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신한은행

[로리더] 신한은행 신입행원 공채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드러나 부정채용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당시 조용병 신한은행장(현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항소심(2심) 재판부의 판결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등 신한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인사들은 모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채용비리 인사들은 항소심에서 일부 감형 받은 경우도 있으나 유죄 판단이 유지됐다.

그런데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조용병 신한은행장만이 유일하게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년 동안 진행돼 곪아터져 드러난 신한은행 채용비리에 최고책임자인 신한은행장만이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무죄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23년 3월까지 회장직 임기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이후 3연임도 바라볼 수 있게 돼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신한은행의 부정합격 채용비리에 가장 많이 관여한 A인사부장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A인사부장의 합격자 선발 행위가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은행장의 지시 또는 양해 하에 이루어진 측면이 있는 점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했다”며 감형했다.

2013년 상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신한은행 인사부장 A씨는 34명의 부정채용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은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위와 같은 양형사유와 일부 부정합격자 무죄를 들어 A씨의 형량에서 집행유예 기간을 1년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A인사부장의 행위가 신한은행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신한은행장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점이다.

또한 항소심 재판부는 채용비리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의 처벌조항이 없거나 채용비리를 규율하는 입법의 미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한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해 “형법상 업무방해죄라는 죄명으로 채용비리를 다스리고 있는 현실에서는 채용비리에 따른 피해자는 입사 지원자들이 아니라 해당기업의 임직원들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한은행 인사부장, 인사팀장 등에게 1심보다 형량을 낮춰 감형했다.

실제로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면접위원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오히려 이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점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가 밝힌 것처럼, 신한은행 신입행원 합격자 결정이 최종 인사결정권자인 신한은행장의 지시 또는 양해 하에 인사부장의 행위로 이어진 채용비리 사건에서, 신한은행 임직원들인 면접위원들이 인사부장 등에 대해 처벌의사가 아닌 선처를 호소한다는 이유를 감형 요소로 참작한 것이다.

◆ 서울고등법원, 채용비리 혐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무죄 판결

서울고등법원 제6-3형사부(조은래ㆍ김용하ㆍ정총령)는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013~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당시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신한은행 인사담당 직원 6명은 임직원과 지인의 자녀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혐의는 부정채용에 의한 업무방해다.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총 8회에 걸쳐 반기별로 시행된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신한은행 내외부로부터 청탁이 들어오거나, 신한은행 내 부서장 이상 임직원 자녀라는 등의 이유로 특정 지원자들을 서류심사나 1차 실무자면접 또는 2차 임원면접 각 전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부정하게 합격시켜 채용업무나 면접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 서울고법, 조용병 신한은행장 무죄 판단 배경은?

신한은행 신입행원 채용절차는 ‘서류심사전형’에 통과한 지원자만이 ‘1차 실무자면접전형’에 응시할 수 있고, 1차 실무자면접에 통과한 지원자만이 ‘2차 임원면접전형’에 응시할 수 있다. 2차 임원면접을 통과한 지원자가 최종 합격자다.

조용병 회장은 2015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신한은행장이었고, 2017년 3월부터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이다. 그는 신한은행장 시절 금융감독원 임원의 아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조카손자 등에게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준 혐의를 받았다. 이 2명의 지원자는 최종합격해 신한은행에 근무 중이다. 1명은 1차 면접전형에서 탈락했다.

1심인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손주철 부장판사)는 2020년 1월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당시 신한은행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 상반기 지원자 1명, 2016년 하반기 지원자 2명의 부정합격 과정에 당시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관여했다고 봐 부정채용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최종합격 2명의 지원자와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2015년 상반기 지원자 1명(최종합격) 및 2016년 하반기 지원자 1명(최종합격)의 경우 모두 정당한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쳐 합격한 지원자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6년 하반기 지원자 J씨는 서류심사전형에는 합격했으나 1차 실무자면접전형에서 탈락했다. 검찰은 조용병 신한은행장이 J지원자를 서류전형에 부정하게 합격시켰다고 봐 기소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J지원자가 서류전형 부정합격자인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합격 과정에 조용병 은행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J지원자와 관련해 “비록 피고인(조용병)이 J의 서류전형 지원 사실을 알고 신한은행 인사부장에게 전달했고, 이를 통해 채용팀으로서는 전형별 합격자 사정 단계에서 ‘은행장이 전달한 지원자’라는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예상했다 하더라도, 조용병 은행장의 이 같은 의사표시를 ‘합격 지시’로 간주할 수 없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만약 인사부장이 조용병 신한은행장의 의사표시를 ‘합격 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굳이 서류전형만 통과시키고 1차면접은 탈락시키는 것으로 결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기록상 J씨가 라응찬(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관련된 지원자라는 사정은 알 수 있으나, J씨와 라응찬의 구체적인 관계는 알 수 없고, 이에 따라 당시 조용병 은행장이 J씨를 서류전형 단계라도 합격시켜 줬어야 할 상황이었다거나 그럴 필요가 있었음을 추단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 조용병이 지원자 J씨의 서류전형 부정합격에 관여했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신한은행

◆ 채용비리 당시 윤승욱 부행장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 A인사부장 형량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담당자들은 유죄가 인정됐지만, 1심에서 인정한 부정합격자들의 숫자가 줄면서 형량이 약간 낮춰졌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윤승욱 당시 신한은행 부행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행장인 피고인은 서류전형 및 1차 면접전형에 대한 최종적인 전결권자로서 인사부장 A씨에 의해 진행되던 지원자에 대한 부정합격 과정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마나 인식하면서 특정 지원자들이 합격자로 기재된 합격자 선발안에 결재했다”고 말했다.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전형에 부정하게 합격된 지원자들 14명은 모두 2차 면접에도 통과돼 최종합격했다.

재판부는 “비록 사기업에 있어 채용의 자유를 명분으로 삼아 청탁 내지 임직원 자녀라는 이유로 특정 지원자를 특정 전형에 합격시키는 채용업무 처리 방식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지속돼 오는 동안 사회적으로 묵인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이유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인사부장의 경우 일부 지원자들과 관련해 합격자 선발 행위가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 하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신한은행장의 지시 또는 양해 하에 이루어진 측면이 있는 점, 업무방해죄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신한은행 임직원들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고, 오히려 위계에 의한 피해 정도가 가볍다며 이들ㄹ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 유리한 양형사유로 고려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윤승욱 당시 부행장에 대해 재판부는 면접위원들의 선처 호소와 함께 “비록 직책이 부행장이고 전결권자이기는 하나, 채용 절차를 주관하거나 채용 과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부정합격 과정의 과여 또는 가담 정도가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감형에 참작했다.

◆ 항소심 재판부가 채용비리 인정하면서도 감형한 양형 이유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부정채용 관련 업무방해죄의 범죄사실은 특정 지원자를 청탁이나 연고관계를 이유로 해당 전형에 부정하게 통과시키는 일련의 행위에 관여했음이 증거에 의해 증명된 경우로서, 피고인들의 범행은 채용절차에 대한 신한은행 내외부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비록 업무방해 범행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아닐지라도 신한은행 채용절차에 응시했다가 실패한 젊은 층의 지원자들에게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도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거듭 “청탁 내지 연고관계를 고려한 부정채용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이상 그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는 법적으로 신한은행 또는 신한은행 내부 임직원들인 면접위원들인데, 면접위원들은 자신들이 업무방해죄의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히면서 피고인들에 대해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 부정채용 또는 채용비리

한편 서울고법 재판부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가치”라며 “채용비리 또는 부정채용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가치와 정의에 반하기 때문에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채용비리에 따른 피해자는 해당 기업에 입사를 희망했다가 고용의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지원자일 수밖에 없으나, 입사 지원자를 피해자로 하고 공정한 채용절차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채용비리죄나 부정채용죄가 법률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는 판례 법리에 따라 보호법익과 피해자를 완전히 달리하는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라는 죄명으로 채용비리를 다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에 의한 경우 채용비리에 따른 피해자는 입사 지원자들이 아니라 해당기업 자체 또는 해당기업의 임직원들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이라는 것이어서 일반적인 법 감정에 어긋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이는 결국 채용비리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의 처벌조항이 없거나, 채용비리를 규율하는 입법의 미비에 기인하는 것이고, 이런 점에서 최근 국회에서 채용비리 자체를 규율하기 위해 가칭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