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부부사이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상태에서 부인이 다른 남자와 성적인 접촉을 한 경우 상간남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의 판례 소개

​▶ 사례

A(남편)와 B(처)는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 부부로서 생활하다 경제적인 문제,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었다. 남편인 A가 B에게 “우리는 더 이상 부부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였고, 그 무렵부터 A와 B는 별거를 시작하였다.

B는 2012년 2월경 A를 상대로 이혼청구의 소를 제기였고, 이혼 판결(제1심)이 선고되었으나 A가 항소하였다. 항소심에서 A는 B를 상대로 이혼청구의 반소를 제기하였고, ‘본소 및 반소에 의하여 B와 A는 이혼하고, 본소 및 반소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내용의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A가 상고하였으나 상고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한편 2013년 봄 경 B는 등산모임에서 C를 알게 돼 연락을 주고받고 금전거래를 하는 등 친밀하게 지내왔는데, B는 위 이혼소송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3년 어느 날 밤에 B의 집에서 C와 애무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가지다가 당시 밖에 와 있던 A가 출입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그만두었다.

이에 A(원고)는 아직 이혼이 되지 않았는데 B와 C의 행위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상간남인 C(피고)를 상대로 위자료 3,000만원 및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경우 C는 A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일까?

▶ 해설

혼인이 성립하면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할 의무를 진다(민법 제826조). 부부는 정신적ㆍ육체적 경제적으로 결합된 공동체로서 서로 협조하고 보호하여 부부공동생활로서의 혼인관계가 유지되도록 상호간에 포괄적으로 협력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동거의무 내지 부부공동생활 유지의무의 내용으로서 부부는 부정행위를 하지 아니하여야 하는 성적(성적) 성실의무를 부담한다.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정조의무는 일부일처제와 혼인의 본질상 당연히 인정되는 의무다. 그러므로 부부의 일방이 부정행위를 한 경우에 부부의 일방은 그로 인하여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무를 진다. 한편, 제3자도 타인의 부부공동생활에 개입하여 부부공동생활의 파탄을 초래하는 등 그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고 그에 대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하여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3므2441 판결).

위 사례에 대하여 제1심은 B가 피고 C를 만날 무렵은 이미 원고 A와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별거로 파탄돼 그 파탄상태가 고착된 이후이므로, B가 피고 C와 부정한 관계를 맺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고 A와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원심(항소심)은 배우자 있는 사람과 부정한 행위를 한 제3자는 그 사람의 배우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하여 그 사람의 배우자가 입은 정신상의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 C는 B가 원고의 배우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집을 찾아가 키스하고 애무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피고 C가 원고 A에게 배상할 위자료로 500만 원을 인정하였다.

그러므로 위 사례에서 A와 B의 혼인이 파탄된 후에 부부의 일방과 부정한 행위를 한 제3자의 경우에도 배우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대법원 판결의 쟁점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사유로 삼고 있으며,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는 위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므1140 판결 등 참조).

이에 비추어 보면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돼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혼인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부공동생활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위 사례에 있어서 성적 행위에 앞서 이미 원고 A와 B의 혼인관계가 불화 및 장기간의 별거로 파탄되어 그 파탄상태가 고착되었고 B가 제기한 이혼소송의 제1심에서 이혼판결이 선고되기까지 한 상태였다면, A와 B 사이에서는 더 이상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었고 이를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비록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아니하였지만 이처럼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로 인하여 배우자의 부부공동생활에 관한 권리가 침해되는 손해가 생긴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고 판시하였다.

결국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A와 B의 혼인상태가 이미 파탄된 상태에서 피고 C가 B와 성적인 접촉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C에게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유지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A와 B 사이의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던 상황에서 B가 C와의 부정행위로 인해서 비로소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이를 이유로 A가 C를 상대로 혼인관계의 파탄을 가져온데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해 일부 승소판결을 얻었다.

그런데 C가 A에게 손해배상을 한 후에도 C가 B와 부정행위를 계속하자 A가 C를 상대로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이미 파탄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더 이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위와 같은 사례에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 두 번의 부정행위로 손해를 배상한 다음 완전히 책임을 면하게 되는 꼴이 된다. 또한 자신이 혼인관계의 파탄을 일으키고서도 손해배상을 한 다음 이미 파탄이 이루어졌다고 항변하면서 불법행위 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므로 파탄을 일으킨 당사자에게는 다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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