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조희대)은 7월 1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행정처분 직권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2014추33) 했다.

사건은 이렇다. 교육부는 ‘자사고’의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기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책연구와 각 교육청 및 전문가 의견수렴절차 등을 거쳐 2014년 3월 ‘자사고 평가지표 표준안 및 2014년 운영성과 평가 안내’를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4월 위 표준안을 토대로 ‘2014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기본계획(안)’을 마련했다. 그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자사고로 운영된 14개 학교에 대해 학교 자체평가 및 ‘자율학교 등 지정ㆍ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 평가를 실시해 평가점수가 70점 미만인 경우에는 교육부장관과 협의해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평가대상 14개 자사고는 2014년 4월부터 5월까지 평가계획기본(안)에서 정한 평가지표에 따라서 자체평가를 실시했고, 위원회는 2014년 6월 학교 자체 평가에 따른 운영성과보고서를 토대로 서면평가, 현장평가, 만족도 조사 등을 실시(종전 평가) 했으며, 그 결과 평가점수가 70점에 미달돼 지정취소가 되는 자사고는 없었다.

위원회는 2014년 6월 27일 평가결과 심의안을 가결하고 평가결과를 당시 재직 중이던 교육감에게 보고했으나, 2014년 6월 4일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걸고 당선된 신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취임이 2014년 7월 1일로 예정됨에 따라 평가결과에 대한 교육감의 최종 결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신임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자 2014년 8월 종전 평가지표의 지표별 중요성을 재평가해 배점을 조정하고 새로운 평가항목을 추가하는 등으로 새로운 평가지표를 마련한 다음, 종전 평가 당시 작성ㆍ제출된 학교별 운영성과보고서와 새로운 평가지표와 관련해 추가로 제출된 자료 및 교육청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자료를 활용해 그에 따른 평가를 다시 시행(수정 평가)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4년 10월 31일 수정 평가결과에 따라서 70점 미만을 받은 6개 학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4년 11월 3일 서울시교육감에게 ‘이 사건 지정취소처분이 행정절차법과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했고,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는 이유로 지정취소처분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했다.

그러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응하지 않자, 2014년 11월 18일 이 사건 지정취소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그러자 조희연 교육감이 직권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에 대한 교육부의 직권취소처분이 위법한지 여부다. 다시 발해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이 위법한지 여부다.

대법원은 교육부의 직권취소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청구를 기각했다. 즉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구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 제5항에서 정한 자사고 지정취소 시 교육부장관과의 사전 협의는 ‘사전 동의’를 의미하므로 이러한 동의 없이 한 원고의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은 시행령 제91조의3 제5항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사고는 헌법 제31조 제6항에 따라 법률로 정하고 있는 학교교육제도에 관한 사항 중 일부가 적용되지 않는 학교이고, 자사고 제도의 운영은 국가의 교육정책과도 긴밀하게 관련되며, 자사고의 지정 및 취소는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과 그 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므로, 자사고의 지정 및 취소는 국가의 교육정책과 해당 지역의 실정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은 2010년 6월 신설 당시 제4항으로 ‘자사고는 5년 이내로 지정ㆍ운영하되, 시ㆍ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다가, 2011년 6월 대통령령 제22955호로 개정되면서 제5항으로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게 됐는데, 이는 종전의 지정기간 연장에 행사되는 재량을 절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자사고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서울시교육감의 이 사건 지정취소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의해 지정이 취소된 자사고들은 자사고 평가에 관한 서울시교육청의 ‘2014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 기본계획(안)’을 믿고 그에 따라 평가를 준비해 학교 운영성과보고서를 작성ㆍ제출하는 등 평가에 참여했고, 그 기준에 따른 종전 평가에서 70점 이상으로 평가될 경우 자신들에 대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당하게 신뢰했다”고 봤다.

이어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종전 평가결과에 대한 교육감 결재만 남은 상황에서 신임 교육감이 취임하자, ‘자사고 운영성과 등을 평가하여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학교에 대해 지정을 취소함으로써 일반고 전성시대를 위반 기반 확보’를 평가의 목적으로 삼은 다음, 그러한 목적 달성에 적합하도록 평가기준을 수정하고, 수정된 평가기준에 따라 다시 평가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수정된 평가기준은 100점 만점으로 예정된 종전 평가기준의 평가항목별 배점과 기본 점수를 낮추고, 새로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배점 15점)’이라는 교육청 재량평가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사실상 교육청의 재량평가가 자사고 지정취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새로운 교육제도는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시행돼야 하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시행되고 있는 교육제도를 다시 변경하는 것은 관련된 다수의 이해관계인들뿐만 아니라, 국가의 교육시책에 대한 일반국민의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사고들은 ‘자사고 제도의 존치를 전제로 한 내실 있는 학교운영 유도’를 주된 목적으로 했던 종전 평가기준이 ‘자사고 지정취소를 토대로 일반고 전성시대의 기반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평가기준으로 변경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므로, 종전 평가기준과 그에 따른 종전 평가에 대한 자사고들의 신뢰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로서 공익과의 형량을 거쳐 보호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교육의 정상화와 자사고의 바람직한 운영’이라는 공익은 자사고 지정을 유지한 채로 그 운영방식을 개선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원고는 지정취소처분을 했고, 이로 인해 침해되는 해당 자사고들의 사익, 즉 이 사건 학교들이 그 신뢰에 반해 자사고를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은 지정취소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또는 교육청)에 의한 기존 교육제도의 변경은 교육당사자 및 국민의 정당한 신뢰와 이익을 보호하는 전제에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절차적으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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