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현대자동차그룹 총수인 정의선 회장의 현대자동차 사내이사 재선임에 부적격 판정이 나왔다.

현대자동차(현대차) 사내이사, 기아자동차(기아차) 사내이사, 현대모비스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과다 겸직으로 인한 충실의무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 수혜의 지배주주라는 판단에 따라 현대차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의견이 제시됐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3월 24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현대차는 2009년 3월 사내이사로 선임돼 대표이사로 활동해온 정의선 후보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임기는 3년이다.

정의선 후보자는 199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2002년 현대차 전무, 2003년 기아자동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을 역임했다. 2009년 현대자동차 부회장,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됐다. 2009년 3월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이 됐다. 그리고 2020년 10월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사회는 정의선 후보의 재선임 추천 이유에 대해 “정의선 사내이사 후보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장이자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로서 회사와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정의선 후보는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기아차를 흑자로 전환시켰으며, 현대차 부회장 재임 기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 맞서 성장을 이끌고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해 안착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사회는 “또한, 현대차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정의선 후보자는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재편에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전동화, 수소, 로보틱스, UAM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와 비전을 보여주며 현대자동차를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사회는 “다양한 전기차, 수소전기차를 선보이며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만족하는 친환경 톱티어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과 전략을 체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이사회는 또 “세계 최고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합작 기업 ‘모셔널(Motional)’을 설립하는 한편, 다양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과 협업,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며 “세계적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UAM 법인 설립 등을 통해 로보틱스 및 UAM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정의선 평가는?

하지만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의 판단은 현대자동차 이사회와는 달랐다.

좋은기업지배구고연구소는 17일 내놓은 ‘현대자동차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리포트’를 보면 정의선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평가

연구소는 먼저 “과도한 겸직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반대를 권고하고 있고, 대표이사가 다른 회사의 등기이사를 2개 초과해 겸직할 경우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의선 후보는 2021년 현재 현대자동차 외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대표이사)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며 “기아자동차의 사내이사는 임기가 2022년 3월 만료되나, 기아자동차에서도 사내이사 후보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 상태”라고 밝혔다.

좋은기업연구소는 “현대모비스 이사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로 예정돼 있다”며 “따라서 과다 겸직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정의선 후보에 대한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참고로, 정의선 후보의 이사회 출석률은 2021년 1월부터 2021년 9월말까지 57%이고, 2020년은 78%, 2019년은 100%로, CGCG의 반대 권고 기준인 75%는 상회하나 전반적으로 부실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또한, 정의선 후보는 2011년 설립된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로, 동 회사를 통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의 사업기회를 제공받거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사익편취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정의선 후보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사모펀드운용사(칼라일그룹)에 매각했으나,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인해 적용범위가 확대된 사익편취 규정을 회피할 목적이고, 칼라일그룹은 우호지분으로 지배권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라고 짚었다.

좋은기업연구소는 “또한, 현대글로비스의 일감몰아주기 수혜 역시 별다른 개선이 없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정의선 후보에 대해 회사기회 유용 이력, 과도한 겸직으로 인한 충실의무 저해 우려를 사유로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1년 현대차그룹에서 총 87억 7600만원을 수령했다. 16일 현대차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작년 현대차로부터 54억 100만원을 받았다. 또 현대모비스에서 33억 7500만원을 받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