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로리더]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는 “소액사건 담당 법관 1명이 1년에 4023건을 처리해, 소장이 접수되고 판결문까지 법관이 사용한 시간은 30분에 불과해 충실한 심리가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가민석 간사는 “소액사건 1심부터 ‘판결이유’를 제공하지 않다 보니까, 변호사와 함께 소송에 참가하지 않는 시민들은 판결이 왜 이렇게 이루어졌는지 납득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항소하는데 큰 제약을 받게 된다”며 “소액사건 10건 중 8건은 소송대리인 없는 ‘나 홀로 소송’”이라고 공개했다.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br>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1월 30일 경실련 강당에서 “소액사건 재판 실태발표 및 ‘소액사건심판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는 “판사님에게 3000만원은 소액인가요? 소액사건의 이유 한 줄 없는 판결문, 판결 이유 기재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서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이 자리에서 소액사건 재판 실태 분석결과 브리핑을 한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는 “소액사건심판제도는 민사소송의 소액사건심판법의 특례를 적용한 결과”라며 “특례들은 예를 들면 상고 제한으로 인한 3심제 제한, 그리고 판결의 특례로 인한 판결문의 이유 기재 생략과 같은 특례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민석 간사는 “이렇게 특례들을 적용하는 이유는 신속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인데, 신속한 재판을 하기 위해 이런 특례들을 적용하는 기준은 사건의 복잡성이나 가치 여하와는 전혀 무관한 금액 기준”이라며 “그 금액기준이 현재 소송목적 가액의 3000만원 이하”라고 설명했다.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br>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경실련에 따르면 민사소송법에서는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할 수 있고, 2심에 불복할 경우 상고할 수 있도록 3심제로 운영되나, 소액사건심판법에서는 상고 및 재항고 제한을 둬 3심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일반 민사소송의 경우 판결문에 ‘판결이유’를 쓰도록 했으나,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판결에 관한 특례) 3항에서 이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경실련은 “소액 민사사건의 경우 신속히 처리하고자 ‘판결서 이유 기재 생략’이라고 하는 민사소송법상 특례를 적용하고 있어, 판결 이유를 알지 못하는 소송당사자는 판결의 정당성이나 적법성 등을 확인할 수 없으며 항고심을 청구하는 등 후속 절차를 수행하는데 큰 제약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경실련은 “이는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비롯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액사건심판법의 ‘판결서 이유 기재 생략’ 조항은 법관 인력 대비 많은 사건 수를 감당하기 위해 법원의 편익만을 고려한 결과라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실련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소액사건의 판결 이유 생략 특례 조항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국회에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 이정문 국회의원이 세미나를 경청하고 있다.<br>
변호사 출신 이정문 국회의원

변호사 출신인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20년 7월 29일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을 삭제해 소액사건의 경우에도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하는 내용의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또한 판사 출신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2021년 7월 29월 판결이유를 담는 내용의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는 “소액사건의 금액 기준은 1973년 소액사건심판법 제정 당시 법률로 정했는데, 소액사건 대상범위는 20만원 이하였다”며 “이것이 1980년도에 대법원 규칙으로 바뀌어 소액사건 대상범위는 대법원이 정하도록 했다. 당시 50만원으로 상향됐다”고 밝혔다.

가민석 간사는 “소액사건 대상범위가 꾸준히 상향돼 최근 2017년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으로 현재와 동일한 기준인 3000만원 이하로 상향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그는 “소액사건 대상범위는 독일 같은 경우는 82만원, 일본은 610만원으로 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3000만원이라고 하는 소액 같지 않은 애매한 금액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민석 경실련 간사는 “이렇게 적지 않은 금액을 가지고 소액으로 분류하다 보니까, 민사사건의 대부분이 소액사건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가민석 간사는 “법원행정처가 매년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제1심 민사본안사건(합의사건+단독사건+소액사건)은 최근 5년 평균 97만 2148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70만 1547건이 소액사건”이라며 “전체 민사사건 중에 70%가 소액사건이다. 민사사건의 대다수가 소액사건인데, 이 소액사건의 83% 즉 소액사건 10건 중 8건은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은 ‘나 홀로 소송’”이라고 짚었다.

가민석 간사는 “이렇게 민사사건의 대부분인 소액사건이 변호사가 없는 나 홀로 소송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소액사건 재판은 사실상 1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그는 “(소액사건은) 상고 및 재항고의 제한을 통해서 이미 특별한 경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2심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그런데 심지어 1심에서부터 ‘판결이유’를 제공하지 않다 보니까, 변호사와 함께 소송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비전문가 시민들은 판결이 왜 이렇게 이루어졌는지 납득할 수도 없고, 불복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항소를 하는데 큰 제약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소액사건은 과도한 특례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해, 사실상 1심 재판이라는 게 경실련의 진단이다.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br>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 소액사건의 낮은 항소율…1심 판결 이유 몰라 항소 포기해

경실련은 “법원이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소송 당사자에게 판결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해 설득과 수긍을 가능하게 하며, 불만이 있을 경우 판단근거에 대한 구체적인 반박을 통해 항소심 진행의 실효성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그러나 소액사건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은 단순히 소가가 3000만원 이하라는 이유만으로 판결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며 “특히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나 홀로 소송’에 참여할 경우 법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여 법리적 유추마저 쉽지 않기 때문에 2심의 문턱도 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는 “실제로 소액사건의 항소율이 4.1%다”라며 “소액사건을 제외한 일반 민사사건(합의사건+단독사건)은 22.3%였던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에 불과한 수치”라고 밝혔다.

가민석 간사는 “결국 신속한 재판을 위해 ‘판결이유’ 기재를 생략하는 등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소액사건 1건당 30분 정도 밖에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가민석 간사는 “저희가 법원행정처 사법연감, 2020년도 기준 법원사무분담표, 국회가 제공한 자료들을 종합해서 소액사건 1건에 법관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추산해 봤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전체 민사사건의 70%가 소액사건이고, 이 70%라는 대다수 소액사건을 법관 2137명 중 8%인 소수에 불과한 163명이 담당하고 있었다”며 “이렇다 보니까 법관 1명이 1년에 다뤄야하는 소액사건은 4023건이고, 이는 일반 민사사건 433건에 비해 9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제시했다.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또한 가민석 간사는 “법관 1명이 한 사건에 얼마나 할애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하루 8시간 × 주 5일 × 연 52주의 통상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법관 1인당 사건 수를 계산해 봤다”며 “그랬더니 소액사건 1건에 법관이 투자하고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민사사건이 그렇게 길다고 할 수 없지만 4시간 48분 즉 5시간에 달하는 것에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였다”고 비교했다.

경실련은 소액사건은 접수부터 판결까지 법관이 사용한 시간은 31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가민석 간사는 “그런데 이 30분이라고 하는 시간이 소송당사자가 법정에 가서 판결을 받는 당시의 시간이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고 모든 과정을 거쳐서 판결문을 돌려받게 되는 전반의 과정을 30분에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가민석 간사는 “소액사건은 일반적으로 민사사건 보다는 간소화된 절차로 진행된다. 일반시민이 소장을 제출해 소를 제기하면, 일단 재판부가 이행권고를 하게 된다. 재판부가 ‘원고가 이러한 취지로 청구를 했으니, 이렇게 따르시오’ 라고 권고한다. 만약 피고가 권고를 따르지 않고 이의신청을 하면 즉각 변론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좌측부터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그는 “즉 원고와 피고가 다투게 된다. 이런 과정을 모든 거치게 되면, 승소가 이루어지고 그제야 판결문이 나온다. 이 모든 과정이 30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민석 간사는 “사법연감에서 확인했지만, 소액사건은 보통 반년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2년이 넘는 복잡한 사건도 있는데, 그렇게 오랜 기간을 기다리지만, 한 건에 법관이 투자하는 시간은 30분이고, 심지어는 판결이유도 적히지 않은 이유가 제공되지 않는 판결문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가민석 간사는 그러면서 “이를 종합하면 과연 소액사건 한 사건에 30분밖에 투자하지 못하다는 것이 충실한 심리가 가능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불신을 나타냈다.

소송당사자가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고 판결문을 받기까지 평균 6개월 정도 기다리는데 정작 사건은 30분 만에 종료된다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는 “또한 소액사건은 굉장히 많지만, 법관은 대단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민석 간사는 “이와 관련해서 대법원이 지난 9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업무량이 비교해서 우리나라 법관이 얼마나 과로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를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가민석 경실련 사회정책국 간사

가민석 간사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관 1인당 사건 수는 464건이었는데, 이는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을 모두 통칭한 사건”이라며 “이는 독일의 4.17배, 프랑스의 2.35배, 일본의 3배에 이를 만큼 업무량이 많고 과로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자료였다”고 설명했다.

가민석 간사는 “이것에 비춰 봤을 때, 소액사건은 법관 1인당 1년에 4023건에 이른다. 법관 1인당 400건의 10배에 달하는 4천 건을 다룬다는 것은 충실한 심리를 진행하기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한편, 경실련은 소액사건 판결문에 ‘판결이유’를 기재해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실련은 단순 3000만원이라는 단순 금액에 따라 소액사건으로 분류하고, 판결의 이유를 기재하지 않도록 한 특례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소액사건 판결서 이유 기재 생략은 신속한 재판을 통해 재판 당사자인 국민의 이익을 증진한다는 취지이나, 실상은 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원’의 편익을 위한 조항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소액사건 제도의 타당성은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의 편익 증진에 이바지하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에 국민의 알권리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판결서 이유 기재 생략)은 삭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br>
좌측부터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정지웅 변호사,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가민석 경실련 간사

경실련은 그러면서 “사건은 많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법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법관 수를 증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소액사건을 담당하는 법관뿐 아니라 전체 법관 수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법관 증원은 필수적”이라고 봤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br>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이 진행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정지웅 변호사<br>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으로 활동하는 정지웅 변호사

기자회견에서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정지웅 변호사(법률사무소 정 대표변호사)는 소액심판사건 재판의 문제점을 사례를 중심으로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정지웅 변호사는 특히 소액사건 재판에서 ‘판결이유’ 등의 기재 없는 판결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깜깜이 재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판사의 획기적 증원을 주장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br>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

이 자리에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장 김숙희 변호사는 소액사건 재판 판결문(판결서)에 당연히 ‘판결이유’를 기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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