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윤석희)는 25일 “대법원이 미성년의 모습을 한 리얼돌이 아동ㆍ청소년을 성적대상화 했음을 지적하고, 통관을 금지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이날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리얼돌 수입업자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통관보류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여성의 신체를 본 따 만든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고 봤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문제된 리얼돌의 크기는 약 150cm, 무게는 17kg 정도로 일반 성인보다 작은 사이즈이며, 음모가 없고 얼굴이 앳되게 표현돼 미성년으로 보이는 인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리얼돌에 대해 세관은 관세법 제234조 제1호의 ‘풍속을 해치는 물건’으로 봐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전체적인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표현이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그 형상이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흡사하다고 볼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며 리얼돌을 통관시켜 달라는 수입업자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리얼돌이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인다”며 하급심 판단과 달리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폭력적이거나 일방적인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을 뿐더러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물품 자체가 성행위를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직접 성행위의 대상으로 사용되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필름 등 영상 형태의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과 비교해 위험성과 폐해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미 2019년 성인의 형상을 한 리얼돌이 음란물이 아니라는 판시를 한 바 있으나, 이번 판결은 문제된 리얼돌이 성인의 형상이 아닌 미성년의 형상에 가까웠던 점에 주목했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아동ㆍ청소년을 성행위의 대상으로 보거나,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의 위험성을 증폭시키는 어떠한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가 있는 리얼돌의 수입을 금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미성년자를 성적대상으로, 성적도구로 상업수단화하는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용납될 수 없다”며 “본회는 앞으로도 아동ㆍ청소년이 성범죄의 위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사회적ㆍ제도적 차원의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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