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6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관련 법률과 제도의 시급한 개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날 “전기통신사업법 통신자료 제공절차 개선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법원, 검사, 수사관서의 장 등은 재판, 수사 등을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과 같은 통신자료의 제공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수사기관이 범죄 피의자 등에 대한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활동은 범죄수사라는 사회적ㆍ공익적 정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 자체는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수사 목적을 위해 통신자료와 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에는 수사에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 절차를 관련 법률에 마련함으로써 기본적 인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그런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 절차는 단지 ‘재판, 수사 등을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그 허용요건이 너무 광범위하고, 사전ㆍ사후적 통제절차가 미비하며, 해당 이용자에 대한 제공내역 통보 절차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통신의 비밀 등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년 12월 24일 발표한 통신자료 제공 현황에 따르면, 통신자료 제공 건수는 2020년 548만 4917건(상반기 292만 2382건, 하반기 256만 2535건), 2021년 상반기 255만 9439건에 달하고 있다(전화번호 수 기준).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이는 대략적으로 국민 10명 당 1명꼴로 제공된 셈”이라고 말했다.

송두환 위원장은 또 “수사기관 등이 한번 요청할 때마다 다수인의 통신자료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관행도 문제”라며 “2021년 상반기만 보더라도 요청 문서 1건 당 검찰 8.8건, 경찰 4.8건, 국가정보원 9.0건, 새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4.7건의 개인 통신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14년 2월 ‘전기통신사업법 통신자료제공제도 개선권고 결정’에서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정보주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사후통지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권고했다.

2016년 11월 헌법재판소 2016헌마388 사건에 대한 의견제출 결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통신자료 제공 제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는 2015년 대한민국 국가보고서 최종견해를 통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영장절차 없이 이용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통신자료 제공 제도에 대해 우려하면서 법률 개정을 권고한 바 있고, 2017년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2019년 유엔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도 우리나라의 통신자료 제공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따라서 공수처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 사례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등 모든 수사기관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과도한 통신자료 제공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제21대 국회에는 통신자료 제공 제도와 관련해 이용자에게 제공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는 등 절차를 보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총 5건이 발의돼 계류 중에 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는 금번 통신자료 제공과 관련한 논란을 계기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통신의 비밀이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로리더 김길환 기자 desk@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