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즉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공개 판결이다.

이 판결은 검찰 예산에 대한 최초의 정보공개 판결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먼저 2019년 10월 18일 ‘세금도둑 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는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쓴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정보(집행일자, 집행명목, 집행장소, 집행금액, 식사비의 경우 참석자 숫자)의 공개를 청구했다.

검찰총장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의 총 집행금액만을 일부 공개하고, 나머지 정보공개청구는 거부했다. 이에 하승수 대표가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이정민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1일 ‘세금도둑 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7년 이후 지출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집행정보와 지출증빙서류, 검찰총장의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수사활동에 소요되는 특수활동비는 국고금관리법 등에 따른 관서운영경비의 일종으로서, 그 사용처가 밝혀지면 경비집행의 목적 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집행내용확인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대검은 “검찰청은 예산을 독립해 배정받지 않고 법무부장관의 예산집행에 따라 이를 재배정 받아 지정된 목적에 따라 지출할 뿐이므로, 특수활동비의 집 행권자인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아닌 피고들에게는 그 증빙방법을 작성하고 관리할 의무가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정보 중 특수활동비 관련 정보는 피고들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들이 특수활동비에 관한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를 보유 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피고들의 본안 전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총장은 원고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 특수활동비 총 집행금액을 공개했는데,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에 관한 자료를 어떠한 형태로든 작성 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위와 같은 정보를 취합해 공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 및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특수 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서, 국고금관리법 등의 규정 에 의하면 수사기관의 특수활동비는 그 특성상 다른 예산에 비해 집행과정이나 지출내역 관리가 완화돼 있다”며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의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비공개 심리 과정에서 이 부분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는바, 위와 같은 특수활동비의 일반적인 특성만으로는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 특정업무경비 집행정보 및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특정업무경비는 직무수행경비의 일종으로서 ‘각 기관의 수사ㆍ감사ㆍ예산ㆍ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소요되는 실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를 의미한다”며 “피고들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특정업무경비는 비위첩보수집ㆍ감찰정보수집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감찰수사관에게 지급된 돈, 범죄수사지도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 및 수사 등 공적업무 수행 관련 식대, 각종 행사 비용으로 지출된 카드대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위 비용을 지급받은 감찰수사관 등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고, 특히 식대 등으로 사용된 카드대금은 사용자가 표시돼 있지 않아 지출내역만으로는 관련된 수사 내용이나 수사 기밀 등을 유추해 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검찰총장의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재판부는 “검찰총장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는 카드사용내역과 영수증으로 구성돼 있다”며 “수사업무가 아닌 간담회 등 검찰청 공식행사를 수행하기 위해 지출된 것이므로,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무추진비는 ‘사업추진에 소요되는 식음료비, 연회비 및 기타 제경비’인 사업추진비와 ‘각 관서의 대민ㆍ대유관기관 업무협의, 당정협의, 언론인ㆍ직원 간담회 등 관서업무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 및 공식적인 업무추진에 소요되는 경비’인 관서업무추진비로 구성된다.

◆ 서울중앙지검장의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에 관한 판단

서울중앙지검장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이 부분 정보에는 간담회 참석자 명단, 각 카드사용 내역에 관한 카드번호와 승인번호 등이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간담회 참석자는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나 직원이 아닌 제3자도 포함돼 있는데, 참석자의 소속과 이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의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점, 간담회 등 행사 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의 개인식별정보가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 “검찰예산에 대한 최초의 정보공개판결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판결에 대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세금도둑 잡아라, 좋은 예산센터 등 3개 단체는 “판결의 내용을 보면, 서울중앙지검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지출증빙서류 중에서 개인식별정보만을 비공개하도록 하고, 나머지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집행내역과 지출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이었으므로, 사실상 100% 원고 승소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단체는 “이 판결은 검찰예산에 대한 최초의 정보공개판결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며 “특히 그동안 국민적 의혹과 논란의 대상이 돼 왔던 검찰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전부 공개하라는 판결이므로,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검찰민주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단체들은 또 “정보공개 판결은 검찰을 특권적인 권력집단에서 ‘보통의 행정기관’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고, 검찰도 국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가 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하승수 “검찰총장 특수활동비 쓴 사람이 대선후보가 된 어이없는 상황”

한편, 이번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한 하승수 대표는 “국민세금을 쓰면서도 ‘자료가 없다’고 거짓주장을 하는 검찰을 상대로 어렵게 소송을 진행해야 했다”며 “게다가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소송이 지연됐고, 검찰은 여러 핑계로 소송을 지연시켰다”면서 “그 사이에 윤석열 전 총장은 대선후보가 됐다.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내역의 공개를 요구했는데, 그 예산을 쓴 사람이 대선후보가 된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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