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영화 마니아 고봉주 변호사가 최근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이라는 책을 출간해 눈길을 끈다.

이 책의 구성이 신선하기 때문이다. 고봉주 변호사가 영화를 선택해, 간략하게 줄거리를 설명하고, 영화 속 장면들에서 법률적 문제들을 짚으며 법률상담과 같은 해설을 해준다. 게다가 각 영화의 끝에서는 평론가적 감상평까지 곁들여준다.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고봉주 변호사의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br>
 고봉주 변호사의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

요즘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직업이 된 연예인. TV에서 연예인 특히 성장기 아이돌 연예인들이 몸매 관리를 위해 음식을 조금 밖에 먹지 못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본다. 소속사에서도 관리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에는 “배우나 가수가 청소년인 경우 살이 찔까 봐 음식을 못 먹게 하면 무슨 죄가 될까요?”라는 주제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이 상담했던 변호사를 내가 선임할 수 있는지”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고봉주 변호사는 <고 변호사의 시네마 법정> ‘프롤로그’에서 “책은 영화를 미리 감상하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지만,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사진=고봉주 변호사 페이스북
사진=고봉주 변호사 페이스북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장면을 통해서 평소에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법률상식을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영화를 미리 봤다면 글을 읽는 재미가 더 클 수 있다”며 “이미 본 장면에 법적으로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생각하는 독자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저자로서 매우 기쁠 것”이라고 했다.

<고 변호사의 시네마 법정>은 고봉주 변호사가 선정한 40편의 영화가 실려있다. 책은 영화의 흥미로운 줄거리를 소개하면서, 그 대목에서 자연스럽게 법률적 문제를 짚은 다음, 마치 고봉주 변호사가 옆에서 들려주는 법률상담처럼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저자의 짤막한 영화 감상평은 책 보는 맛을 배가시킨다.

하나의 영화 주제마다 5~7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책장이 넘어가며 ‘씨네마 법정’에 쉽게 빠져든다.

저자는 영화를 주제별로 나눠 접근한다. 생활법률, 연애, 결혼, 가정에서 형사법까지 영화를 통해 궁금하고 재밌는 법률상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소개한다.

‘Chapter1’에서 “연애, 결혼 그리고 바람”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다룬다.

미성년 딸을 둔 부부의 일방(남편)이 역시 미성년 딸을 둔 이혼녀와 연애하면서 발생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 <미성년>에서는 유부남과 이혼녀가 만나면 발생하는 법률문제를 소개한다.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만나면 위자료 액수는 어떻게 되는지?, 전업주부가 남편 명의 재산에 대해 얼마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는지? 아빠의 딸과 혼외자는 어떤 관계가 되는지 등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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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봉주 변호사의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

저자는 “영화 <블루 재스민>은 ‘회한’이란 감정을 이렇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감탄한 영화”라고 한다. 여주인공 재스민은 성공한 사업가와 결혼했는데,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알게 되고, 사업가로서도 불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재스민이 남편에 대한 복수심에 신고하는 것도 공익신고에 해당할까? 고봉주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짚는다.

고 변호사는 나아가 “공직자가 아닌 사업가의 불법행위도 공익제보의 대상이 되는지?”, “남편의 사업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투자를 부추기는 것도 처벌이 되는지?” 등도 담아냈다.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 ‘Chapter2’에서는 상속 등 가정법률에 대해 다뤘다.

고봉주 변호사는 ‘나이브스 아웃’이라는 영화를 소개하면서 ▲“배우자가 먼저 죽은 경우에 상속인의 순위와 상속분은 어떻게 되는지?” ▲“아들이 먼저 사망한 경우에 며느리와 손자가 대신 상속을 받을 수 있을지?” ▲“유언으로 전 재산을 타인에게 주면 자녀들은 상속재산에 어떤 권리를 가질지?” 등의 법률상식을 전해준다.

고 변호사는 “영화처럼 내가 상속받을 것이라고 기대한 재산이 전부 타인에게 간다면 과연 유류분 제도가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면서 “자녀들 입장에서 유류분 제도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면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적었다.

고봉주 변호사는 ‘Chapter3’에서 일반 법률상식을 소개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직업이 된 연예인, 아이돌과 연관된 법률도 다뤄 눈길을 끈다.

고봉주 변호사는 “영화 <주디>는 배우 ‘주디 갈랜드’ 삶의 일부분을 보여 주는데,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당시에 법적조치를 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컸다”며 주디와 관련된 법률문제를 우리나라 법 기준으로 살펴봤다.

주디는 두 살부터 무대에 섰고, 10대에 영화사 대표와 계약을 체결하고 배우 일을 시작한다. 영화사 대표는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10대의 주디에게 수면제를 지속적으로 먹이면서 하루 18시간씩 일을 시킨다.

고봉주 변호사는 ▲배우나 가수가 청소년이면 1주일에 몇 시간만 일해야 하는지 ▲배우나 가수가 청소년인 경우 살이 찔까 봐 음식을 못 먹게 하면 무슨 죄가 될까요? ▲기획사나 연기자가 계약을 위반하면 서로 어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요? 등을 담았다. 연예계 지망생, 아이돌, 그리고 연예기획사에서도 살펴봄직하다. 

이처럼 이 책은 참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필자는 특히 대리운전 이야기를 담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이 눈길을 끌었다. 요즘은 대리운전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는 진상 대리운전 손님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고봉주 변호사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이유 없이 시비를 걸고 직업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경우 ▲목적지에 도착하자 자동차에 기스를 냈다면서 억지를 쓰고 모욕하는 경우 ▲목적지에 도착하자 현금이 없어서 카드결제를 하겠다고 우기는 경우 등 소재가 매우 흥미롭다. 물론 각각의 유형에 맞는 방법을 제시한다.

고 변호사는 “경찰은 대리비 요금 미지급을 민사상 채무불이행 법률관계로 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형사상 처벌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므로, 대리운전 진상 손님에 대해서는 유형에 따라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라고 말했다.

 고봉주 변호사의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

이 책 ‘Chapter4'에는 형사범죄 상식을 다룬다. 첫 번째로 2018년 미국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을 담았다. 이 영화는 미국 폭스뉴스 방속국의 유명 여성앵커가 방송국 내에서 발생한 회장의 성범죄를 고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을 그리고 있다.

“회장의 성적 괴롭힘은 어떤 죄가 될까?”를 해설하는 고봉주 변호사는 ‘성희롱’과 ‘강제추행’은 뭐가 다른 지부터 설명한다. 그는 ▲성적인 말을 계속하는 것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는지 ▲해고 권한을 가진 자의 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처벌되는지 ▲회장의 강제 신체 접촉이나 성적행위 강요는 어떻게 처벌되는지 등을 소개한다.

고봉주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직장 내 성적 괴롭힘은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데, 실제로 폭행이나 협박이 없다는 이유로 강제추행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업무상 위력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업무상 위력 추행죄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말에 의한 괴롭힘은 언어적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말은 뱉고 나면 사라지므로 목격자나 녹음 파일이 없는 한 입증이 쉽지 않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짚어준다.

고봉주 변호사는 “이 영화는 권력자를 고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권력을 고발하고 저항한 대가(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동종업계에서 매장당하는 위험)를 감수하면서 계속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길인지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일상에서 소소하게 발생하는 형사적인 문제를 담아낸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는 명예훼손이 되는 일상의 행위에는 어떤 게 있는지를 살폈다. 여주인공 공효진의 일상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차에 강제로 태우면 무슨 죄가 되는지 ▲출근시간에 회사 주차장에서 상대방에게 소리치면 어떤 위험이 있는지, “이 상간녀야”라고 소리친 경우다. ▲헤어진 연인의 집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면 괜찮은지? 물론 주거침입죄가 된다고 한다. ▲친한 회사동료 한 명에게 말하면 명예훼손이 안 되는지 ▲술에 취해 가게 안에서 소란을 피우면 어떤 죄로 처벌되는지 ▲단체 카카오톡방에 퍼온 글을 나르는 것은 어떤 죄가 되는지 등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어 법률해설을 해준다.

 고봉주 변호사의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

<고 변호사의 씨네마 법정>은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영화 40편을 소개하면서 영화 속 법률 쟁점을 짚어가며 해석해준다.

이 책에 담긴 모든 영화들을 자세히 소개할 수 없지만, 소제목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한다. 궁금해 할 수 있는 주제들을 잘 짚어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접 목격한 사실을 말하는 것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지 ▲직업에 대한 비하발언도 모욕죄가 되는지 ▲모욕에 대한 위자료는 어느 정도 인정되는지 ▲장례식장에서 손님맞이 상을 뒤엎으면 처벌되는지 ▲연예인을 몰래 촬영하면 어떤 경우에 형사적으로 문제되는지 ▲일반인 몰래카메라도 초상권 침해가 되고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상대방이 상담했던 변호사를 내가 선임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하다. 더욱이 이는 모두 영화에서 나온 장면들에 대한 법률해석이어서 이해가 쉽다.

고봉주 변호사는 에필로그(맺음말)에서 “영화 감상은 사회를 공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 굉장히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 기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며 “영화가 가진 치유의 힘을 경험했는데, 이제는 사회를 들여다보는 한 방법으로 영화감상을 즐기고 있다”고 적었다.

한편, 고봉주 변호사는 사법시험 합격해 사법연수원 42기를 수료하고 기업 사내 변호사를 거쳐 현재 고봉주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형사법 전문인 고봉주 변호사는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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