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교도소 수형자 의뢰인 접견 변호사에 ‘소송 중’ 증빙 요구 위헌
헌재, 교도소 수형자 의뢰인 접견 변호사에 ‘소송 중’ 증빙 요구 위헌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1.11.1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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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소송사건 대리인 변호사가 수감 중인 의뢰인을 접견하려면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형집행법’ 시행규칙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B씨는 살인죄 등으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수형자다.

A변호사는 B씨의 재심청구를 위한 변호인으로 선임돼 화성직업훈련교도소에 구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59조의2에 따라 B씨에 대한 접견신청을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소송계속 사실’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9조의2 제1항 제2호를 이유로 거부돼, A변호사는 B씨와 변호사접견을 하지 못하고 부득이 일반접견을 했다.

이에 A변호사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9조의2 제1항 제2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월 28일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수용자를 접견하고자 하는 경우 소송계속 사실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조항은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청구인은 수형자 B씨의 형사재심청구를 대리하기 위해 선임된 변호사로서 B씨의 접견은 청구인의 직업 수행에 속하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소송계속 사실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 변호사접견이 아니라 일반접견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변호사인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소송계속 사실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해 집사 변호사가 접견권을 남용해 수형자와 접견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나, 집사 변호사라면 소 제기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으므로 얼마든지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하고 변호사접견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집사변호사를 고용하는 수형자 역시 소송의 승패와 상관없이 변호사를 고용할 확실한 동기가 있고, 이를 위한 자력이 있는 경우가 보통이므로 손쉽게 변호사접견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그에 반해 진지하게 소 제기 여부 및 변론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변호사라면 일반접견만으로는 수형자에게 충분한 조력을 제공하기가 어렵고, 수형자 역시 소송의 승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접견마저 충분하지 않다면 변호사를 신뢰하고 소송절차를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수형자에 대한 변호사접견은 시간이 60분, 횟수가 월 4회로 이미 한정돼 있어 집사 변호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이용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만약에 변호사접견을 이용한 접견권 남용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러한 문제는 해당 사유가 확인됐을 때 사후적으로 제재함으로써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접견을 일반접견보다 더 강하게 보장함으로써 수형자의 재판청구권이 억울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방지하고자 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라 하더라도 변호사접견을 하기 위해서는 소송계속 사실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이를 제출하지 못하는 변호사는 일반접견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돼,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로 인한 문제점은 단순히 변호사 개인의 직업 활동상 불편이 초래되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는 수형자와의 접견을 위해 부득이 일반접견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일반접견은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일반접견실에서 10분 내외 짧게 이루어지므로 시간은 변호사접견의 1/6 수준에 그치고 대화 내용은 청취ㆍ기록ㆍ녹음ㆍ녹화의 대상이 된다. 변호사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접견에 대한 제한의 정도가 위와 같이 크다는 점에서 수형자의 재판청구권 역시 심각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이익은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변호사인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 이종석 헌법재판관 합헌 반대의견

이종석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종석 재판관은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소송계속 이전에 한시적으로 일반접견만 가능하다고 해 변호사의 직업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변호사인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헌법재판소 “수형자 재판청구가 행사가 충실히 보장 기대”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 대해 “헌재가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함으로써 추후 소송사건의 대리인인 변호사가 소를 제기하지 않은 단계에서도 수형자와 충분한 접견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수형자의 재판청구권 행사가 충실히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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