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말연시 금품수수와 부정청탁에 특히 주의해야>

언제부턴가 우리는 연말연시에 특히 각종 선물을 주고받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부담되지 않는 가격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아름다운 풍습일 수도 있지만, 고가의 선물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무언가 청탁을 시도한다면 이는 금지되어야 마땅하며, 이를 위해 이른바 청탁금지법이 존재한다.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내용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두 가지인데, 사람들은 금품수수가 금지된다는 인식은 강함에 반하여, 금품수수와 별개로 부정청탁이 강력히 금지된다는 인식은 부족한 것 같다.

청탁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청하여 부탁한다”는 뜻이다. 즉, 자신의 일이 잘 해결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직접 혹은 타인을 통해 부탁하는 것을 말한다. 청탁을 금지하는 이유는 부탁하는 사람과 부탁받는 사람 간의 부정한 행위로 인하여 누군가 피해를 입는 등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정청탁이 문제되는 이유는 그로 인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직자가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았다면 그로 인해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학교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 잘 부탁한다고 청탁하게 되면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되어 공정한 교육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각종 채용 과정에서의 비리에 관한 보도가 매년 등장하고 있는데, 공기업에서 누군가의 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를 우선 합격시켰다면 불합격한 사람들은 부당하게 탈락된 것이므로 그 원인인 부정청탁은 절대로 금지되어야 한다.

금품이나 선물제공 등을 통한 부정청탁은 만나서 시도되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시대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밀하게 부정청탁이 행해지기 쉽고, 금품제공 또한 사이버머니나 사이버티켓, 물품구입권 등 다양한 콘텐츠로의 시도가 가능하므로 이러한 사이버 부정청탁과 사이버 금품수수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청탁의 사전적 의미가 어떻든 그로 인해 선의의 경쟁이 무너지고 특정인에게 부당한 혜택을 제공하거나 불법을 눈감아 주는 등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부정청탁을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히 금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각종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되기 때문이다. 뇌물을 받았든지 받지 않았든지 어떠한 경우라도 공정한 직무수행을 방해하는 청탁이라면 모두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은 공직자와 학교 교직원 및 언론사 임직원이다. 따라서 일반인은 이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공직자는 대민봉사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누군가 특정인의 청탁을 들어주게 되면 그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를 금지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일반인들 간에는 왜 금품수수나 부정청탁을 해도 되는가는 의문이다. 현행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은 매우 협소하다. 우리 사회가 더욱 공평하고 더욱 청렴한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의 적용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법조계와 금융계, 종교계 등으로는 충분히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본인 자신을 위해 본인이 청탁하는 경우는 법률상 처벌하지 않지만 이러한 청탁을 들어주는 사람은 처벌받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사후처벌적 기능보다는 사전예방적 기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연말연시에 부정청탁을 주고받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위 글은 법학자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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