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한은행 채용비리 항소심 재판으로 1심 판결에서도 집행유예로 법정구속을 피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또다시 사법부의 면죄부 부여로 채용비리라는 리스크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사법부가 채용비리 수뇌부의 3연임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1심 유죄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선고한 것에 대해 금융정의연대가 내놓은 ‘혹평’이다.

금융정의연대는 24일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의 봐주기 판결마저 뒤집는 만행을 자행했다”며 “부정합격자조차 정당한 합격자로 바꿔 조용병 회장을 위한 맞춤형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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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은행장 시절 신입행원 부정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넘겨져

2013년~2016년 신한은행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당시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신한은행 인사담당 직원 6명은 임직원과 지인의 자녀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부정채용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위 기간 총 8회에 걸쳐 반기별로 시행된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신한은행 내외부로부터 청탁이 들어오거나, 사내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라는 등의 이유로 특정 지원자들을 서류심사나, 1차 실무자면접 또는 2차 임원면접 전형에서부정하게 합격시켜 채용업무나 면접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신입행원 채용절차는 ‘서류심사전형’에 통과한 지원자만이 ‘1차 실무자면접전형’에 응시할 수 있고, 1차 실무자면접에 통과한 지원자만이 ‘2차 임원면접전형’에 응시할 수 있다. 2차 임원면접을 통과한 지원자가 최종 합격자다.

조용병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신한은행장이었고, 2017년 3월부터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이다. 그는 신한은행장 시절 금융감독원 임원의 아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조카손자 등에게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준 혐의를 받았다. 이 2명의 지원자는 최종합격해 신한은행에 근무 중이다. 1명은 1차 면접전형에서 탈락했다.

◆ 1심은 채용비리 조용병 당시 신한은행장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1심인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손주철 부장판사)는 2020년 1월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당시 신한은행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 상반기 지원자 1명, 2016년 하반기 지원자 2명의 부정합격 과정에 당시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관여했다고 판단해 부정채용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최종합격 2명의 지원자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 서울고법, 채용비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무죄 선고

서울고등법원 제6-3형사부(조은래ㆍ김용하ㆍ정총령)는 11월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 상반기 지원자 1명(최종합격) 및 2016년 하반기 지원자 1명(최종합격)의 경우 모두 정당한 사정 과정을 거쳐 합격한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6년 하반기 지원자 J씨는 서류심사전형에는 합격했으나 1차 실무자면접전형에서 탈락했다. 검찰은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J지원자를 서류전형에 부정하게 합격시켰다고 봐 기소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J지원자가 서류전형 부정합격자인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합격 과정에 조용병 은행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J지원자와 관련해 “비록 피고인(조용병)이 J의 서류전형 지원 사실을 알고 신한은행 인사부장에게 전달했고, 채용팀으로서는 전형별 합격자 사정 단계에서 ‘은행장이 전달한 지원자’라는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예상했다 하더라도, 조용병 은행장의 의사표시를 ‘합격 지시’로 간주할 수 없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만약 인사부장이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의사표시를 ‘합격 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굳이 서류전형만 통과시키고 1차면접은 탈락시키는 것으로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기록상 J씨가 라응찬(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관련된 지원자라는 사정은 알 수 있으나, J씨와 라응찬의 구체적인 관계는 알 수 없고, 이에 따라 당시 조용병 은행장이 J씨를 서류전형 단계라도 합격시켜 줬어야 할 상황이었다거나 그럴 필요가 있었음을 추단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조용병)이 지원자 J씨의 서류전형 부정합격에 관여했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 금융정의연대 “항소심 재판부, 1심의 봐주기 판결마저 뒤집는 만행 자행”

이번 항소심 판결에 대해 금융정의연대는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조용병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기간 중 특혜 채용에 관여했다고 본 지원자 3명 중 2명은 정당한 합격자이거나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며 1심의 봐주기 판결마저 뒤집는 만행을 자행했다”고 맹비난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부정합격자조차 정당한 합격자로 바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위한 맞춤형 판결을 내린 항소심 재판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정의연대는 “법원은 ‘부정채용 또는 채용비리에 있어 부정합격자 또는 부정통과자의 개념’을 정의했는데, 상식적인 개념을 법원이 재차 설명한다는 사실 자체가 논리 조작의 시작이며, 결과적으로 항소심 판결은 궤변으로 채용비리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법원이 채용비리에 있어 부정합격자 개념을 축소하고,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논거를 사용해 ‘채용 지시’가 아니라고 평가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원은 부모의 인맥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더라도 상위 학벌과 일정한 스펙을 갖추고 있으면 ‘부정통과자’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채용 또는 일부 전형의 합격을 청탁한 사정이 직ㆍ간접적으로 확인되는 상황임에도 상위 학벌과 일정한 스펙을 갖추면 부정합격자 또는 부정통과자가 되지 않는 참으로 괴상한 논리”라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앞서 (채용비리가 드러났던) 우리은행은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부정입사자에 대해 퇴사 조치하고, 피해자 구제 일환으로 특별 채용을 실시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며 “그런데 법원의 이번 판결은 조용병 회장뿐만 아니라 부정입사자에게도 무죄를 준 셈이고, 앞으로의 피해자 구제까지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정의연대는 “특히 재판부는 ‘조용병 회장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조카손자가 지원했다는 사실을 인사부장에 알렸을 뿐 합격과정에 관여하지는 않았다’며 ‘조용병 회장이 당시 인사부장에게 알린 것은 맞지만 이것이 채용지시는 아니다’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전개했다”며 “서류전형만이라도 부당하게 합격을 지시했다면 그 자체로 ‘합격 지시’임에도 봐주기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채용비리는 위계에 의해 발생하는 특성상 권력형 범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직접 ‘채용지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인사담당자에게 지원자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공정한 채용절차에 반하는 행위”라며 “무엇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무죄가 상식적으로 납득되려면, 굳이 채용 시기에 인사담당자에게 지원자의 정보를 전달할 이유가 없음에도 조용병 회장이 왜 인사담당자에게 지원자의 정보를 전달했는지 명확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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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용비리특별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번 채용비리 판결은 한계점 명확”

금융정의연대는 “채용비리 사태가 발생한 지 4년이 되었지만 국회에서는 특별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며 “이번 항소심 재판부 또한 ‘입사 지원자를 피해자로 하고 공정한 채용절차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채용비리죄나 부정채용죄가 법률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업무방해죄로 다스리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결국 항소심 재판으로 1심 판결에서도 집행유예로 법정구속을 피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또다시 사법부의 면죄부 부여로 채용비리라는 리스크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며 “사법부가 채용비리 수뇌부의 3연임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일갈했다.

◆ “국회가 하루빨리 채용비리특별법 제정하라”

이와 함께 금융정의연대는 “신한은행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상대적으로 거셌던 이유 중 하나는 성차별 채용을 자행했기 때문”이라며 “검찰 수사결과 신한은행은 남녀 성비를 3대1로 맞추고 합격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고 짚었다.

금융정의연대는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고, 청년 여성이었던 지원자들은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회에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가 청년들에게 또 한 번 박탈감을 안겨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채용비리는 사회의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훼손한 심각한 범죄이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며 “책임자가 처벌을 피한 채 실무자들 ‘꼬리 자르기’로 끝난 이번 재판은 사회 전체에 ‘채용비리를 허용한다’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와 국회를 비롯한 사회 전체가 비리를 묵인하고 용인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법조문에 매몰돼 공정시대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또한 국회가 하루빨리 채용비리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마지막으로 “비리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공정한 채용을 담보하는 것이야말로,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 신한은행 채용비리 다른 인사담당자들 1심보다 형량 줄어

한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한은행 인사담당자들은 유죄가 유지됐지만, 1심에서 인정한 부정합격자들의 숫자가 줄면서 형량이 약간 낮춰졌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윤승욱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은 이번 항소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2013년 상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인사부장은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는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기간이 1년으로 줄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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