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동물자유연대는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동물학대시설 퍼시픽랜드 폐쇄와 돌고래 방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출처=동물자유연대)
지난 7월 동물자유연대는 호반건설 본사 앞에서 동물학대시설 퍼시픽랜드 폐쇄와 돌고래 방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출처=동물자유연대)

[로리더]지난 2009년부터 12년간 전시를 위해 국내에 수입한 고래류 61마리 중 39마리가 폐사했다. 이는 수족관에 들여온 고래류 중 60%가 넘는 수치다.

수족관 고래류 전시·체험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능이 높고 사회성이 뛰어난 고래류를 수족관에 가두고 전시 및 체험에 이용하는 행위는 고래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신체적 고통을 유발한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라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내 수족관에서는 거의 매년 고래류 폐사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수족관 고래류의 평균 수명 역시 자연에 사는 고래에 비해 1/3에도 못 미친다는 게 동물단체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달 29일 ‘퍼시픽 리솜 돌고래 죽음, 호반건설은 동물학대쇼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호반건설의 동물 학대 산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퍼시픽 리솜은 과거 퍼시픽랜드라는 이름으로 운영돼 온 동물 전시 시설이다. 돌고래는 물론 원숭이와 바다사자 등도 쇼에 이용됐다.

출처=동물자유연대
출처=동물자유연대

이 단체는 지난 9월 21일 호반건설(대표 박철희)이 2017년 인수한 퍼시픽 리솜에서 돌고래쇼에 이용된 ‘바다'가 위천공으로 죽은 이후에도 동물 쇼가 계속되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바다'는 2015년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일본 다이지 큰돌고래 사이에서 태어난 혼종 돌고래로 수족관에서 태어나 6살에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퍼시픽랜드는 오래전부터 동물 학대적인 시설로 지적받아왔다. 돌고래와 원숭이, 바다사자 등을 이용한 동물쇼로 상업적 이득을 취하던 중 2012년 제주 연안에서 사는 남방큰돌고래를 포획해 돌고래쇼를 해온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유죄 판결을 받고 남방큰돌고래 4마리(춘삼·삼팔·태산·복순)를 몰수당하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렇듯 시대착오적인 돌고래쇼와 원숭이쇼 등은 2017년 1월 호반 건설이 퍼시픽랜드를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도 자행되고 있다”며 "호반 건설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는 시민 사회의 요구에 응하는 대신 동물을 쇼에 이용하는 상업적 이익 추구에 적극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올해 9월 퍼시픽 리솜의 돌고래 ‘바다’는 바다 대신 수조에서 생을 마감했고, 남아있는 세 마리 돌고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쇼에 이용당하며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퍼시픽 리솜측 관계자는 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돌고래 쇼와 관련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출쳐=동물자유연대
출쳐=동물자유연대

고래류를 이용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산업이 됐다. 국내도 올해 1월 해양수산부 장관이 "돌고래 체험은 동물학대"라고 밝힌 바 있다. 해수부가 발표한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 또한 고래류 신규 전시·관람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발의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에도 돌고래 등 전시에 적합하지 않은 종의 도입을 금지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전면 금지하는 규정이 들어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법과 제도, 국민 의식까지 동물 전시·체험과 쇼에 반대하고, 규제하기 위해 노력 중임에도 오직 돈벌이에 급급한 기업들만이 그 추세를 읽지 못하고 있다"며 "호반건설은 지금이라도 ‘바다’의 죽음에 책임을 통감하고 남겨진 돌고래를 자연 형태의 시설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단체는 이처럼 수족관 고래류 폐사가 잇따르는데도 적절한 규제가 어려웠던 이유로 허술한 법령을 꼽고 있다. 2017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동물원수족관법)이 통과됐지만,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해놓은 지금의 법으로는 허술한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든 동물원, 수족관 등록이 가능하다. 

또한 전문 검사관과 종별 사육관리 기준조차 부재한 반쪽짜리 법으로는 급증하는 민간 동물원과 동물원 체험 시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기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국내 수많은 동물원에서 야생동물을 비롯한 전시동물이 열악한 사육 환경에 방치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적절한 제재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게 동물단체의 지적이다.

앞서 지난 7월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동물자유연대가 참석한 가운데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 통과 촉구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당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노웅래 의원은 "생명 존중에 있어 이견이 없는 만큼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속한 법안 통과를 통해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안타까운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돌고래를 만지거나 등에 올라타는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전면 금지된다"며 "더 이상 고래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야생에서 잡혀 온 동물이 비좁은 인공 시설에 갇혀 지내는 비극은 이제 종식돼야 하고, 전시시설에 있는 모든 야생동물의 생태환경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동물원 및 수족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5월 5일 여수 아쿠아플라넷에서 수컷 벨루가 '루오'가 죽었을 당시에도 남은 벨루가 '루비'에 대한 방류 여론이 들끓었다. 2020년 7월 여수 아쿠아플라넷에 전시 중이던 벨루가 세 마리 중 수컷 '루오'가 죽은 지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또 벨루가 '루비'폐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남은 벨루가 한마리라도 살려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이어졌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루비'는 수컷 벨루가들과의 합사 실패로 오랜 기간 비좁은 수조에 갇혀 지냈으며, 2012년 국내에 들여온 후 1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해왔다. 무리 생활을 하는 벨루가 특성상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게 동물단체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고래류를 전시 중인 시설은 6곳으로 총 22마리의 고래류가 전시, 체험에 이용되고 있다.

[로리더 =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