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중소기업 기술유용 '징벌적 배상' 패소...법원 "도면 무단 유용"
한화, 중소기업 기술유용 '징벌적 배상' 패소...법원 "도면 무단 유용"
  • 김상영 기자
  • 승인 2021.12.3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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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제이이노테크, 초대형 로펌 맞서 6년간 법정 다툼 대기업 상대 민사 소송 첫 승소..."대기업 기술탈취 행태에 경종"
-경청 "대기업, 대형 로펌 선임해 시간끌기 소송으로 피해 중소기업들 벼랑끝으로 몰았던 파렴치한 관행 뿌리 뽑을 판례"
-한화측 "행정소송 등에서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됐고, 검찰에서도 무혐의처분 받았다...해당 판결 대법원 상고" 밝혀

[로리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린 국내 대기업 한화(회장 김승연)와 중소기업 에스제이이노테크(대표 정형찬) 간 기술 분쟁 민사 소송(항소심)에서 중소기업이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한화의 협력업체인 에스제이이노테크(태양광, 반도체 설비제조업체)가 한화와 한화솔루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인 에스제이이노테크에 대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화측에 기술유용 배상액 5억원을 인정하고 징벌적 배상 2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해 총 1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 하라고 선고했다.

1심 판결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매뉴얼 첨부도면에 대해 한화측이 기술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를 통해 한화측이 계약 기간 중 경쟁자의 지위에서 기술정보를 무단 유용했음에도 피해구제를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이 고려돼 2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이 내려졌다. 

다만 매뉴얼 첨부 도면을 제외한 기술자료들에 대해서는 기술의 유사성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특허에 의해 이미 공지된 기술이라고 보고 나머지 책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 했다. 

중소기업의 권리회복을 위한 공익 재단법인 경청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기술 탈취 분쟁 민사 소송에서 일부라도 중소기업이 승소한 것은 국내 처음있는 일이다"며 "그동안 만연했던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다"고 28일 밝혔다.

경청은 "대형 호화 로펌을 선임한 대기업에 맞서 6년 간의 법정 다툼에서 법원이 일부라도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준 의미있는 판결이다"고 평가하고, "여기에 그동안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데 매우 소극적이었던 법원이 기술 유용 배상액에 징벌적 배상 2배를 적용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고 판결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하도급 납품대금 부당 결정에 대해 징벌적 배상액 1.64배를 전향적으로 인정한 이후로 최대의 징벌적 손해배 상을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부연했다.

자료=경총 제공
자료=경총 제공

앞서 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한화와 2011~2015년 태양광 설비제조에 관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가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 기술을 유용해 태양광 제품을 만들었고, 한화 계열사에 납품한 협의로 2016년 공정위 제소와 더불어 2018년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면서 기술 분쟁이 시작됐다. 

2019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측이 에스제이이노테크 기술자료를 유용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을 의뢰했지만, 2020년 8월 해당 대구지검은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이후 항고와 재정 신청에서도 기각돼 현재는 대법원에 계류된 상황이다.

경청은 같은 달 손해배상 민사 소송 1심에서도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며 "원고 에스제이이노테크가 피고 한화측에 전달한 승인 도면, 매뉴얼, 레이아웃 도면 등은 하도급법으로 보호되는 기술 자료가 아니라는 게 1심 재판부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에스제이이노테크는 즉각 항소했고, 2020년 9월 손해배상 항소심 진행과 아울러 2차례 변론과 증인 심문을 거쳐 2021년 12월 23일 재판부로부터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에스제이이노테크 정형찬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민사 소송에서 국내 처음으로 법원이 일부라도 중소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 의미가 있다"며 "이번 판결이 그동안 만연된 대기업의 기술 탈취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활용되길 기대하면서도 재판부가 기술 유용을 인정했으나 개발비 40억원에도 휠씬 못미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한 것은 문제"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항소심 법률 지원을 맡은 재단법인 경청의 장태관 이사장은 "기술탈취 소송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이번 판결은, 대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 시간끌기 소송으로 피해 중소기업들을 벼랑끝으로 몰았던 파렴치한 관행을 뿌리 뽑을 결정적 판례가 될 것" 이라면서도 "재판부의 소극적 손해배상액 산정은 오히려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 한화 "종전의 사법적 판단과 상이해 대법원 상고 검토"

한편 한화측은 본지에 보내온 공식 입장문을 통해 1심 판결뿐만 아니라 행정소송 등에서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됐고, 검찰에서도 무혐의처분 받았다고 밝혔다.

한화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고, 6명의 경력직원을 채용해 자체 개발한 기술임을 사법 절차 통해 여러 차례 확인 받았다"며 "이번 판결이 1심 등 종전의 사법적 판단과 상이해,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릴 예정이다"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로리더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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