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택시기사가 주차금지구역에 대기해 달라는 승객의 요청을 거부했다 하더라도 ‘승차 거부’가 아니라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승객의 신고 내용만을 고려해 택시기사가 목적지 도달 전 운행을 중단한 것이 ‘도중하차’에 해당한다며 택시운수종사자에게 한 서울시의 경고처분을 취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따르면 택시기사 A씨는 2021년 2월 15일 8시 34분경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서 승객을 태웠으나, 승객은 약 500m 이동 후 하차했다.

승객은 A씨의 택시에 탑승해 이동하던 중 변경된 목적지로 운행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다른 예약이 들어온다며 출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이에 승객은 하차한 후 A씨를 ‘도중하차’로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택시기사 A씨의 주장은 이와 달랐다. A씨는 승객의 목적지로 운행하던 중 승객이 목적지가 변경됐으니 탑승했던 곳으로 돌아가 달라는 요청을 하자 탑승지에서 대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기 장소가 주차 금지구역이어서 5분 이상 대기가 곤란하다고 승객에게 말하니, 승객이 시비 끝에 하차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승객의 신고내용을 토대로 A씨가 승객의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것보다 다른 예약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봤다. 이에 A씨에게 ‘도중 하차’를 이유로 택시운수종사자 경고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가 당시 A씨의 운행경로를 파악한 결과, 승객은 탑승한 곳의 맞은편에서 하차했고 이곳이 주차금지구역인 것을 확인해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주차금지구역에서 장시간 대기가 어렵다고 한 A씨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A씨가 다른 예약을 받은 내역을 확인할 수 없고 이 승객이 하차하고 약 1시간 후 다음 승객을 태운 것이 확인되므로, 승객의 신고처럼 A씨가 다른 예약을 받기 위해 운행을 거부했다고 볼 수 없어 ‘도중하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판단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이번 재결은 승객의 신고가 있더라도 도중하차로 처분하기 위해서는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의 진술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및 확인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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