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피고인을 징역 8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지난해 12월 16일 인천지방법원에 열린 곗돈 사기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 같이 선고했다.

이 사건은 망자(피해자 어머니)의 일기장 등이 주요 증거물로 채택돼 결국 피고인 A씨가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해당 사건의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신청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런류의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검찰이 재판부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검찰이 항소를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피고인의 죄질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형인 집행유예로 판결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가 아니겠냐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곗돈 사기사건이 종종있어왔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피해자들과 동일한 사건에 연루된 한 망자가 남긴 일기장과 채무확인서 등의 유류품을 가족들이 발견해 재판부에 제출, 사기 사건의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망자가 남긴 일기장에는 피고인 A씨와의 채무 관계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판결문에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피고인 A씨는 2012년 5월 29일경 피해자 B씨에게 ‘계금 1000만원, 총 26구좌인 번호계를 할 예정이다. 2구좌에 각 40만원씩 월불입금을 지급하면 각 구좌를 모두 순번 26번으로 해 2014년 6월 30일에 각 구좌 당 이자를 포함한 1230만원을 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당시 A씨는 금융권 채무를 2억 3000만원 이상 부담하고 있었고, 사인간 채무도 3억원 이상 부담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매월 부담하는 금융권 이자만 해도 140만원 이상 이었지만, 특별한 재산과 수입은 없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A씨)은 피해자(B씨)와 다른 계원들이 가입한 각 구좌를 모두 마지막 순번인 26번으로 한 후 계불입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 받으면 이를 피고인의 개인 채무 변제 및 피고인이 계주인 다른 번호계의 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인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할 생각이었다”며 “정상적으로 번호계를 운영해 피해자에게 약속한 일시에 계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의 판결문에서 보듯이 A씨는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다수의 인척과 지인들을 계원으로 모집해 여러 개의 계를 운영해 오면서 계금을 빼돌려 생활비로 사용하고 부채 돌려막기를 하는 등 피해를 입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같이 피해자를 기망해 이에 속은 피해자(B씨)로부터 2014년 5월 28일경까지 2구좌에 대한 계불입금 명목으로 합계 2000만원을 피고인 명의의 농협 계좌로 송금 받아 편취했다”고 밝혔다.

피고인 A씨는 두 번째 피해자 C씨에게도 B씨와 동일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5월 29일경 계원으로 가입한 피해자 C씨에게도 다른 피해자(B씨)와 동일한 수법으로 각 구좌를 모두 마지막 순번인  26번으로 한 후 계불입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으면 이를 피고인의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같이 피해자(C씨)를 기망해 2014년 6월 30일경까지 총 5구좌에 대한 계불입금 명목으로 합계 3680만원을 피고인 명의  농협 계좌로 송금 받아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A씨는 피해자 B씨와 C씨에게 한 동일한 수법으로 세 번째 피해자 D씨에게도 계원으로 가입(2013년 5월 29일)시켜 총 1120만원을 편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피해금액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은 점,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다”며 “반면 피고인이 초범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에게 피해금액 전액을 지급한 점 등,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문과 가이 형을 정한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로리더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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