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피해자의 술에 취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범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99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99조 중 ‘항거불능’ 부분의 위헌 여부에 대해 처음 판단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7월 피해자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2회 추행하고, 또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있던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1회 간음했다는 준강제추행죄 및 준강강죄의 범죄사실로 2017년 울산지방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가 항소 및 상고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A씨는 상고심 계속 중 형법 제299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2017년 11월 기각되자, 2017년 12월 형법 제299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형법 제299조의 구성요건인 ‘항거불능’은 그 의미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적 해석 및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 결과 대법원은 항거불능의 상태에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뿐만 아니라 ‘현저히 곤란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는 사람의 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제298조(강제추행)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사람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형법 제299조 중 ‘항거불능’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는 “‘순종하지 않고 맞서서 대항할 능력이 없는 상태’라는 항거불능의 사전적 의미와 정신적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인해 성적인 침해에 대해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형법 제299조의 목적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정한 ‘항거불능’의 상태란 가해자가 성적인 침해행위를 함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능력과 대응ㆍ조절능력이 결여된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한 항거불능의 상태는 형법 제299조의 문언상 ‘심신상실’에 준해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나아가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불법의 크기는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에서의 폭행 협박의 정도에 준하므로 항거불능 상태는 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에서 폭행ㆍ협박으로 인해 야기된 대항능력의 결여 상태와도 상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대법원도 이러한 전제에서 ‘형법 제299조의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이를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이 그 의미를 예측하기 곤란하다거나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해석이나 적용가능성이 있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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