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br>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임의제출한 증거물을 다른 사건의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피의자의 절차적 참여권 보장 없으면 증거능력 없다.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2013년 범행은 이렇다. 피고인은 2013년 12월경 피고인 집에서 피해자 1, 2의 성기를 손으로 만지고 그 장면을 피고인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함으로써, 술에 취해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들을 추행하고,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각 촬영하였다.

한편 2014년에도 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다. 즉, 피고인은 2014년 12월경 피고인의 집에서 피해자 3의 성기를 피고인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하여 촬영함으로써,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피고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3은 경찰에 피고인 소유의 휴대전화 2대를 증거물로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디지털증거분석서를 통하여 피해자3을 촬영한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휴대전화에서 피해자 1, 2에 대한 동종 범행을 인지하였다. 수사기관이 혐의사실(2014년 범행) 관련 증거확보를 위한 탐색 과정에서 그와 무관한 2013년 증거와 피해자 1, 2에 대한 증거를 발견해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2013년과 2014년에 각 추행하였다는 혐의를 들어 강죄추행죄로 기소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은 두 추행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다음 피고인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하였고, 항소심 재판부는 2013년 범죄부분은 무죄, 2014년 범죄부분은 유죄로 인정한 다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가 쌍방 상고한 사건이다.

해설) 형사재판에서 증거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알아보자. 소송법상 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반드시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증거재판주의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도 증거재판주의를 선언하고 있다(제307조).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기 위해서는 증거능력과 증명력이 있어야 한다. 증거능력이라 함은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쓰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격을 말한다.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는 사실인정의 자료로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판정에서 증거로서 제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증거능력의 유무는 법률의 규정에 따르며, 원칙적으로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은 허용되지 않는다. 흔히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로 전문증거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든다. 증거능력은 증명력과는 구별하여야 한다. 증명력이라 함은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말하며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자유심증주의)에 맡겨지고 있다. 그러므로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한해서 증명력이 문제되며, 법관이 증명력을 인정하면 유죄의 증거로 쓰이게 된다.

항소심 재판부(원심)가 2013년 범행부분을 무죄로 인정한 이유는 ‘수사기관이 혐의사실(2014년 범행) 관련 증거확보를 위한 탐색 과정에서 그와 무관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탐색절차를 중단한 후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고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 하지 않았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는(절차에 위반해 수집한 증거이므로) 증거가 되고,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았다 하더라도 절차적 하자가 치유되지 않으므로, 위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던 2013년 영상물은 증거능력을 인정 할 수 없고, 나머지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피고인이 자백을 했더라도 자백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는 것임) 피고인의 2013년 범행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먼저, 수사기관의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ㆍ수색은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정보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또한,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이하 ‘압수ㆍ수색’)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혐의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을 말하며, 압수ㆍ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 13458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756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판례를 바탕으로 우리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피의자가 소유ㆍ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피해자 등 제3자가 제출한 경우 내부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제출범위에 관한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전자정보의 제출 의사를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 자체와 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로 제한하고, 정보저장매체 탐색ㆍ복제ㆍ출력 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여야 하며, 피해자 3이 경찰에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증거물로 제출할 당시 그 안에 수록된 전자정보의 제출 범위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담당 경찰관들도 제출자로부터 그에 관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상, 위 휴대전화에 담긴 전자정보의 제출 범위에 관한 제출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위 휴대전화에 담긴 전자정보 중 임의제출을 통해 압수된 범위는 임의제출 및 압수의 동기가 된 피고인의 2014년 범행 자체와 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범죄 발생 시점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고, 피해자 및 범행에 이용한 휴대전화도 전혀 다른 피고인의 2013년 범행에 관한 동영상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2014년 범행)과 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 있는 전자정보로 보기 어렵다(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면서 2013년 범행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러므로 강제처분의 경우에는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범행과 관련된 증거만을, 임의제출 증거물의 경우에는 제출자의 의사에 따라서 수집한 증거만 증거능력이 있는 것이며, 이를 벗어나는 경우 증거능력이 없게 되는 것이다.

<위 글은 법률가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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