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누구든지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에 공익신고를 할 수 있다(제6조).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 조치나 공익신고 등을 취소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제15조)."

'공익신고자보호법'은 2011년 9월 30일 시행됐다. 올해로 해당법이 시행된지 10년이 됐지만, 우리 사회에서 공익신고자의 대부분은 여전히 고난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내부 고발자는 조직 내 배신자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기관에서 조차도 내부 고발자가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해고나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민·형사상 소송을 당하기까지 한다. 반면 위법 행위에 가담한 자들은 조직 내에서 승진 등의 특급 대우와 법률적 보호를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이게 바로 한국 내부 고발 문화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사기에 저항하는 납세자 교육펀드(TAFEF)'가 수여한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공익신고자로 공로를 인정 받아 포상금 285억원을 받게 된 한 공익제보자가 국내외 언론에서 대서특필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2016년 현대자동차 그룹의 품질본부 품질전략팀에서 엔지니어로 재직하며 ‘세타-2 GDI 엔진' 결함 사실을 내부 고발한 김광호 호루라기재단 이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광호 이사는 엔진 결함을 내부 고발한 이후 회사로부터 해고되고, 영업기밀 유출 등의 이유로 민·형사상 소송을 당하는 등 숱한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직장을 잃고 생계에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지만, 국내 최대 로펌을 등에 업은 회사의 법적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한국과 미국 당국에 현대차 그룹의 엔진 결함 및 리콜 은폐 의혹을 제보했다.

김광호 이사는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수상 소감에서 당시 내부 고발 이유를 이렇게 회고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28년 이상 자동차 제작사에서 이 일을 하늘에서 주신 직업이라 생각하면서 일해왔고, 소비자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차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에 대해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3월부터 8월까지 현대자동차 품질본부 품질전략팀에서 리콜 담당자로 일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세타2 엔진 리콜 축소와 미신고 사안을 알게 됐다. 고객의 생명을 위협하고, 중대 결함을 축소 은폐하는 범죄행위라고 판단해 내부 고발을 하게 됐다."

김광호 이사는 최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6년 8월 내부 고발 이후 (2021년) 11월 9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으로부터 공익제보의 공적을 인정 받아 포상금(285억원)을 받게 되기까지 5년 3개월, 1928일의 길고 긴 시간이 걸렸다"며 "그간의 과정들을 돌이켜보면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성과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 부장으로 25년 째 근무를 하던 중 회사 내의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회사 감사실에 공익제보를 했다가 한 달 만에 해고됐다"며 "어느 정도 (해고를)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해고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해고와 동시에 형사고소를 당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던 상태였고, 가족들도 있는 상황이다보니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이 착잡한 심정이었다"며 "다행히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의해 보호조치와 (형사고소와 관련해) 경찰에서 8개월 정도 조사를 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 비영리재단 TAFEF는 현대자동차 그룹 공익신고자 김광호씨에게 '올해의 공익신고자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NHTSA는 김광호씨의 공익신고를 인정해 포상금 285억억원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김광호 이사는 "그 이후 해고 무효, 원직 복직 결정도 이끌어 냈고,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국내 최고액수의 포상금(2억원)과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훈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리콜 은폐에 깊숙이 관여했던 (현대차) 품질본부장은 현대차 계열사에서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고, 품질전략실장 역시 계열사에서 전무로 근무 중이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결국 현대차의 내부 비리를 신고한 사람은 해고로 벼랑 끝에 섰고, 위법을 지시한 책임자들은 승진해서 회사의 보호하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며 "(리콜 은폐 등을 주도한) 현대자동차 책임자들은 현재 재판에 넘겨져 헌재(헌법재판소)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식적으로 드릴 말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재판은 2019년 10월 31일 현대차 품질 담당 전직 임직원들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으며, 엔진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지연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와 관련해 1심 재판이 2년 째 진행 중이다. 

앞서 같은 해 7월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방모 전 현대자동차 품질본부장, 이모 전 현대차 품질전략실장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고 현대차와 기아차 법인을 각각 기소한 바 있다.

김광호 이사는 우리나라 공익신고제도는 여전히 갈길이 멀게만 느껴진다며 "저 같은 사례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공익제보자들은 내부 고발자로 낙인이 찍혀 복직이나 재취업이 녹록치 않은 게 현실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내부 고발자로 선뜻 나서겠나. 저 보고 다시 공익신고를 하라고 하면 현 공익신고자보호법하에서는 절대 내부 고발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포상금(285억원)을 받지 못했다면 앞으로의 삶이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 부장으로 재직했던 제가 이정도 인데, 일반 직장인들이라면 더욱 힘들 것이다"며 "내부 고발자의 대부분은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이들이 공익신고자로 인정을 받는다고 해도 현 제도하에서는 섣불리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패가 척결돼야 우리 사회가 깨끗 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공익신고를 하겠다고 하면 쉽게 권유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내부 고발을 멈칫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든다면 과연 이 사회가, 국가가 나의 정당성을 얼마나 인정해줄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공익제보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법과 제도로 개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 비영리재단은 현대자동차 그룹 공익신고자 김광호씨에게 '올해의 공익신고자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도로교통으로부터 포상금 285억억원을 받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현대차 그룹 공익식고자 김광호씨에게 포상금 2억원을 수여했다.

김광호 이사는 끝으로 "내부 고발 과정과 공익제보자로서 겪었던 사연들을 모아 책으로 낼 생각을 가지고 있다. 현재 80% 가량 집필한 상태다”고 밝히고, 앞으로 계획과 관련해서는 "(미국에서) 포상금을 받으면 공익제보자 지원단체인 호루라기재단과 함께 공익제보전략연구소와 자동차제작결함연구소를 만들어서 사회봉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세타-2 GDI 엔진은 2009년 현대·기아차가 양산차에 처음 적용한 2~2.4L 가솔린 직분사 엔진으로, 출시 초기부터 주행 중 시동꺼짐, 화재 등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NHTSA는 2017년 5월 18일 세타-2 GDI 엔진 결함에 대해 리콜 적정성조사를 개시, 2020년 11월 27일 현대차 및 기아차에 총 2억 1000만 달러의 민사상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내에서 해당 결함으로 발생한 차량 화재가 2019년 5월 기준 3125건에 달했고, 이로 인해 미국에서  103명이 부상했다. 세타-2 엔진을 장착한 현대·기아차 300만대가 리콜됐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대해 그랜져(HG), 쏘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7만 1348대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로리더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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