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선거운동기간 전 개별적으로 유권자와 대면해 말로 행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처벌조항까지 둔 공직선거법 조항은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박찬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16년 4월 13일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천안 갑에서 당선됐다.

그런데 박찬우 의원은 총선 선거운동기간 전인 2015년 9월 A씨의 자택에서 선거구민들을 모이게 한 다음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2015년 10월에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들을 통해 다수의 선거구민들을 동원으로 방법으로 기존 당원단합대회 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대규모 행사를 개최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로 인해 박찬우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했다’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7년 2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박찬우 의원이 항소했으나 대전고등법원에서 기각됐고, 상고도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박찬우 의원은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박 의원은 상고심 계속 중 공직선거법 제59조 본문과 제254조 제2항 중 ‘그 밖의 집회,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되자, 2018년 3월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처벌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2020년 12월 개정되기 전의 공직선거법 제59조(선거운동기간)는 선거운동은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의 한하여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었다.

또 처벌조항은 공직선거법 제259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제2항은 선거운동기간 전에 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전시설물ㆍ용구 또는 각종 인쇄물, 방송ㆍ신문ㆍ뉴스통신ㆍ잡지, 그 밖의 간행물, 정견발표회ㆍ좌담회ㆍ토론회ㆍ향우회ㆍ동창회ㆍ반상회, 그 밖의 집회, 정보통신, 선거운동기구나 사조직의 설치, 호별방문 그 밖의 선거운동을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20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일이 아닌 때에 전화를 이용하거나 말(확성장치를 사용하거나 옥외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한 경우 제외)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와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선거일 전 180일(대통령선거는 240일)부터 해당 선거의 예비후보자등록신청 전까지 자신의 명함을 직접 주는 경우”는 법적으로 가능해졌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24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선거운동기간을 제한하고 이를 위반한 사전선거운동을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구 공직선거법 제59조 중 선거운동기간 전에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에 관한 부분, 공직선거법 제254조 2항 중 ‘그 밖의 방법’에 관한 부분 가운데 개별적으로 대변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한 자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 결정했다.

유남석, 이석태, 이은애,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위헌’ 의견이 다수여서 법정의견이 됐다. 

헌재의 “선거운동기간 조항은 선거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고, 후보자 간의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선거운동기간을 제한하고 있는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수단의 적정성 또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간 제한 없이 선거운동을 무한정 허용할 경우 후보자 간의 지나친 경쟁이 선거관리의 곤란으로 이어져 부정행위의 발생을 막기 어렵고, 후보자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공평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또한 선거운동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선거운동방법도 존재하므로, 후보자가 선거권자에게 정보를 자유롭게 전달하거나 선거권자가 후보자의 인물ㆍ정견ㆍ신념을 파악하는데 현재의 선거운동기간이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러므로 선거운동기간 조항이 선거운동기간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나 선거운동을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것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그 제한의 정도는 정치ㆍ사회적 발전단계와 국민의식의 성숙도 등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오늘날 국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입법자도 선거운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반성적 고려 하에 2020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과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적은 선거운동 방법에 대한 선거운동기간 규제를 완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그럼에도 선거운동기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지장이 없는 선거운동방법, 즉 돈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서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 문제나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성이 낮은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고, 기본권 제한과 공익목적 달성 사이에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국 선거운동기간 조항 중 선거운동기간 전에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처벌조항에 대해 헌재는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한 자는 선거운동기간 조항에서 규정하지 않은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경우에 해당해 처벌될 것인데,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것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처벌조항 중 ‘그 밖의 방법’에 관한 부분 가운데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한 자에 관한 부분 또한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론적으로 선거운동기간 조항 중 각 선거운동기간 전에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에 관한 부분, 처벌조항 중 ‘그 밖의 방법’에 관한 부분 가운데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한 자에 관한 부분은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 이선애ㆍ이종석 재판관 합헌 반대의견

이에 대해 이선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이선애ㆍ이종석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운동기간의 제한을 통해 ‘탈법적인 선거운동으로 선거의 공정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선거의 부당한 과열경쟁으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현행 선거운동기간이 유권자가 후보자의 인물ㆍ정견ㆍ신념을 파악하기에 부족한 기간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2004년 공직선거법의 개정으로 예비후보자 제도 등이 도입됨에 따라 선거운동기간으로 인한 제한이 상당 부분 축소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합헌 선례를 변경할 특별한 사정변경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2016년 7월 1일 소급해 효력 상실…사전선거운동죄로 처벌 받은 사람은 재심청구

한편,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 중 그 일부(개별적으로 대면하여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의 선거운동에 대한 선거운동기간 제한과 처벌)에 대한 효력은 종전의 합헌결정(헌재 2016. 6. 30. 2014헌바253)이 있었던 날의 다음 날인 2016년 7월 1일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찬우 전 의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을 대리한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는 “헌법재판소가 2016년 6월 30일 선고한 2014헌바253 합헌결정을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2016년 7월 1일 이후 것만 소급 위헌”이라며 “2016년 7월 1일 이후에 ‘개별적으로 대면하여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의 선거운동’을 해 공직선거법 제254조 제2항의 사전선거운동죄(선거운동기간위반죄)로 처벌받았던 분들은 재심청구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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