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노동법률단체들은 9일 “동료 잃은 노동자는 구속, 노조파괴주범은 불구속,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법원의 이중 잣대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공동성명에 참여한 단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법률원(민주노총ㆍ금속노조ㆍ공공운수노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다.

노동법률단체는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수사에서 노조 탄압 문건이 대거 발견된 이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대한 노조파괴의 진상이 수사를 통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경찰-고용노동부가 결탁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은폐해왔던 실상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법원에서 줄줄이 기각되면서, 법원의 삼성노조파괴사건에 대한 편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범죄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13건 가운데 11건을 기각했다. 2017년 기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약 19%에 불과한데, 삼성노조파괴사건에 대하여는 현재까지 약 85%에 이르고 있다”며 “이와 같은 경향성은 법원의 판단이 노조파괴범죄에 대해 얼마나 안이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자본과 부역자들에게 얼마나 심각하게 편향돼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경악을 금치 못할 사건”이라고 개탄했다.

또 “이미 삼성과 경찰, 고용노동부까지 연결된 노조파괴범죄에 있어서 관계자들이 진술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매우 높다”며 “지금까지 이렇게 조직적으로 대응해 왔다면 관련 증거에 대한 관리 또한 철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히 예상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노동법률단체는 “특히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나 기각됐다. 박 전 대표는 노조가 설립된 2013년 7월부터 대표로 있으면서 노조파괴공작인 ‘그린화 작업’을 총괄하고, ‘종합상황실’ 실장을 맡아 노조파괴를 위해 협력업체를 위장폐업 시키고 그 대가로 협력업체 사장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며 “박상범 전 대표가 수사 개시 직후 말맞추기 및 휴대폰 교체 등 실제 증거를 인멸한 정황, 삼성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한 정황이 있었으며, 박 전 대표의 지시를 받은 최 모 전무가 구속된 상황이었음에도 법원은 끝내 영장을 기각했고, 윗선을 향하던 검찰 수사도 주춤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법원의 이런 행태는 삼성노조파괴 사건에 그치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이채필 전 노동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마저 기각됐다.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채필은 차관으로 있던 2011년 양대 노총을 이간질하기 위해 제3노총인 ‘국민노총’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적극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아내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채필은 공범이 상당 부분 혐의를 시인한 것과 달리 모든 혐의를 적극 부인했고, 증거인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에도 법원은 ‘현 단계에서는 범죄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짤막한 이유로 이채필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며 “그러나 이채필에게서 특활비 등을 넘겨받아 국민노총 관계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걸 당시 정책보좌관(전 경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자신의 혐의와 이 전 장관의 지시 여부에 대해 검찰에서 대부분 시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소명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는지 매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이 부실한 사유로 노조파괴범죄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반복하는 법원의 태도는 노조파괴범죄의 중대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노동법률단체는 “특히나 삼성이 벌인 노조파괴공작은 고(故) 염호석, 최종범 열사 두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붙일 만큼 가혹하고 악랄한 것이었다. 이는 중대한 형사적 범죄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 노동3권을 정면으로 짓밟은 헌법파괴범죄이자, 사회를 병들게 한 적폐 중의 적폐”라며 “그럼에도 법원만이 이와 같은 범죄의 중대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법원이 부당노동행위 범죄에 대해 경미한 형을 선고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더욱이 법원은 피의자가 노동자이면 주거가 분명하고 증거가 모두 채증된 경우에도, 중대한 범죄가 아닌 단순 집시법 위반만으로도 쉽사리 구속해왔다. 심지어 염호석 열사의 시신 탈취에 대해 동료 조합원이 경찰에 항의하던 중 침을 뱉고 때리려 시늉한 것 또한 구속사유가 됐었다. 동료의 마지막 가는 길마저 가로막으려 한 경찰에 항의한 조합원은 쉽게 가두면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갈 정도로 잔혹한 노조탄압 공작의 ‘몸통’에 대한 강제수사는 가로막는 법원의 작태는 ‘정의’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고 일갈했다.

또 “법관에 의한 구속 제도는 중대 범죄에 대한 철저한 단죄와 처벌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수사 과정에서 충돌하는 정의의 요청과 피의자의 인권을 불편부당하게 조율하기 위함이다. 헌법이 이러한 중요한 권한을 법관에게 부여했다면, 법관은 헌법 정신에 따라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른 판단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유독 삼성의 노조파괴범죄의 경우, 관계자들의 체계적인 증거인멸의 우려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법원 스스로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을 대부분 기각하면서 편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공범들의 진술이 있었고 지금까지 관련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해왔던 핵심관계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법원의 태도는 삼성의 노조파괴범죄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법률단체는 “쌍용자동차, KTX 등 노동자들의 삶과 직결된 판결을 청와대와의 거래수단으로 삼으며 노동자들의 삶을 망가뜨린 법원에 대한 신뢰는 지금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헌법상 기본권을 짓밟은 노조파괴범죄에 대한 안일한 대응은 다시 한 번 사법부 스스로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포기하는 처사일 뿐”이라며 “법원은 스스로 권력과 결탁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한 내막이 만천하에 드러난 작금에 이르러서도, 법과 상식에 어긋난 구속영장 기각 사태로 다시 한 번 그 오만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정의의 이름에 스스로 먹칠하는 법원은 존재 가치가 없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법원 맘대로, 판사 맘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도 아니고, ‘삼성장학생’ 자리를 따내기 위한 티켓은 더더욱 아니다”며 “법원은 노조파괴범죄의 중대성을 똑바로 인식하고 이를 단죄하기 위한 요구에 즉각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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