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놀이터 의자에 앉아 통화하는 피해자의 등 뒤에서 몰래 소변을 본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록 피해자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소변을 볼 당시는 몰랐다가 나중에 알았더라도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 오후 11시께 천안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던 B(여, 18)씨의 뒤로 몰래 다가가 입고 있던 후드티와 패딩점퍼 위에 소변을 봐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화가 난 상태에서 차에서 내렸는데, 횡단보도 앞에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화풀이를 하기 위해 따라갔는데 피해자가 의자 앉아 통화를 하고 있어 홧김에 피해자의 등 위에 소변을 봤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 B씨는 “놀이터에서 뒤에 있는 사람 그림자를 보았고, 이후 머리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이 들어 정수리 부분을 만져 봤으나,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옷을 두껍게 입었고, 날씨도 추워서 소변 냄새를 맡지 못한 것 같다. 집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남자가 앞쪽으로 튀어나가 깜짝 놀랐는데, 보니까 횡단보도에서 신호대기 중에 봤던 남자였다. 집에 가서 옷과 머리카락이 젖어 있고 냄새를 맡아 보니 소변 냄새가 나서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소변을 싼 것이라고 생각돼 신고했고, 짜증이 나고 더러워서 혐오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피해자가 자신의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피고인의 소변을 발견하고 더러워 혐오감을 느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뿐,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0월 28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처음 보는 여성인 피해자의 뒤로 몰래 접근해 등 쪽에 소변을 봤다”며 “그 행위를 평가하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행위에 해당한다면 그로써 행위의 대상이 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침해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고, 행위 당시에 피해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여 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강제추행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298조의 ‘추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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