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함정수사 허용범위 더욱 넓혀야 한다>

디지털 성착취를 목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을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청소년성보호법 개정 법률이 시행된 지 벌써 50여일이 넘었다.

이에 따라 아동ㆍ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하여 온라인상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 혹은 반복적으로 행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 또는 권유하는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범죄의 강력 단속을 위하여 경찰이 신분을 비공개하거나 위장하여 수사할 수 있는 이른바 ‘위장수사’ 특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종래 함정수사라고 불리던 것인데 현행 법제상 허용되지 않는 수사기법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성범죄 단속에 함정수사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우리 법제와 대비되어 왔다.

이번에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으로 이 수사기법이 허용됨으로써 경찰은 위장수사를 통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범죄와 관련된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는 이른바 ‘신분비공개수사’가 가능하며, 아울러 범죄의 혐의가 충분한 경우 중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때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신분을 위장하여 수사할 수 있는 이른바 ‘신분위장수사’가 가능하다.

특히 법원 허가를 통해 신분위장을 위한 문서와 도화, 전자기록 등을 작성, 변경 또는 행사할 수 있고 위장신분을 이용한 계약ㆍ거래와 함께 성착취물의 소지ㆍ판매ㆍ광고 또한 가능하다. 신분비공개수사는 최대 3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이 있지만, 신분위장수사는 최대 1년까지 3개월마다 연장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범죄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찰의 위장수사가 제도화된 것에 관하여 일각에서는 우려도 존재한다. 즉, 위장수사관의 수사활동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혹은 허용되지 않는 ‘범의유발형’ 수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하여 위장수사 시에 사법경찰관리가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본래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범의를 유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피해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추가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이 법 시행령에 명시했다.

그런데, 이번 위장수사 제도는 청소년성보호법에 규정된 것이므로 성인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선 위장수사가 여전히 불가능하고, 주민등록법상 제약 때문에 가상 인물의 주민등록증도 발급받을 수 없어 주민등록증이 아닌 학생증이나 사원증 등의 신분증을 만들어 활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불완전한 위장수사 허용입법을 보완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하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위장수사 도입 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수사를 막는 요인에 대하여도 법률정비가 필요하다. 예컨대 위장수사관을 도와줄 민간 정보원의 지정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생각건대, 그동안 함정수사기법을 허용하지 않다가 청소년 성보호를 위해 처음 도입한 만큼 추후에는 성인 대상 성범죄에 대하여도 범의유발형이 아닌 한도 내에서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입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나 디지털 성착취가 매우 심각한 성범죄로 인식되고 있어 가장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아울러 범죄자들을 무겁게 처벌하기를 바라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법감정이므로 어차피 위장수사를 허용한 마당에 이 수사기법을 모든 성범죄로 확대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사료된다.

외국에서도 허용되고 있는 수사기법이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수사기법을 활용하여 이 땅에 성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법제도 마련을 기대한다.

<위 글은 법학자의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