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양승태 하드디스크 디가우징과 파일삭제…사법농단 증거인멸”
민변 “양승태 하드디스크 디가우징과 파일삭제…사법농단 증거인멸”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07.1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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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디가우징 및 김OO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의 파일 삭제 행위는 사법농단 사태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증거인멸죄를 구성하는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

민변(회장 김호철)은 “법원행정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언한 대로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고,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협조만을 구할 것이 아니라, 강제수사 등 보다 능동적인 수사를 신속하게 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 김호철 회장이 15일 대법원 동문 앞에서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민변)
민변 김호철 회장이 15일 대법원 동문 앞에서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민변)

10일 ‘민변 사법농단 T/F(단장 천낙붕)’가 발간한 일곱 번째 ‘사법농단 이슈 페이퍼’를 통해서다.

지난 5월 2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조사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민변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사법농단 T/F)를 결성하고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다각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

‘민변 사법농단 T/F(단장 천낙붕)’에서는 지난 6월 26일 발간한 첫 번째 이슈페이퍼로 ‘상고법원을 매개로 한 재판거래, 재판개입’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담았다.

6월 28일 두 번째 발간한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는 “국제인권법학회ㆍ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의 동향 파악 및 학술대회 개입”과 관련한 사법행정권 남용 문건을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지난 3일 발간한 세 번째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는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 및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개입 등” 사법행정권 남용을 분석한 결과를 담았다.

‘민변 사법농단 T/F(단장 천낙붕)’는 4일 네 번째 “익명 인터넷 카페(이사야) 동향 파악 및 법관 성향 동향 파악”을 담은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5일에는 다섯 번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재판거래 의혹”을 파헤친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9일에는 여섯 번째로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재판거래 의혹”을 파헤치고, 10일에는 “증거인멸 및 공용서류무효 혐의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민변 사법농단 T/F(단장 천낙붕)’는 “심각한 사법불신을 초래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대법원의 협조 하에서 제한적으로만 증거를 수집하는데 그치는 등 그 속도는 매우 더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행정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과거 재임기간 중 사용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퇴임 이후 ‘디가우징’한 사실이 공개됐고, 법원행정처는 이를 이유로 검찰의 하드디스크 원본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민변은 “또한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을 지낸 김OO 부장판사가 인사이동 당일 새벽 본인이 (법원행정처에서) 사용한 컴퓨터에서 2만 4500개의 파일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며 “사법농단 관련 문건들은 대체로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작성된 것들이 대다수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사용했던 하드디스크의 디가우징 및 김OO 전 심의관의 파일 삭제 행위 등은 사법농단 사태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민변은 하드디스크 디가우징 및 파일 삭제 행위 등의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법원행정처 및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특조단) 해명의 부당성에 대해서 검토했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디가우징

디가우징(degaussing)이란, 디가우저라는 장치에 하드디스크를 넣은 후 강력한 자기장에 노출시켜 하드디스크 자체를 훼손시키기 때문에, 포렌식 등 복구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더라도 복원할 수 없다.

검찰은 지난 6월 26일 법원행정처로부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모든 데이터가 지난해 10월 ‘디가우징’ 방식을 통해 삭제됐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튿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디가우징은 해당 컴퓨터의 사용자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디가우징 경위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관련규정과 통상적인 업무처리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 답변했다.

법원행정처의 입장은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컴퓨터는 “직무 특성상 재사용이 불가능한 장비”에 해당하므로 ‘전산장비운영 관리지침’ 등에 따라 “완전히 소거조치”를 해야 하며, 종전 퇴임한 대법관들이 사용하던 하드디스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소거조치를 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변은 “법원행정처는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컴퓨터는 직무 특성상 임의로 재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해당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 방법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는데, 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변은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국가의 소유이고 공무수행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는 작성 공무원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기록”이라며 “이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이 대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생산하는 기록물에 대해서 모든 공무원들에게 보호ㆍ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기본적인 근거”라고 짚었다.

민변은 “공공기록물법이 위임한 사항에 관해 대법원이 제정한 ‘법원기록물 관리규칙’ 또한 ‘각급 기관은 공식적으로 결재 또는 접수한 기록물을 포함하여 결재과정에서 발생한 수정내용 및 이력 정보, 업무수행과정의 보고사항, 검토사항 등을 기록물로 남겨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대법관 이상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정보는 완전히 소거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령의 요구는 ‘공식적으로 결재ㆍ접수한 기록물’ 뿐만 아니라 ‘업무수행과정의 보고사항, 검토사항’에 대해서도 기록물로 남겨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정보는 ‘직무의 특성’ 때문에 모두 완전히 소거한 것이라면 이는 공공기록물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공기록물법 제50조 제1호는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한 자’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변은 “이러한 법률과 규칙에 따르면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정보라고 하더라도 이들 기록물은 반드시 남겨 관리했어야 하며, 그렇게 관리한 자료는 수사기관에 제출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만약 대법원이 정한 행정예규에 불과한 ‘전산관리운영지침’이 이러한 ‘공공기록물’을 소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이 지침 자체가 상위 법률인 공공기록물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건과 관련성이 없거나 공무상 비밀이 담겨 있는 파일 등이 대량으로 포함돼 있어서 사법농단ㆍ재판거래 관련 하드디스크 원본을 제출할 수 없다고 한 부분은, 형사소송법과 수사의 일반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를 1차적으로 판단하는 곳은 ‘수사기관’이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피혐의자들이 근무했던 법원행정처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사건 관련성 여부에 관한 수사기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이해관계인들이 형사재판절차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된다. 이는 그동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거나 판결을 하면서 당연한 전제로 여겨왔던 것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범죄행위 혐의를 받는 조직 스스로가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자료제공을 거부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감추려 하고 수사를 방해한다는 인식을 가져올 뿐이다”라고 말했다.

민변은 “‘공무상 비밀’이라는 사유가 수사기관에 대한 자료제출 거부사유가 될 수는 없다”며 “사법농단ㆍ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자료들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모두 ‘공무상 비밀’이었다. 이미 공개가 된 자료들 중에도 문건 자체에 이미 ‘대외비’라고 기재돼 있는 자료들이 있었다. ‘공무상 비밀’인 자료를 공개한 법원행정처가 ‘공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추가적인 자료(하드디스크 원본 등)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법원은 지금까지 증거인멸의 흔적이 있고 복구가 용이하지 않는 경우 하드디스크 원본 자체에 대한 압수를 적법하다고 판단해 왔다”며 “실제로 ‘사건 관련성’이 없고 ‘공무상 비밀’인 자료들이 있다면,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 집행방법을 준용해, 검찰에 하드디스크 원본을 제출해 놓은 상태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참여한 상태에서 개별 파일마다 소명을 해 수사대상 자료에서 제외시키면 족한 것이지, 자료 전체의 제출을 거부하거나 소거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최근에 퇴임한 박보영 대법관 등의 경우 재임 중 사용한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징 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보관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러한 사정만 보더라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하드디스크 디가우징 행위가 규정 또는 관례에 입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행정처를 반박했다.

민변은 “무엇보다 법원행정처가 밝힌 바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PC가 디가우징된 것은 2017년 10월 31일인데,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퇴임(2017년 9월 22일)한 후 한 달도 더 지난 시기이며, 후임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가조사를 결정하기 불과 3일 전이다”라면서 “이와 같이 민감한 시기에, 법률 규정에도 위반될 뿐만 아니라 확립된 관례도 아닌 디가우징 방식으로 하드디스크를 훼손한 것은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볼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 김OO 전 심의관의 2만 4500개 파일 삭제 행위

김OO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 제2심의관, 2016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는 법원행정처 기획 제1심의관을 역임한 법관으로, 심의관 재임 당시 다수의 사법농단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 이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부장판사로 보임됐다가,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 발표 이후 재판업무에서 배제됐다.

특조단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김OO 심의관은 인사이동 당일이었던 2017년 2월 20일 06:52부터 08:00까지, 인수인계할 파일을 추려낸 이후 2만 4500개의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법원행정처 추가조사위원회에서 주목했던 암호 파일도 삭제됐는데, 그 파일명은 ①인사모 관련 검토, ② 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③ 국제인권법연구회대응방안검토 등이다.

인사모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을 말한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 입장이었다.

특조단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김OO 전 심의관은 “인수인계할 파일을 추려낸 후 나머지 파일들을 삭제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변은 그러나 “김OO 전 심의관이 파일을 삭제한 시기에는 이미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법원행정처 내부에서는 관련 문건의 존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점, 삭제된 파일에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있는 파일들(인사모 및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문건 등)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진 점, 통상 인수인계 대상에서 제외할 파일들은 업무관련성이 없는 개인적 파일들이라 할 것인데 위 파일들은 파일명만 보더라도 개인적 파일로는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전임자로서 인수인계할 파일을 선정하는데 일정한 재량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파일 삭제 행위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특조단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더라도 김OO 전 심의관은 임종헌 등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로부터 지시를 받아 다수의 사법농단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가 본인의 인사이동 시기에 맞추어 다수의 파일을 삭제한 것인바, 김OO 심의관이 파일 삭제를 한 시기, 삭제한 파일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당해 파일 삭제 행위는 직권남용죄의 증거를 인멸한 행위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민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디가우징 및 김OO 전 심의관의 파일 삭제 행위는 증거인멸죄를 구성하는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

민변은 “법원행정처는 위 하드디스크 원본을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협조를 얻어 위 하드디스크를 복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나아가 법원행정처는 정OO 심의관 등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도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법원행정처의 입장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국민담화의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법원행정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언한 대로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또한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협조만을 구할 것이 아니라, 강제수사 등 보다 능동적인 수사를 신속하게 개시해야 한다”며 “시간이 늦추어 질수록, 증거인멸의 속도와 범위는 더욱 빨라지고 넓어질 것이다. 진실이 디가우징 되기 전에, 진실이 삭제되기 전에”라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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