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당시 군의 ‘댓글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태하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의 무죄 판단 부분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고 파기환송해 형량이 높아질 전망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태하 전 단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부대원들과 공모해 직접 또는 부대원들로 하여금 야당 대선후보와 정치인을 비방하고, 여당 대선후보와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인터넷사이트 및 SNS 등에 댓글을 달게 하거나, 타인의 글을 리트윗하게 하는 방법(사이버활동)으로 정치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13년 기소됐다.

이태하 전 단장은 이렇게 사이버 활동으로 구 군형법 제94조를 위반해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고, 소속 부대원들에게 사이버 활동을 통한 정치적 의견 공표행위에 관한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로 공소제기 됐다.

제1심인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2015년 5월 15일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의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2017년 2월 7일 공소사실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해 이태하 전 단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정치관여죄에 대한 공소사실 중 일부 게시글의 내용이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의견으로 보기에 명백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해서다.

피고인(이태하)의 지시로 소속 부대원 121명이 작성한 총 1만 1853건 중 120명의 부대원들이 작성한 8626건만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3227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직접 작성한 게시글 470건 중 441건만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29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피고인 및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구 군형법 제94조(정치관여)는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연설, 문서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정치운동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의 상고이유는 원심 무죄 부분의 게시글 총 3256건(3227건 + 29건) 중 이른바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 1732건과 이른바 ‘종북세력을 비난하는 글’ 425건의 합계 2157건(1732건 + 425건) 부분이다.

이 사건은 위와 같은 글을 게시한 행위가 구 군형법 제94조에서 금지하는 정치적 의견 공표행위에 해당해 정치관여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6월 28일 군형법상 정치관여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태하 국군사이버사령부 전 단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의 판단은 항소심의 무죄 판단 부분은 잘못이 있으니 이를 다시 심리 판단하라는 것이어서 형량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현직 대통령 또는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성과를 지지ㆍ옹호하는 글을 게시하는 것은 정치적 의견 공표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게시글의 내용 자체는 객관적인 상황을 설명한 것이라도 그 설명하는 사실관계의 성격, 글의 게시 목적과 동기, 전체적인 맥락 등에 비추어 그 주된 취지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라는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 것이라면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각 게시글이 현직 대통령이나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성과를 지지ㆍ옹호하는 내용으로 볼만한 사정이 있는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판 또는 반대하는 글로 볼만한 사정이 있는지 등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인 공무원으로서의 지위와 정치적 헌법기관 또는 정치인으로서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다”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견을 공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행위로서 구 군형법 제94조에서 금지하는 정치적 의견 공표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성과를 지지하는 부분은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및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여당 등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정부ㆍ여당의 해당 정책에 비판하는 야당 등 특정 정당에 대한 반대로 이해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성과에 대한 지지의견을 공표하는 것 역시 구 군형법 제94조에서 금지하는 정치적 의견 공표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른바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 부분의 게시글들에 현직 대통령이나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성과를 지지ㆍ옹호하는 내용으로 볼만한 사정이 있는지 등을 심리해, 이를 정치적 공표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종북세력을 비난하는 글’ 425건 부분과 관련, 재판부는 “문제되는 내용에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거나 명시적인 가치 판단적 내용 없이 사실관계만 적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부의 정책이나 성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긍정적인 사실관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등에 불리한 사실관계를 적시하는 내용이라면, 이를 가치중립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 방법과 경위, 전체적인 맥락 등을 종합할 때 그 주된 취지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에 있다면, 이는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른바 ‘종북세력을 비난하는 글’ 부분의 게시글들에 대해 그 적시한 사실관계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등에 불리한 사실관계를 담고 있는지, 특정 사건이나 정책에 관한 정부의 방침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반대하는 글로 볼 수 있는지, 종북세력으로 칭해진 단체나 언론과 기조를 같이 하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판 또는 반대하는 글로 볼만한 사정이 있는지 등을 심리해, 이를 정치적 공표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나 정부의 특정 정책이나 성과를 지지ㆍ옹호하는 의견이거나 문제되는 의견 또는 사실의 내용, 표현방법, 공표의 경위, 전체적인 맥락 등에 비추어 그 주된 취지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것이라면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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