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검찰총장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된 검찰의 피라미드식 위계절서가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권 행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지 경험했다”며 사실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김도형 민변 회장<br>
김도형 민변 회장

민변(회장 김도형)은 12월 6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2021년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인권보고대회는 민변 사무총장인 조수진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민변은 이 자리에서 ‘2021년 10대 디딤돌ㆍ걸림돌 판결’을 발표했다.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민변 사무총장 조수진 변호사

2021 한국인권보고대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조영선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2021년 인권상황 총괄보고를 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민변 사무총장, 서울시교육청 공직자윤리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2021년 일부 개혁 과제들의 일보 전진이 있었지만 우리가 염원했던 국가보안법, 언론중재법 등 여러 개혁 법안들이 중단되거나 좌초되거나 미진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2021년은 기대와 설렘 속에서 시작했지만 실망과 분노로 점철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민변도 “개혁과 진보의 열망으로 시민들이 민주당에게 국회의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확보해줬음에도, 일부 형사사법 분야의 변화를 제외하고, 수많은 개혁 법안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며 “촛불의 뜻이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촛불정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개혁입법에 굉장히 소극적이고, 개혁 이슈들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블랙홀처럼 사라지면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그나마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핵심적인 검찰개혁 과제 중에서 검경수사권 독립,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성과로 꼽았다.

총괄보고하는 조영선 변호사

민변은 수사권조정과 공수처 출범으로 업무가 대폭 축소된 검찰의 인력과 조직, 예산을 재정비하는 일도 미룰 수 없는 후속과제라고 짚었다.

민변은 “공수처 출범은 검찰의 기소독점을 무너뜨리고 우리사회에 만연한 권력형 비리와 부패 근절에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며 “어렵게 출범한 공수처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민변은 특히 “검찰총장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된 검찰의 피라미드식 위계절서가 얼마나 비민주적이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권 행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지 경험했다”며 사실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국정원과 정보경찰도 언급했다. 조 변호사는 “국정원의 대테러 등 직무 범위가 확대되거나, (정보감찰관제도의 도입 등) 여러 통제장치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고, 우리의 염원이었던 정부경찰의 폐지 부분은 경찰개혁에 있어서 여전히 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 사법농단, 요원한 법원개혁

민변은 ‘2021 한국인권보고서’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심판과 요원한 법원개혁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는 “사법농단 관련해서 우리 사회가 이루었던 촛불 집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법농단 행위자들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며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법농단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거 같다”고 지적했다.

2018년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났지만, 하급심 법원은 사법농단 행위자(전ㆍ현직 법관)들에 대해 줄줄이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대법원은 2021년 사법농단 행위자들에 대한 무죄 확정판결을 선고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민변은 “뒤늦은 국회의 법관 (임성근) 탄핵소추에 대한 헌법재판소는 형식적 논리를 내세우며 각하결정을 했다”며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사법농단 연루 법관 탄핵) 책임방기는 결국 사법농단 행위자들에게 자유와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또 “상고심 문제도 심각하지만 개선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사법행정은 개혁되기는커녕 이전으로 복귀하는 듯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법원개혁의 주요한 축이었던 법조일원화 또한 법원행정처의 주도로 퇴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후 다시는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행태들이 되돌아오고 있다”며 “개혁은 진행되지 않고, 이전으로의 퇴행을 저지해야 했던 상황이 2021년 법원개혁의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한편, 조영선 변호사는 “5ㆍ18 관련해서 올해 두 사람이 죽었다. 비록 사과와 진실을 밝히지 못했던 전두환은 사망했지만, 5ㆍ18에 관련된 또 80년대에 있었던 많은 인권침해 부분에 대해서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우리의 염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 이후 이어진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후속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각하 결정을 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이와 관련 조영선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상당히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됐는데, (하급심) 각하 판결로 일제강점과 관련된 선조들의 고통, 역사적 정의가 과연 사법적인 평가에서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조영선 변호사는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 문제랄지 가해 징용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가해자로 있는 게 베트남 민간 학살에 대한 것이 있다”며 “우리가 결코 베트남 민간 학살 부분도 외면해서는 안 되고, 온전한 진실을 밝히는 것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는 “우리에게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 남아 있는데, 법원은 김석균 등에게 무죄 판결을 했다. 이런 면죄부 판결이 해양경찰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해야 할 업무상 지휘 범위가 어디까지 되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법원은 지난 2월 세월호와 관련해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지휘부 11명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전원 무죄 판결했다.

총괄 보고하는 조영선 변호사

조 변호사는 “지금 서울시 광장에는 세월호 전시공간이 철거됐다.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변은 국가보안법 폐지 목소리도 냈다.

조영선 변호사는 “론스타 사건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고, 민변 국제통상위원회에서 (투자자국가간분쟁해결제도 ISDS) 계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또 조영선 변호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노동자들이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 문제가 됨으로써 사실상 무늬만 정규직이란 비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무늬만 정규직일뿐 기존 용역업체 고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사실 노동자들에게는 어찌 보면 다치거나 죽을 수밖에 없는, 다쳐서 죽거나 해고되어서 죽거나 그런 권리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일침을 우리가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관련된 부분도 ‘용균이법’이라고 해서 진전이 있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는 등 아직도 전면적인 확대도 하지 않고 있고, 시행령을 통한 제정 문제도 있다”며 “이 부분을 우리가 속히 개정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성기업노조ㆍ에버랜드노조 ‘어용노조’

민변은 “2021년에는 어용노조에 대한 설립무효 확인 판결(유성기업노조, 에버랜드노조),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결(현대위아, 아사히글라스) 등이 있었다”며 “일선 행정청과 수사기관이 노조의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영선 변호사도 “어용노조 관련해 과거 80~90년대의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복수노조였다. 그때는 금지였고, 지금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문제로 다양한 형태의 어용노조가 설립돼 노조 내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투쟁이 발생하면서 노노 갈등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대표적으로 유성기업 노조, 에버랜드 노조에 대해서 어용노조라고 하는 무효 판결도 있었다”며 “이게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 활동들의 현주소”라고 짚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 언론개혁과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의 논의

조영선 변호사는 “언론개혁 관련해서 언론중재법은 아직 미완성”이라며 “가지 못했던 언론중재법, 징벌적 손해배상이 논의 중에 있다가 현재 정체된 상태인데 민변에서 여전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선 변호사는 “특히 가짜 뉴스가 유튜브에서 횡행하고 있는 요즘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부분에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일정하게 제한할 필요는 분명히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진실하지 않은 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기본 손해배상액의 배액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의 제도로, 인격권 침해에 대한 피해구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전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한편, 조영선 변호사는 “올해 가장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문제가 LH 관련된 투기 문제였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큰 의미 있는 일을 했다”며 “LH뿐만 아니라 공기업, 지방자치에서 유관업무를 하는 곳에서 이런 불법적인 업무를 취득한 가운데 투기를 하는 행위를 이번에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올해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가혹한지, 성소수자 스스로 사회를 감당하기에는 얼마나 무겁게 느껴졌는지를 보여줬던 게 아닌가, 안타까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혐오, 스스로 지키기 힘들어하는 분들에 대한 연대 등 인권과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고 전했다.

◆ 고(故)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처분 위법 판결

이와 함께 조영선 변호사는 군대 내 성폭력 문제도 진단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조 변호사는 “워낙 군대 내의 폐쇄성으로 인해서 숨겨지고 타일러지면서 은폐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발생할 수밖에 없어 민변을 비롯해 많은 단체에서 감시 활동을 더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변은 “올해 초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의 잇따른 비보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트랜스젠더 혐오와 억압, 차별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일깨웠고, 성소수장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뒤늦게나마 고(故) 변희수 하사에 대한 육군본부의 강제전역처분이 위법하다는 대전지방법원 판결이 있었다. 변희수 하사의 명예와 신분을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여성ㆍ노동ㆍ인권침해 부분에 대해 조영선 변호사는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여러 가지 직장 내 괴롭힘도 있었고, 제가 봤을 때는 서울대 일부 교수들이 보여줬던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어떤 모욕적인 발언들은 우리 사회가 청소 노동자들에게 특히 더 가혹한, 이중적, 삼중적인 무시와 멸시를 보여줬다”면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그리고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대한 법률이 제정됐다. 사실 가사노동자 우리가 가사도우미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들에게 최소한 기본권조차 인정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됐다”며 “우리 인권이 가려지고 숨겨지고 안 보이는 곳이 있지만 조금씩 가사노동자 같은 숨겨진 노동들이 발견되면서 보호된다는 측면에서 조금 더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2021년 ‘가사근로자법’ 제정 활동을 하는 등 가사노동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가습기 판결과 관련해 조영선 변호사는 “가습기판매사에 대해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화학적ㆍ의학적 인과관계 부분이 여러 이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망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고 하는 게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제까지 대한민국과 제조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식약청 등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민변 사무총장 지낸 조영선 변호사

조영선 변호사는 “미진하거나 중단됐던 여러 가지 개혁 과제, 언론중재법, 중대재해법 또는 차별금지법, 국가보안법 이런 악법이 개정되거나 폐지되거나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영선 변호사는 “민변이 그런 역할을 하는데 아마 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민변 변호사님들이 맹렬하게 투쟁할 것으로 다짐한다”며 보고를 마무리했다.

김도형 민변 회장<br>
김도형 민변 회장

한편, 김도형 민변 회장은 개회사에서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민주ㆍ개혁ㆍ진보세력은 더불어민주당에게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수를 확보해 주었지만, 촛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고, 보수 기득권 세력의 눈치만 보면서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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