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br>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판례 소개

동거인에게 전달한 보충송달로 이루어진 외국판결도 우리나라에서 집행판결을 얻기 위한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
(대법원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B씨 부부는 2010년까지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하다가 우리나라로 귀국했다. A은행은 B씨 부부가 뉴질랜드에서 사업을 하면서 자신들로부터 1억원 가량의 뉴질랜드 달러를 빌려간 다음 이를 갚지 않았다면서 2013년 현지법원(뉴질랜드)에 소송을 냈다. A은행은 B씨 부부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어서 소장 등 소송서류를 뉴질랜드 법원을 통해서 국내로 보냈다. 소송서류를 전달받은 우리나라 법원은 이를 B씨에게 송달하려 했으나, B씨가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아서 대신 남편에게 송달했다.

우리나라 법원은 소송서류가 B씨의 남편에게 전달돼 ‘보충송달’이 이루어졌다면서 외교당국을 통해 뉴질랜드 법원에 통보했다. 뉴질랜드 법원은 소송서류가 당사자에게 송달된 것으로 보고 재판을 진행해 B씨 부부가 A은행에 대출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은행은 뉴질랜드 법원 판결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 우리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해설) 강제집행은 확정된 종국판결(終局判決)이나 가집행의 선고가 있는 종국판결에 기초하여 한다(민사소송법 제24조).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외국에서 이루어진 판결은 곧바로 우리나라 법원에서 강제집행할 수 없다. 우리 민사집행법 제26조 제1항에서는 외국재판의 강제집행에 대하여 ‘외국법원의 확정판결 또는 이와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재판(이하 확정재판 등)에 기초한 강제집행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집행판결로 그 강제집행을 허가하여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이유다.

외국판결을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강제집행하려면, 집행기관에게 위와 같은 조건의 구비 여부를 조사시키는 것은 부적당하므로 채권자와 채무자가 소송을 통해서 집행판결을 얻도록 한 것이다. 다만, 법원은 승인의 조건을 조사할 뿐이고, 외국판결의 내용인 판단의 당부(當否)를 조사하지 아니한다(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한편, 우리 민사소송법에서는 외국법원의 확정판결에 우리 법원의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217조). ①대한민국의 법령 또는 조약에 따른 국제재판관할의 원칙상 그 외국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될 것, ②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공시송달이 아닌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두고 송달받았거나(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다)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 ③그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아니할 것, ④상호보증이 있거나 대한민국과 그 외국법원이 속하는 국가에 있어 ‘확정재판 등’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차이가 없을 것 등이다. 그리고 법원은 위 요건들이 충족되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한다(같은 조 제2항)고 규정한다.

외국판결의 승인요건과 관련하여 송달방법이 문제된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공시송달이 아닌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두고 송달받았거나(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다)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을 외국판결의 송달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의 우리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규정에 따른 송달이란 보충송달이나 우편송달이 아닌 통상의 송달방법에 의한 송달을 의미하며, 그 송달은 적법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 등 참조). 그러니까 공시송달이나 보충송달에 의해서 외국판결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국내에서 집행판결로 승인받지 못했었다.

그런데 국내 법원의 송달에서는 보충송달은 공시송달과 달리 정상적인 송달방법으로 인정받는다. 송달은 소송법상 당사자 기타 이해관계인에게 소송관계 서류의 내용을 알리기 위하여 법원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서면을 보내는 형식적 행위다. 우리 민사소송 절차에서는 송달의 신속·확실을 기하기 위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송달하는 직권송달주의를 채택하였다(민사소송법 제174조). 다만 예외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당사자송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제제194조).

송달은 원칙적으로 ①지정인에게 서류를 교부(교부송달)한다. 본인을 만나지 못한 때에는 사무원ㆍ고용인ㆍ동거자에게 교부한다(보충송달). 사무원 등이 수령을 거절하면 서류를 송달할 장소에 둘(유치송달) 수 있다(제186조). ②교부송달 불능 시에는 우편등기로 부친다(우편송달). 이 경우에는 발송 시에 송달이 있었던 것(발신주의)으로 된다(제187ㆍ189조). ③지정인의 송달장소가 불명하거나 외국에서 할 송달에 있어서 촉탁송달을 할 수 없고, 송달의 방법이 없을 때에는 신청에 의한 재판장의 허가나 직권에 의한 명령으로, 지정인이 출두하면 언제든지 교부한다는 뜻을 법원 게시장에 게시(공시송달)한다(제194·195조). 이 경우에는 게시한 뒤 2주간이 지난 날부터 수령 여하를 불문하고 송달의 효력이 생긴다(제196조). ④ 외국에서 할 송달은 재판장이 그 나라에 주재하는 대한민국 대사ㆍ공사 등에 촉탁하여 행한다(191조).

위 사례에 대하여 1심(서울중앙지법)과 원심(서울고법)은 피고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가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는 피고에 대해 이루어진 보충송달도 외국법원의 판결을 우리나라에서 집행하기 위한 요건으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서 규정한 ‘적법한 송달’에 해당하고, 그 밖에 위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 외국법원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위 원심판결은 그간의 대법원 판결에 배체되는 것이어서 대법원 판결이 변결될 것인지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은 민사소송법 제186조 제1항과 제2항에서 규정하는 보충송달도 교부송달과 마찬가지로 외국법원의 확정재판 등을 국내에서 승인ㆍ집행하기 위한 요건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적법한 송달’에 해당한다면서 전원일치로 그간의 대법원 판결을 변경하였다. 대법원이 들고 있는 이유는, 뉴질랜드 법원의 촉탁에 따른 송달은 국제민사사법공조법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위 법은 ‘외국으로부터의 촉탁에 따른 수탁사항은 대한민국 법률에 의하여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충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86조에서 정하고 있는 적법한 송달 방식 중의 하나이고, 보충송달은 피고와 함께 거주하는 등의 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수령 대행인을 통해 사회통념상 피고에게 서류를 전달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공시송달 방식과는 달리 피고에게 적절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현저히 적으며, 보충송달을 공시송달과 유사한 송달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이를 적법 한 송달 방식에서 제외하는 것은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만을 제외하고 있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문리해석에도 부합하지 않고, 보충송달을 외국판결의 승인ㆍ집행을 위한 적법한 송달로 보지 않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유지한다면, 외국판결을 우리나라에서 집행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판결보다 더 엄격한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져야 하며, 외국법원의 공식적인 요청에 따라 우리나라 국제민사사법공조법 등에 따라 보충송달 방식으로 소송서류를 송달한 후 외국법원의 판결이 이루어졌는데, 그 송달이 적법하지 않다고 보아 외국판결의 승인ㆍ집행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적법절차에 대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사법절차의 국제적 신뢰가 훼손될 수도 있음을 이유로 들고 있다(대법원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전원합의체 판결).

외국판결은 일정한 요건 하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그 내용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허용하는 점에 있어서는 그 점을 집행문 부여기관이나 집행기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리 소송에서 그 효력을 확정한 다음에 집행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집행판결은 외국의 판결을 함부로 부인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또한 자국이나 자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집행판결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판결은 외국의 판결이 공시송달에 의해서 이루어진 경우 국내집행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려왔다. 뿐만 아니라 보충송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집행을 불허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국내법에서는 공시송달과 보충송달을 엄격하게 구별한다.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은 확정 후에도 일정한 조건하에 추완항소를 허용해 그 효력을 다툴 수 있다. 보충송달의 경우에는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과는 달리 추완항소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국판결에 대해서만 공시송달과 보충송달을 동일시하는 잘못이 있는 것이다. 또한 외국판결에 대해서만 보충송달을 허용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외국판결에 한해서 보충송달을 공시송달과 같이 다루는 합리적인 이유는 어떻게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외국판결의 보충송달이 국내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국내에서 이루어진 보충송달은 공시송달과 분명히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면 보충송달을 통해서 판결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외국판결의 승인을 거부할 명분은 없게 되는 것이다. 보충송달로 이루어진 외국판결에 대하여 집행을 부인하는 이전의 판결들은 사법절차의 국제적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국내에서 유효하게 인정되고 있는 보충송달을 국내 판결을 통해서 스스로 부인하는 모순에 빠지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한 판례의 변경은 지극히 타당한 결론이다.

* 보다 더 전문적인 내용은 https://blog.naver.com/jblawyer/222602846958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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