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정욱)는 16일 “중증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 등 보조기기가 갖는 의미와 관련 법령의 위헌 및 위법을 확인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 위수현 판사, 김송 판사)는 12월 3일 뇌병변 장애 및 지적 장애를 동반한 중증장애인이 스스로 전동휠체어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조기기급여를 거부한 A구청장의 처분에 대해, 근거법령인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제25조 제1항 별표 2, 별지 제14호의2 서식 및 관련 보건복지부 고시가 위헌 및 위법임을 확인하고 중증장애인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장애인 스스로 전동휠체어를 조종할 수 없는 장애인은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를 지급해 주어야 함을 전제로, 합리적 이유 없이 보조인 조종용 전동휠체어를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규정과 하위 고시 규정의 행정입법부작위는 헌법상 평등원칙 및 비례원칙에 위반되고 헌법과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및 위법임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동시에 장애인ㆍ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 제4항의 위임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장애인 보조기기를 지원하기 위한 후행 절차를 위한 고시를 입법하지 않은 행정입법부작위는 법령에 위반됨이 명백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서울행정법원

이와 관련 서울변호사회는 “특히 재판부는 판결서 서두에서 우리 공동체의 사회계약에 대해 판시하면서 장애인 인권에 대한 전향적인 시각을 표시했다”며 관련 판결문을 공개했다.

“우리 공동체의 ‘사회계약’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체결된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모두가 존엄한 주체인 동등한 인간으로서 우리의 공동체와 헌법질서를 세웠고, 그에 따라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은 허용될 수 없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 헌법은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사회계약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적 서사를 무시하지 않고, 가능한 한 개인의 ‘역량의 창조’를 최대한 도움으로써 각 개인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우선시 되도록 하는 가치질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나 한사람은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 같으니,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해 배분되는 공동체의 자원이 가급적 적었으면 좋겠고, 그 자원이 쓰이더라도 자원 사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쓸모 있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장애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는 그 누군가가 바로 나의 사랑하는 자녀, 가족,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상호의존적 공동체라는 생각에 그 가치 기반을 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자랑스러운 사회계약의 내용이라고 봄이 타당합니다”

서울변호사회는 “또한 재판부는 재판과정에서 보조기기를 직접 검증하고, 전문가의 의견 및 장애인의 서사를 경청하는 등 장애인 당사자에게 보조기기가 갖는 의미를 깊이 고찰했다”고 밝혔다.

서울변호사회는 “이 판결을 계기로 보건복지부 등 행정청이 중증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 등 보조기기가 단순한 운행도구가 아닌 기본권과 깊은 관련이 있는 보조기기임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의료급여법, 중증장애인 보조기기급여 지원에 대한 보건복지부 고시 등 관련 법령의 제ㆍ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향후에도 장애인의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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