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판례 평석

<조부모를 부모로 아는 손주, 손자녀 복리 위해선 조부모가 직접 입양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법원 2021. 12. 23.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사례) B군의 모친은 고등학생 때에 아이(B)를 임신하였고, B군의 생부와 혼인신고를 마친 다음 B군을 출산했으며, 출산 후 곧바로 생부(남편)와 이혼하였다. B군의 모친은 생후 7개월 무렵 그녀의 부모인 A씨 부부에게 B군을 맡겼다. 그 후 A씨 부부가 외손자인 B군을 양육하기 시작했으며, B군도 말을 배우기 시작한 때부터는 외조부모를 ‘엄마’, ‘아빠’로 불렀다.

A씨 부부는 ‘자신의 딸인 B군의 생모가 교류가 없고 B군이 자신들을 부모로 알고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B군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법원에 입양에 대한 허가를 청구하였다. B군의 친생부모는 B군을 외조부모가 입양하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 경우 외조부모(A씨 부부)가 외손자(B군)를 아들로 입양하는 것이 가능할까?

해설) 입양은 혈연관계에 있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법률적으로 친자관계를 맺는 신분창설행위를 말한다. 자연의 혈연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러한 혈연관계가 있는 것처럼 법적으로 의제하는 제도가 입양이다. 입양은 흔히 현행 법률상 자의 복리증진을 위한 양자제도가 일반적이다. 성년이 된 사람은 입양할 수 있고(민법 제866조),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민법 제867조 제1항),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제1항에 따른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민법 제867조 제2항).

입양을 위해서는 실질적 요건과 형식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당사자 사이에 입양합의가 있을 것(제883조 1호), 양친은 성년자일 것(제866조), 대낙입양(代諾入養)의 경우에는 일정한 자가 승낙할 것(제870조 1항), 성년양자는 부모 등의 동의를 얻을 것(제870조 1항), 미성년양자는 부모ㆍ후견인의 동의를 얻을 것(제871조), 피후견인 입양에는 가정 법원의 허가를 얻을 것(제872조), 금치산자는 후견인의 동의를 얻을 것(제873조), 배우자 있는 자는 공동으로 입양을 할 것(제874조 1항), 양자는 양친의 존속 또는 연장자가 아닐 것 등이 실질적 요건이다. 형식적 요건으로는 입양의 신고를 해야 하고(제878조 1항), 가족법의 규정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해야 하며(요식행위), 신고는 당사자 쌍방과 성년자인 증인 2인이 연서(連書)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제878조 2항).

입양의 효과로는 양자와 양친 사이에 법정친자관계가 발생하고 이러한 기본적인 효과에 따라서 양자는, 그 직계비속이나 배우자와 양친의 혈족ㆍ인척 사이에도 법정친족관계가 발생하여(제722조), 자연혈족의 경우와 동일하게 부양관계나 승계관계가 인정된다(제974, 984~994조). 양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생부나 생모의 친권을 벗어나서 양부 또는 양모의 친권에 복종하게 된다(제909조 1, 2, 5항). 물론 입양으로 양자는 양부모의 추정상속인의 지위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손자를 아들로 입양하는 것은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손자녀를 키우는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자녀가 손자를 맡겨두고 집을 나가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손자를 키우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입양을 고려하게 된다. 위 사안의 경우가 그에 해당하는데, 할아버지가 손자를 자녀로 입양하려고 법원에 입양허가신청을 하였던 바, 1ㆍ2심 판결은 B군(사건본인)의 친생모가 생존하고 있어, 재항고인(조부모)들이 사건본인을 입양하면 외조부모가 부모가 되고, 친생모는 어머니이자 누나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되고, 입양을 하지 않는 현재 상태에서도 재항고인들이 사건본인을 양육하는데 어떠한 제약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성년후견을 통해 그 장애를 제거할 수 있으며, 장래에 사건본인이 진실을 알게 되어 받을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신분 관계를 숨기기보다 정확히 알리는 것이 사건본인에게 이롭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고, 입양을 통해 친생부모가 사건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건본인의 복리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입양허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면서, 그 이유로 민법 제867조의 문언과 개정 취지와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입양특례법 규정 등을 고려하면, 가정법원이 미성년자의 입양을 허가할 것인지 판단할 때에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의 합의 등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또한 민법은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며,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부모ㆍ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고, 조선시대에도 혈족을 입양하거나 외손자를 입양하는 예가 있었으므로 우리의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된다고 할 수 없고, 비교법적으로 혈족의 입양을 허용하는 예가 많았다는 점을 입양허가 이유로 들고 있다(대법원 2021. 12. 23. 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원심이 입양 불허사유로 삼는 가족질서의 혼란이나 다른 후견제도를 통해서 손자녀를 입양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거나, 친생부모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입양을 금지하는 사유로 논의될 수 없다. 특히 미성년자의 입양에서는 오로지 미성년자의 복리증진 등의 모적이 고려돼야 하고, 그러한 이유에서 민법에서는 더욱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870조).

다만 미성년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 법률적 제한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 입양을 허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가정법원은 양자가 될 미성년자의 복리를 위하여 그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제1항에 따른 입양의 허가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민법 제867조 제2항). 따라서 가정법원에 입양의 허가여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재량권이 주어진다.

반대의견은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법률에 따라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법정친자관계의 기본적인 의미에 자연스럽게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서 입양을 허가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부모와 양자녀 사이에 나이 차이가 크지 않는 경우, 성씨가 다른 입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부자연스럽다. 입양은 혈연관계와 비슷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도 아니고, 혈연관계와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는 것도 입양의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반대의견은 입양의 본질을 벗어난 해석이다. 그런 점에서 조부모를 부모로 아는 손주, 손자녀 복리 위해선 조부모가 직접 입양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보다 전문적인 내용은 https://blog.naver.com/jblawyer/222602862289를 참조하기 바랍니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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