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에라 사업장 내 화재 장소에 2019년 9월 1일 Indragiri Hulu Police 경찰이 세운 표지판 (촬영일자: 2019년 11월 17일) ©Jikalahari
삼성물산 인니법인 간다에라 사업장 내 화재 장소에 2019년 9월 1일 Indragiri Hulu Police 경찰이 세운 표지판 (촬영일자: 2019년 11월 17일).©Jikalahari

[로리더]삼성물산 인니팜법인이 인도네시아 소재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벌금과 화재 복구비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인도네시아 렌갓 지방법원은 삼성물산 인도네시아 팜유 플랜테이션 PT. Gandaerah Hendana(이하 간다에라)가 2019년 9월 발생한 화재로 환경을 훼손해 인도네시아 환경보호 및 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2019년 9월 3일 삼성물산 간다에라의 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해당 사업장에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장비 및 담당자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간다에라는 화재 발생 당시 9일이 지난 후 정부의 산림 및 토지 화재 TF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후에야 기초적인 화재진압 장비 및 인원을 배치했으나 역부족이었으며, 화재 발생 후 21일 후인 (2019년 9월) 24일에 내린 폭우로 화재가 겨우 진압됐다. 

법원은 간다에라가 화재 예방 및 진압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결과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환경 훼손 기준을 초과한 것이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고의였다고 판단 하고, 약 6억 6000만원의 벌금과 더불어 화재 지역 복구비로 약 173억 7000만원의 추가 형사 조치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은 "화재는 여의도 면적에 두 배에 이르는 580ha의 생태계와 지역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며 "전문가들은 화재로 인해 1566톤의 탄소를 비롯해 2300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추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지역 토질의 산성, 유기질, 질소, 수분 함량 및 토양 용적밀도와 토양 공극성이 모두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며 "해당 지역 회복을 위해 약 173억 7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고 판결 내용을 전했다. 

특히 해당 지역에 존재하는 이탄지(peatland)의 생태계는 화재로 인해 영구적으로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화재 발생 기간 동안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휴교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됐고, 마을의 각종 활동들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당시 발생한 매연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그러나 간다에라는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11월 17일 뻬깐바루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다. 

간다에라는 화재가 발생한 580ha 지역에 대한 사용권(HGU)을 포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화재 발생지역은 간다에라와 지역주민들간 오랫동안 토지분쟁이 있던 지역으로, 주민들은 이 지역에 대한 사용권을 돌려줄 것을 기업에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간다에라 사업장 내 화재로 소실된 팜나무 (촬영일자: 2019년 11월 17일) ©Jikalahari
간다에라 사업장 내 화재로 소실된 팜나무 (촬영일자: 2019년 11월 17일) ©Jikalahari

이어 "하지만 간다에라는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팜농장을 운영하던 중 2019년 12월 화재 발생 후 환경법 위반으로 기소가 되자 해당 지역에 대한 사용권을 포기했다"면서 "주민들은 이를 두고 간다에라가 화재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간다에라와 현지 주민들간의 갈등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법원은 "간다에라가 화재 당시에 토지 사용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간다에라에게 화재로 인한 환경 파괴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인도네시아 산불 감시 NGO 지카라하리(Jikalahari)의 마데 알리(Made Ali) 활동가는 "2019년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토지뿐 아니라 지역주민들 또한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며 "간다에라는 즉각 항소를 취하하고 벌금을 납부해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산불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고통에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는 "재앙에 가까운 산불에 책임이 있는 삼성물산 인니팜법인에 대한 인도네시아 법원의 유죄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히고, "삼성물산 인니팜법인은 사업장 여러 곳에서 오랫동안 지역 주민의 정당한 토지 사용권을 철저하게 외면해 왔다"며 "삼성물산은 토지 분쟁을 핑계로 화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나머지 토지 분쟁 지역에서도 지역 주민의 토지 사용권을 인정하는 등 지역 주민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담당 김혜린 활동가는 "삼성물산 인니팜법인은 지속가능성 인증(RSPO) 취득 및 환경사회정책(NDPE) 등을 채택하며 친환경 이미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실제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간다에라는 화재 발생 4개월 전에 NDPE 정책을 발표해 무화재 정책(Zero burning policy)과 이탄지 보호 등을 약속했지만, 결국 어느 것 하나 지키지 못했다"며 "삼성은 이제라도 화재로 훼손된 지역에 대한 복구와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스스로 발표한 각종 사회책임 정책과 인증에 부합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 삼성물산 “인니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지역 사회공헌 활동에 더욱 노력”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본지에 입장을 밝혀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우선 인도네시아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화재 예방 교육 및 복구 지원 활동을 강화하는 등 지역 사회 공헌에 더욱 노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간다에라가 2019년 12월 화재 발생 후 환경법 위반으로 기소되자 해당 지역에 대한 사용권을 포기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은 입장을 전했다.

삼성물산은 “화재가 난 지역은 당사가 2008년 인니팜농장을 인수할 당시부터, 현지 주민들이 과거법제에 따라 토지소유권을 주장하며 배타적으로 거주ㆍ점유하던 지역이었다”며 “인니팜법인은 사실상 경작이 불가능한 지역이라 권리관계 정리를 위해 그동안 주민 및 관계당국과 다양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관련 법률 미비로 어려움을 겪었던 바 있다”고 해명했다.

삼성물산은 그러면서 “이후 2019년 8월에 발효된 새로운 토지관리법에 의거해 주민 점유지에 대한 경작권을 정부에 반납할 수 있게 되었으며, 현지 주민과의 권리관계 정리를 위해 경작권을 정부에 반납했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아울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장비 및 담당자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은 “인니팜법인은 화재 초기 진압 장비 및 인력 지원에 나섰으나 현지 주민들이 배타적으로 거주ㆍ점유하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화재 현장에 접근 자체가 어려웠던 점도 고려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끝으로 “당사 인니팜법인은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향후 법 절차에 따라 소명을 지속하는 한편,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 수행과 지역사회 공헌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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