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매직 MC지부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SK매직 서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철회하고 정수기점검원 처우를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로리더] # SK매직의 정수기점검원(MC) A씨는 점검업무가 없는 날 사무실 방문 시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수기점검원 B씨는 조직장의 불법영업과 부당한 금전거래 등의 비리를 문제 삼자 마찬가지로 해고됐다.

가전렌탈업체 SK매직의 정수기점검원들이 부당해고로 인한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SK매직의 정수기점검원들로 조직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가전통신노조) 소속 SK매직 MC지부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SK매직 서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매직은 부당해고 철회하고 정수기점검원 처우를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의 정수기점검원은 31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회사와 위수탁계약을 하고 정기점검과 제품영업에 따른 수수료를 받으며 일하는 특수고용직이다. 

노조에 따르면 정수기점검원은 SK매직에서 업무지시와 일상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일 하지만, 회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MC가 노동법령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셈이다.

이들은 정수기점검원의 취약한 고용 형태를 악용하는 관리자(조직장)의 '갑질' 탓에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조직장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MC의 일거리를 회수한 뒤 직장 내 왕따를 유도하거나 온갖 빌미를 붙여 퇴사를 종용하는 등 황당한 갑질이 비일비재하다"며 "MC들은 툭하면 해고에 일감 빼앗는 관리자 횡포에 생존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일상을 온 몸으로 견뎌내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렌탈업계의 고질적인 악습으로 남아있는 '수당 대물림'의 부당함도 지적됐다. 고객변심과 제품불량으로 제품반환 요청이 있으면 정수기점검원의 영업수당을 다시 토해내도록 해 회사의 책임을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제도라고 노조는 설명했다. 

노조는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수로 발생하는 유류비·통신비·식비 등 부대비용과 관련해서도 "이 비용을 다 빼면 월별 순수입은 최저임금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업무상 부대비용을 조건 없이 전면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외에 정수기점검원의 고혈을 빨아 회사의 영업판매망과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불합리한 영업체계 개선, 업계 최저 수준의 점검 수수료 체계 개선 등 정수기점검원의 처우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노조는 "MC들은 현장의 최일선에서 SK매직 성장의 길을 개척해온 주역"이라며 "회사가 성의있는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힘으로 강제해 낼 것"이라고 했다.

SK매직 MC지부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SK매직 서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철회하고 정수기점검원 처우를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현장발언에서 김경희 조직부장은 "특수고용직인 MC들은 기본금이 없는 주로 점검, 영업판매 수수료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한다. 기본급, 보너스, 퇴직금 그런건 꿈에도 꿀 수 없다"며 "오로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과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고 토로했다.

김경희 부장은 이어 "MC들은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하면서도 주말도 없이 고객이 부르면 언제나 달려가야 하고, 쉴 공간도, 쉴 시간도 없다.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점검하기 위해서는 점심시간도 포기해야 한다"며 "MC들이 방문점검을 하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이동수단은 자가용이다. 필터 같은 부품과 스팀기, 살균기등 점검도구 가방을 싣고 다니려면 자동차가 아니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자가용 운행으로 발생하는 주차비, 기름값, 보험료, 범칙금 등 유지비 일체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고충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집 방문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신비용도 오롯이 MC들이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한달 평균 계정 150건 처리에 영업 몇 건을 더해봐야 월 200만원 내외의 수수료가 입금된다”며 "여기에 업무상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부대비용이 평균 80만원 이상이다. 그럼 월 단위 실제 순소득은 최저임금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걸로 한 달 동안 우리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다"고 열악한 근무 환경을 호소했다.

김경희 부장은 "그나마 회사가 선심쓰듯 내세우는 것이 영업 3건과 기본계정 처리를 조건으로 15만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업이 안 되는 MC들은 이조차 그림의 떡이다"며 "오히려 조직장들이 영업압박을 가하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점검하러 다니면서 지출되는 부대비용에 영업 건수 조건을 걸어 놓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SK매직 “고객 클레임 등 문제가 많아 해고가 아닌 계약해지한 것”

SK매직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노조의 A씨와 B씨 해고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고객 클레임 등 다방면에서 문제가 많아서 해고가 아닌 계약해지를 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에서 주장하는 관리자 횡포에 대해 "문제가 있으면 회사 윤리경영팀에서 조사를 해서 조직장을 처벌을 하면 되는 일이다"며 "회사는 조직장의 편을 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정수기점검원 처우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렌탈)업계 전체적으로 5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는데 유류비 등을 지원해주는 업체는 없다"며 "대신 저희 회사는 상해보험을 가입해 준다거나, 명절 때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MC들을 정규직으로 채용도 하고 있다. 처우 부문에서는 (SK매직이) 가장 잘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대표교섭단체와 협의를 진행 중인 사항이다"고 전했다.

한편 SK매직 MC지부는 지난 5월 가전통신노조를 상급단체로 결정하면서 SK매직서비스지부(본조·서비스·물류)와 청호나이스지부(설치‧수리기사), 코웨이지부(설치‧수리기사),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방문점검원), 코웨이 CL지부(영업관리직), 바디프랜드지회(판매·배송·서비스)까지 합쳐 총 9000명이 넘는 가전통신노조 조합원들과 한솥밥을 먹고 있다. 

[로리더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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