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참여연대, 경실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으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찰 ‘형사책임감면’ 조항을 신설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강력사건에 대한 경찰의 무능한 대응이 논란이 되자, 국회가 엉뚱하게 ‘형사책임감면’ 조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난 11월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오는 12월 8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12월 9일의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잘못된 경찰 대응은 ‘면책조항’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육훈련이 부족하고 사명감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경직법 개정안은 경찰의 모든 직무수행과정의 형사책임을 감면해줄 수 있고, 경찰의 무분별한 물리력 행사에 면죄부를 주는 매우 위험한 법안”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경찰의 형사책임을 감면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의 논의에 대한 입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경찰개혁네크워크는 이 자리에서 “경찰 ‘형사책임감면’ 조항 신설 논의 중단하라”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에는 공권력감시대응팀(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참여연대가 참여하고 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기자회견문에서 “국회와 경찰은 경찰관의 직무수행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일사천리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그러나 법사위 상정을 앞두고 있는 경직법 개정안은 감면대상인 직무범위와 피해의 범위가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어 경찰의 물리력 남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찰의 권한 남용 소지에 대한 어떠한 대안도 없이, 포괄적 규정으로 경찰의 부당한 물리력 행사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형사책임감면’ 조항 신설에 반대하며, 법사위는 경직법 개정안에 대한 처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찰은 강력범죄에 대한 경찰의 무능한 대응과 관련해 마치 ‘형사책임감면’ 조항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관 한명, 한명이 적극적으로 맡은 업무를 적법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 차원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김창룡) 경찰청장은 ‘물리력의 과감한 행사’를 강조하고, ‘형사책임감면’을 요구하고 있다”며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법사위에 올라간 경직법 행정안전위원회 대안은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으로 가득하다”고 우려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직법 행안위 대안이 말하는 ‘범죄가 행하여지려고 하거나 행하여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교통단속, 순찰, 파출소 등의 초동조치에서부터 대테러, 정보수집, 집회시위의 관리까지 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 모든 영역에서 경찰에 의해 어떤 피해가 발생해도 면죄부를 받겠다는 의미와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형사책임감면’에 대한 재량권의 범위가 과도하게 포괄적인데다가 심지어 세부내용을 경찰이 스스로 시행령으로 구성하겠다고 하니 가당치 않다”고 어이없어 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경찰의 논리는 궁색하다”며 “최근 논란이 된 경찰의 대응이 ‘형사책임감면’ 조항이 없어서 발생했단 말인가?”고 따져 물었다.

단체는 “물리력 사용은 그 집행 이전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적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 갖춰져야 한다”며 “신고된 사건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에서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 훈련, 인력충원과 조직 차원의 업무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직시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물리력의 행사가, 그리고 이를 위해 경찰의 직무수행 전반에 대한 ‘형사책임감면’ 조항이 최우선적으로 논의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반대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소방관과의 비교 또한 타당하지 않다. 직무수행에 물리력과 강제력이 동반되는 경찰의 직무수행은 필연적으로 인권침해로 귀결될 수 있다”며 “그러나 소방관의 소방ㆍ구조활동은 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성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경찰의 직무수행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짚었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현행 법제도에서도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수행은 면책된다”며 “한편, 남용된 물리력 행사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의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손실을 입은 자에 대해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돼 있다. 직무의 수행으로 인해 민사ㆍ형사상 책임과 관련된 소송을 수행할 경우 변호인 선임 등 소송 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 또한 갖춰져 있다”며 “포괄적인 ‘형사책임감면’ 조항이 아무런 사회적인 공감대 없이 이와 같이 졸속으로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찰권한의 남용에 대해 면죄부로 귀결될 수 있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처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심지어 물리력의 적극적인 사용에 대한 논의까지 번지고 있는 지금 필요한 논의는 경찰의 직무수행 전반에 걸쳐 오남용이 없도록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방안”이라며 “경찰의 직무집행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면서, 보편적인 인권을 존중하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적정하게 수행될 때 비로소 그 정당성을 가진다”고 상기시켰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남용된 물리력에 대한 면죄부로 귀결될 수 있는 경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인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 사회는 최재혁 참여연대 권력감시2팀 선임간사가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창민 민변 변호사,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규탄 발언을 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참석자들은 최재혁 선임간사의 선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경찰 형사책임감면 조항 신설 철회하라”

“법사위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경직법 개정안 논의를 중단해야 된다. 철회하라”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