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행태의 ‘리얼돌’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리얼돌은 남성용 성행위 도구라고 봤다. 그래서 관세법이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돼 수입통관을 보류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에 따르면 리얼돌 물품은 여성의 신체 외관을 본뜬 전신 인형 형태의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전체적으로 동양인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의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 있고, 앉거나 구부리는 등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다.

리얼돌은 전체 길이가 150cm, 무게가 17.4kg이고, 얼굴 부분의 인상이 상당히 앳되게 표현돼 있다. 이 물품의 성기 부분은 성행위를 위해 구멍이 뚫려 있고 여성의 성기 외관과 유사한 모습인데 음모 등은 표현돼 있지 않으며, 가슴과 엉덩이 부분만 과장되게 표현돼 있다.

A씨는 2019년 9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 1개를 수입하기 위해 수입신고를 했다. 인천세관장은 리얼돌 물품이 관세법 제234조 제1호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했다.

그러자 A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수입통관 보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인천지방법원은 A씨에게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물품이 관세법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볼 수 없어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천세관이 항소했는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인천세관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물품이 성인 여성의 신체를 본뜬 인형임을 전제로 음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리얼돌 수입업자 A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물품의 전체 길이와 무게는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얼굴 부분도 앳되어 16세 미만 여성의 인상에 가까워 보이는 점, 이 물품은 여성의 성기 외관을 사실적으로 모사하면서도 음모의 표현이 없는 등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이는 점, 물품의 형상, 재질, 기능, 용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물품은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인형을 대상으로 직접 성행위를 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아동의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 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물품은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과 비교해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람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가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당해 물품이 나타내고 있는 인물의 외관과 신체에 대한 묘사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물품의 형상, 재질, 기능, 용도, 이 물품이 본뜬 인물의 외관과 신체에 대한 묘사 등을 확인해 이 물품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성행위 도구에 해당하는지 심리한 다음, 관세법 제237조 제3호, 제234조 제1호가 규정한 통관보류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이 물품의 길이, 무게, 형상, 재질, 기능, 용도 등에 비추어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떠 만들어진 성행위 도구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물품이 관세법상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봐 원심판결을 파기했다”며 “속칭 ‘리얼돌’ 사건 중에서 특히 16세 미만 여성의 신체를 본뜬 경우가 문제된 첫 사안”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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