분이 소음에 노출된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육성이나 무전기 등을 통해 상황을 청취하고 전파해야 하므로, 소리의 분별력은 경찰 직무수행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이 2019년 실시한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 개선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 국가에서도 일정 정도 주파수대에서 20~45dB 이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청력보조기의 사용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영국 런던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경우 청력보조기 사용을 인정하면서 추가 검진을 통하여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남규선)는 국내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의 청력 기준이 다른 나라의 기준보다 높다고 보기 어렵고, 경찰업무 수행과 청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다 상세한 검토와 기준 마련이 필요하기에 현재로서는 피진정인(경찰청장)의 행위를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진정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기각했다.

그러나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정상 청력만을 인정하는 현행 기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봐,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의견표명을 검토했다.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난청자 모두가 일률적으로 어음분별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고, 난청 중에서도 소리 전달에 어려움이 있는 전음성 난청(傳音性難聽)의 경우는 보청기 착용 시 말소리를 구분하는 어음분별력이 거의 정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착용 등이 보편화됨에 따라 교정시력이 인정돼 가고 있고,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보청기가 개발ㆍ보급되고 있는 점, 일부이기는 하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영국 런던의 경우 경찰공무원 채용 시 교정 청력을 인정하고 추가 검사를 통해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점, 국내에서도 현장의 소음, 무전기 사용 등 경찰과 직무 여건에 유사점이 있는 소방공무원의 채용기준에서 교정 청력이 인정되고 있는 점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짚었다.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를 종합할 때, 경찰공무원 채용에서도 교정 청력자의 응시 기회를 일률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청력과 어음분별력에 관한 신체기준을 더욱 세밀하게 마련해 장애인의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교정 청력자에 대한 채용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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