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반올림
사진=반올림

[로리더]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태아산재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간 태아산재 인정을 받은 사례로 제주의료원 간호사와 반도체 노동자가 있었지만, 모두 어머니가 유해요인에 노출돼 산재 혜택을 봤다.

이런 가운데 12월 1일 삼성전자 LCD 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 설비엔지니어로 일했던 최현철씨가 차지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아이에 대해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로 인한 태아산재 신청은 이번 최현철씨의 산재신청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있다.

이와 관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반올림 아버지 태아산재 신청 및 태아산재법 제정 촉구' 논평을 통해 업무 과정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될 경우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도 산재보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올림은 "전문가들은 일찍이 어머니 뿐 아니라 아버지의 유해요인 노출로도 태아의 건강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며 "이미 여러 제도에서도 아버지 태아산재 가능성이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노동부 고시(화학물질의 분류 표시 및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관한 기준)는 생식독성에 대해 '수태 전 부모의 노출로부터 발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삼성, LG디스플레이 등의 회사 지원보상 제도에서 남성 노동자로 인한 아이의 건강손상에 대해 보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올림의 첫 아버지 '태아산재' 관련 논평.
반올림의 첫 아버지 '태아산재' 관련 논평.

그러나 산재보험만 아직 아버지 태아산재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반올림은 "태아산재는 현재 산재보험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고, 대법원 판례와 근로복지공단의 지침이 적용되고 있다"며 "대법원은 모성과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측면에서 작년 4월 제주의료원 간호사의 태아산재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대상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지침에서 '모성과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판례의 취지가 아니라 '어머니 태아산재 인정'이라는 결론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 이에 아버지 태아산재는 여전히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복지공단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어 아버지 태아산재도 인정해야 하고, 향후 이루어질 ‘태아산재법' 논의에서도 아버지 태아산재가 포함돼야 한다"면서 "아버지 태아산재를 외면하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소송이 대법원에서 인정될 때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단지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라는 이유로 또 10년의 소송을 강요할 것인가"라며 아버지 태아산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올림은 끝으로 "대법원 판결을 받은 제주의료원 간호사도, 산재신청을 한 반올림 전자산업 노동자도, 그리고 그 외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태아산재 피해자들도, 태아산재법(산재보험법 개정)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노동자와 아이의 건강권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올해 안에 태아산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5월 1990년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재직 기간 중 임신해 장애 아동을 낳은 여성 3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낸 상태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일 전체회의를 열고 임신 중에 유해한 업무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가 장애·질병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수 있는 내용을 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장철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이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12월 정기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태아의 건강 손상도 '업무상 재해'로 간주돼 산재보험 급여를 받을수 있게 된다. 다만 '아빠의 태아 건강손상 영향'은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로리더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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